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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흡혈귀, 에토 씨 1 - L Novel
스즈키 다이스케 지음, 유은하 옮김, 쿠츄 요사이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원래는 있는 줄도 모르는 작품이었으나 '마계천사 지브릴' 등의 일러스트를 담당하신
'쿠츄 요사이' 씨가 일러스트를 맡았다는 걸 뒤늦게 알고,
난 그 분 그림체를 정말 좋아하기에 구매했다.
그러니 일러스트 평부터 내리자면, 초반엔 다소 아쉬웠는데
후반엔 에토의 귀여운 모습들이 쿠츄 요사이 씨 특유의 그림체로
잘 살아난 것이 보여서 만족 ㅎㅎ
다음으로, 책 내용을 평하자면... 우선 스토리는 정말 제목 대로라는 느낌.
니트 흡혈귀인 에토 씨와 주인공의 일상 정도...
다만 이거... 음... 판매율도 낮고, 일본에서도 2권 까지만 나오고 끝난 이유를 알겠다...
스토리가......
재미가......!!!
일단 주인공이 처한 몇몇 상황은 나쁘지 않다.
기절한 로리 흡혈귀의 옷을 갈아입혀주다 소꿉친구가 집에 놀러와서
그대로 로리콘으로 낙인 찍혔다거나,
부엌일, 청소 등을 시켰는데 뭐 하나 제대로 못 하는 모습이라거나.
다만 그 '나쁘지 않다'는 평을 줄만한 게 정말 이 두 개 말곤 퍼뜩 떠오르는 게 없다...
그리고 사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비판점이 수없이 많이 떠오르는데
우선, 대사가 너무 많다.
지면의 50% 이상은 대사로 채워졌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 (아니, 그 이상일지도)
다만 대사가 많은 덕분에 가독성도 좋고, 만화를 보는 듯 즐거움을 주긴 했으니
꼭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닌데, 그렇다고 장점은 절대 아니다.
대사가 '쓸데없이' 많기 때문...
한 챕터는 그냥 니트 흡혈귀 에토가 아침에 안 일어나려 때쓰는 것 때문에
주인공이 이런저런 말로 깨우고, 양치하라고 하니까 귀찮다고 답하고,
이러면 양치 할 거냐, 양치 안 하면 벌 준다, 그건 싫다,
어쩌고 저쩌고... 별로 중요한 상황도 장면도 아닌 것에 쓸데없이 대사와
지면을 많이 할애해버려서 내가 이걸 왜 읽어야 하나 싶은 회의감마저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묘사를 생략하고 오로지 대사로만 넘긴 부분도 너무 많다.
비유하자면 젓가락으로 코를 붙잡으며 협박하는 장면이 있다고 했을 때,
보통은 젓가락으로 코를 붙잡는 장면을 서술하고 그 다음 대사를 적을텐데,
이 작품은 '아야야야야, 젓가락으로 코 붙잡으면서 그런 말 하지 마' 라고 대사만 적는 식.
그렇다보니 안그래도 서술이 적어서 문제인데 대사가 더욱 많아지게 됐다...
소설이라기보단 비쥬얼 노벨 텍스트를 책으로 낸 느낌?
주인공 독백, 간결하고 적은 묘사, 많은 대사량을 보면 정말 딱이다.
이건 비쥬얼 노벨이다. 어쩌면 게임 시나리오로 어울렸을지 모르겠다.
(마침 일러스트 작가님이 마계천사 지브릴 등을 맡으셨으니 게임화하면 딱이겠네)
'스토리'라 할만한 것도 약한 편.
일단 에토는 흡혈귀다. 그리고 흡혈귀라는 존재가 처음부터 주인공 집에 살 리는 없기에
당연히 주인공이 에토를 만나는 '보이 밋 걸' 전개도 나온다.
문제는 그 다음... 이 작품에서 '스토리가 전개된다'고 부를만한 장면은
주인공이 에토를 발견하고 에토가 집에 정착하게 된 과정,
그리고 작품 맨 마지막 챕터 정도. (기억하라. 어디까지나 '맨 마지막 챕터' 정도다)
나머지는 정말... 위에서 말한 대로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은 대화를
연신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지면을 할애한다...
다음으로 '로맨스'가 없다.
사실 이건 작품의 비판점이라기보단 내 개인적인 불만에 가까운데,
이 작품에서 흔한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해선 안 된다...
