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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곰 곰 베어 1 - L Novel
쿠마나노 지음, 029 그림, 김보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 이 책은 내 독서 인생에서 전설로 남을 것이다.
사상 최악으로 말이지.
고작 이런 책을 내고도 '작가'란 소리를 듣고,
고작 이런 책을 내고도 인세를 받고,
고작 이런 책의 종이가 되기 위해 일본 나무가 개죽음 당했고,
고작 이런 책을 돈 내서 한국에 들였고,
고작 이런 책의 종이가 되기 위해 한국 나무까지 개죽음 당했다.
그렇다. 이 작가와 출판사는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내가 살면서 읽어본 모든 만화, 라노벨, 순문학 소설 등등 다 포함해서
이런 책은 본 적이 없다... 즉, 여태 내가 본 모든 책 중, 우리 집의 모든 책 중,
내가 돈 주고 산 모든 책 중 가장 최악이다.
차라리 비닐포장 뜯지 말고 책장에 꽂아서
모에한 표지 일러스트 감상용으로 두는 게 훨씬 유익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이 책은 '판도라의 상자'다. 재밌는 이세계물일 거라고 기대는 하되,
절대 펼쳐선 안 되고, 그냥 놔두는 게 자신에게 이로운 그런 책...
난 서평을 '이 책을 살까 고민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충고' 용도로 쓴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이 책이 얼마나 쓸모없고
가치가 없는지 설명해주겠다. 내가 평소 서평 쓰는 것처럼 내용,
장점, 단점 등등 다 포함해서...
일단 내용, 설정은 간단하다.
15세 소녀 '유나', 학교는 귀찮아서 안 가고 친구도 안 사귀면서
집에만 틀어박혀 사는 히키코모리. 가상현실 게임에 푹 빠져 살면서
잠 자는 시간 외엔 먹고 놀기만 한다. 와중에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주식 투자에 엄청난 재능이 있어서 돈은 먹고 사는 데 지장 없을 정도로 벌고,
아예 펜션을 하나 짓고 거기에 혼자 살면서 부모님 잔소리도 피할 정도...;;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게임에 로그인을 했더니
이게 웬일, '신'이라는 작자가 주인공을 게임 같은 이세계로 보내버린다.
주인공은 어차피 부모들은 돈밖에 모르고, 친구도 없고,
게임하면서 놀고 먹는 것만 즐기다보니 현실 세상에 '미련'이 없었다.
그래서 신은 그 주인공에게 선물이랍시고 주인공을 자기가 만든 이세계로 보낸 것.
그랬더니 원래 게임에서 만렙인 자기가 갑자기 레벨 1이 되고,
복장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죄다 (표지 그림처럼) 귀여운 곰으로 치장돼 있었다...
좋아, 여기까진 좋다.
이세계물이 하도 많다보니, 이세계에 빠지게 된 경위는 다양하고,
다양하다는 건 그만큼 설정이 비슷한 경우도 많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주인공이 어떻게 이세계에 빠졌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특히 온라인 게임 만렙인 주인공이 레벨 1로 소환됐다느니,
우스꽝스러운(그러나 우리 눈으로 보면 무척 모에한) 곰인형을 입고 소환된 건
나름 재밌는 포인트인데...
문제점이 너~무 많다. 너무 많아서 도저히 장단점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그나마 장점을 꼽으려면 최대한 네 개 정도 꼽을 수 있긴 한데,
단점은 더 많고 더 심각하다...
우선 첫 번째. 두께다.
우리 집에 370쪽 짜리 라노벨이 한 권 있다.
그리고 이 '곰곰곰 베어'와 두께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곰곰곰 베어'는 약 300쪽이다.
즉, 70쪽 정도를 부풀린 수준으로 두께 뻥튀기를 범했는데,
당장 종잇장을 넘겨봐도 종이가 두껍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왜, 국내 정발되는 영미소설들을 보면
같은 페이지 수 라노벨보다 두 배 정도 두껍지 않은가.
그런 책을 출판할 때 쓰는 두껍고 거친 종이...
이 책에 그런 종이를 쓴 것 같다. (어쩌면 책값인 8천원은 그 종이 값이려나... )
그래서 두꺼운 듯 보이는데 사실 그렇지도 않으며,
100자평의 한 분이 말씀하신 대로 줄간격을 넓히고
한 문장 쓰고 바로 엔터치는 것은 흔한데다,
글자 크기를 키우고, 스탯창을 열었다 하면 이젠 알 필요도 없는
장비, 스킬 등이 전부 떠서 페이지 공간을 잡아먹는다...
아까 '두께 뻥튀기'라고 한 것 같은데, 정정해야 겠다.
이건 '두께 공갈빵'이다. 얼핏 커보이지만 속은 텅 비어있듯이,
얼핏 두꺼워보이지만 그건 두꺼운 종이, 글자가 이뤄낸 공동 범죄일 뿐...!
