유쾌한 철학자들 - 도서관에서 뛰쳐나온 거장들 이야기
프레데릭 파제스 지음, 최경란 옮김 / 열대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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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물건은 종이 위에 말라붙은 사상의 컬렉션이기 이전에, 하나의 삶의 방식이며, 먹고 마시고, 어울려 살고, 동참하고, 세상에 나와서 살다가 세상을 하직하는 방식이다. 즉, 철학자의 삶이 곧 철학이라는 저자의 말이다.

여태까지 철학을 '교양'을 위해 알아야 할 지식으로 치부해 버리고 철학사 위주의 공부에만 집착했던 일부 지식인들 때문에 '철학은 어려운 것','말장난'이라는 오해를 가지게 되었다. 먼지 가득한 도서관이나 독방에 홀로 앉아 잔인하디 두꺼운 철학 책을 펼치고 있는 철학자의 날카로운 인상만을 생각하는 우리에게 이 책은 한껏 기교를 부린 말 그대로 유쾌한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우려내 준다.

 '유쾌한 철학자들'은 소크라테스부터 사르트르에 이르기까지 서양철학의 대사상가들을 섭렵하면서, 유머와 풍자를 담은 간결한 문체로 철학과 철학자들의 생애 이면에 감추어진 '동글동글 풍요롭고 짭짤한 일화'들을 소개한다. 지금처럼 철학자가 전문직으로 등장하기 이전에는 철학자라는 직업도 없었을 뿐더러 '철학자'라고 일컫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철학으로 생계를 유지하지 않았다. 안경렌즈를 닦아 생계를 나간 스피노자나 성직자였던 성 아우구스 티누스, 사법관이었던 몽테뉴 뿐만 아니라 외교관, 개인비서 등 소위 말하는 '철학자'들은 이처럼 각양 각색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미각을 돋구는 '철학자와 연인들'에서는 철학의 무게를 나아가 철학자들의 무게를 제대로 덜어준다. 한 명의 애인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은 자신에게 남아있는 온갖 힘과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소위 그가 잘 되기만을 바란다는 모든 여인들에게 저항했던 사르트르,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집착으로 결국 성모의 품안으로 도피하게 된 성 아우구스티누스, 정부를 구할 여력이 되지 않자 하녀와 정을 통해 아이를 낳았으며 평판을 두려워해 이 아이를 그의 절친한 친구 엥겔스에게 입양시킨 마르크스 등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막연하게 품고있던 철학자들에 대한 경외감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한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전환시켜 준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철학, 그리고 이 철학자라는 것이 그렇게 가벼이 들었다 놓을 대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고 유쾌하긴 하나 현직 기자가 쓴 글인 만큼 단호하고 대중적인 특성은 무언가 비판의 대상을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헤겔에 있어서 난해함은 단순하게 쓰는 것보다 시간이 덜 들기 때문에 나왔다는 분석이 그렇다. 평생 헤겔을 전공한 교수라면 당장 '무식'이란 단어를 들이밀며 강하게 반론을 펼 만하다는 한 독자의 비판이 그러한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각각의 다른 일화들을 통해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위기철의 '생각은 힘이 세다'나 '피노키오는 사람인가, 인형인가','아킬레스는 왜 거북을 이길 수 없을까'와 같이 단편적인 철학 지식이 아니라 쉽게 일상에서 접할 수 있을 예들을 통해 재미있게 철학적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잔인한 철학책의 두께를 버리지는 못했을망정 날카롭고 과묵했던 지난날의 철학자들에 대한 편견은 잊게 만든다. 여전히 철학은 고리타분하다 생각할 망정 독자에게 웃음을 주고 사람냄새를 맡게 해준다. 누군가가 말했다. 환상이 깨진 그들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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