대략 주인공이 셋인데,
남자 주인공, 니트 흡혈귀 에토, 그리고 주인공의 소꿉친구 여학생이다.
일단 일본 서브컬쳐를 흔하게 봐온 사람이라면
남주는 어떤 여주에게도 흥미가 없고 흡혈귀 에토는 남주에게 맹목적으로 대쉬,
소꿉친구는 질투, 은근슬쩍 대쉬, 뭐 이런 느낌으로 갈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작품 속 현실은 전혀 다르다. 일단 남주는 연상 취향이라서
에토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같이 동거하며 살고 있는 에토가
남주에게 연모의 감정을 품고 있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남주를 종으로 부리려 하지만 뜻대로 안 돼서 열이 날 뿐,
어디까지나 '사랑'은 1mg도 없는 사이...
그럼 이제 남은 건 소꿉친구 쪽인데, 이쪽도 거의 시궁창 신세다...
가~끔 남주한테 감정이 있는 듯한 장면이 보이긴 하는데
이게 진짜 적고, 소꿉친구가 나오는 장면은 대부분 남주를 때리고 협박하고
때리고 협박하고 때리고 협박하고 때리고 협박하고...
말이 소꿉친구지 남주는 이 소꿉친구가 나올 때마다 거의 벌벌 떠는 꼴이라서
로맨스가 거의 없다...;;;
오죽했으면 역자 분까지 작품 역자 후기에,
'이 소설은 장르를 구분하자면 코미디겠지요.
다만 '러브 코미디'인지는 조금 의심이......
보세요, '러브'가 없잖아요.'
라는 말을 적었겠는가...
이렇게 '사랑'이 눈곱만큼도 없는 주인공과 흡혈귀 에토의 관계에 이어,
주인공은 에토를 짐승 부리듯 훈계하고
(작중 대사, 묘사를 보면 아예 에토를 짐승과 동급이거나 그 이하로 취급한다... 이거 뭐 능욕물도 아니고...),
운동을 시킨다며 개가 뒤에서 쫓아가 계속 엉덩이를 공격하게 한다거나,
말을 안 들으면 팬티를 내리고 엉덩이를 때린다거나...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면 최소한 일상 코미디는 될줄 알았는데
이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 마냥 웃기도 좀 껄끄러운 구석이 있어서
읽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선 일상 코미디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내 눈엔 일상 코미디로서도 부족하다...
내 심정을 비유하자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나
'아빠, 어디 가?' 같은 육아 예능을 보는데
훈훈하고 귀여운 부자지간을 보여주진 않고,
그 대신 아빠가 아이를 혼내고 훈육하고 때리는 장면만 보여주는 기분이랄까...;;
정리하자면,
흡혈귀로서 주인으로 군림하려는 에토,
집주인으로서 입장을 이해시키려는 주인공,
이 둘이 계속 대립하고 그 와중에 서로 말싸움하는 대사가 계속 왔다리 갔다리,
읽으나 마나한 내용들 뿐이고... 로맨스도 코미디도 스토리도 약하고...
소꿉친구가 사랑에 눈치없는 남주가 아쉬워서 뭐라 중얼거리면
남주가 '응? 뭐라고 했어?' 그럼 여자가 '아무 것도 아니야' 하고 넘기는
뻔한 클리셰도 두세번 나오고... 흠...
결국 이 작품을 읽는 이유를 나 자신도 알 수가 없을 지경... (일러스트 보기 위해서?)
어차피 2권 뿐이니 그냥 2권도 사볼까 했는데
이건... 좀... 많이... 아주 많이 고민해야 될 것 같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얻은 이점이 있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쿠츄 요사이 씨의 일러스트, 그리고 13년도 기준으로 대학생이셨고
덕질하다보니 역자가 되셨다던 '유은하' 역자님을 알게 됐다는 것.
이 두 가지 정도인 것 같다...
작품 후기 보니까 '오빠지만 사랑만 있으면 상관없잖아?'도 이 작가님 작품이고
콜라보레이션 작품도 있다고 하던데 그건 정발됐나 어쨌나 모르겠네...
일단 그 '오빠지만 사랑만 있으면 상관없잖아?'는 이 작품에 비하면 나름 인기있고,
일본에서조차 2권으로 완결인 이 작품과 달리 10권도 넘게 연재됐다만...
음... 아무튼 결론은,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