두 번째, 단순한 설정
온라인 게임에선 만렙이던 주인공이, 이세계로 소환되니 레벨이 1이 되었다.
여기까진 나름 좋은데... 문젠 주인공을 이세계로 소환한 '신'이
주인공에게 준 곰인형 장비가 너무 막강해서, 주인공은 나뭇가지 하나로
늑대를 죽이고(비유가 아니라 진짜 그렇게 한다!),
마법도 그냥 배우고, 뭐만 하고 몬스터를 잡았다 하면
곳곳에서 용사들이 굉장하다며 웅성거린다...
이럴거면 레벨 1로 설정한 건 왜 그랬나 싶은 느낌...
먼치킨, 최강인 주인공이 마을 주민들 눈에는 초보자로 보이게 하고 싶었나?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설정이 너무 단순하다.
그냥 마을이 있고, 여관이 있고, 서점도 있고, 용사 길드도 있고,
길드에선 강한 수준을 A~F로 보고, A로 갈수록 강하며 F로 갈수록 약하고,
최강은 S클래스, 각자 자기 클래스에 맞는 퀘스트를 찾아서 수행하고...
전부 어디서 본 설정이다. 심지어 난 게임 판타지 소설, 이세계물을 안 좋아한다.
그래서 읽어본 것도, 많이 아는 것도 없다. 그런 내 눈에 이게 식상해 보일 정도면
이 작품 설정이 얼마나 얄팍한지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리라 믿는다.
설정이 얕다는 건 이 작품의 치명적 결점 중 하나라서
좀 더 얘기를 하고 싶은데,
우선 '떡밥'이 없다. 그러니까, 전설로 전해 내려오는 무기, 신, 영웅,
악행을 일삼는 악의 조직, 현재 나라의 정세, 국가와 대치중인 다른 왕국의 존재,
주인공이 앞으로 만나게 되거나 주인공에게 찾아오는 미지의 것, 등등...
그런 속편 암시 설정이 전혀 없다.
즉, 뒷내용을 기대하면서 페이지를 넘길 요소가 하나도 없는 셈...
주인공을 이세계로 소환한 '신'이란 존재도 처음 말곤 전혀 나오지 않고
주인공이 그의 존재에 의문을 품기는커녕 마을 사람들도 '신' 얘기를 안 한다.
그래서 이 신이 현실 세계의 신인지 이세계의 신인지도 헷갈릴 지경...
3분의 2를 넘긴 200쪽 부근에서 떡밥이라 할만한 '소문'이 나도는데,
그것도 그냥 주인공의 용사 행적이 너무 강해서 괴물처럼 와전된 것 뿐이었다... 에라이...
그래도 길드 용사 등급이 있다고 했으니 강적과 싸우는 것을 기대해봄직 할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아니다. 이 작품, 먼치킨물이라 그런지 주인공보다 강한 녀석들이 없다...;;
최고 등급이 S라면서 S는커녕 A급 용사가 한 발짝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주인공이 뭘 좀 했다 하면 누구 하나 빠짐 없이 감탄만 반복...
이럴거면 등급 설정은 왜 한 거지... 전투력 측정 용인가...
그럼 그 강하다는 S급 용사들은 한 권 내내 어디서 뭐 하고 있는데? ㅋㅋㅋㅋㅋ
몬스터도 그냥 늑대, 고블린, 오크, 이마에 뿔 달린 토끼 등...
특별한 점이 적거나 없어서 그냥 흔해빠진 파리나 모기 보는 듯하다...
뭐, 몬스터들을 해체해서 고기, 가죽, 마법석을 얻고
마법석에 마법을 주입해서 열기 방출, 냉기 방출 등의 용도로 쓴다거나 하는 설정이 있긴 한데...
글쎄다... 그것만으론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
마을에서 주인공이 묵는 여관, 길드 등을 제외하면 장소나 시민이 거의 보이지 않아서
작품 속에 생기가 없다. 작가가 진정 제대로 된 세계를 창조했다면
그 세계가 살아있는 느낌, 그 세계 속의 인물이 살아가는 느낌이 들어야 할텐데
이 책엔 그게 약하다... 주인공이 가는 곳만 존재하고, 주인공이 만나는 자들만 존재하는 느낌.
특별한 종교? 없다.
전통 및 풍습? 없다.
인종 설정? 없다.
이세계만의 축제? 없다.
이세계만의 음식? 없다. 스프, 빵, 샐러드 말곤 거의 나오지 않는다.
끽해봐야 늑대 사냥해서 고기로 먹는 정도.
근데 모두 현실에서도 가능한 음식이다. (늑대는 안 먹는 게 자연에 좋겠지만...)
이게 어딜 봐서 '이세계'인가? '세계'라고 부를 가치도 없는 곳이다.
마치 안개 속을 헤쳐 나가는 동안 내 몸과 손발은 눈에 들어오지만
그 외는 전혀 보이지 않는 기분. 그 정도로 설정이 약하고 적다.
심지어는 주인공이 사는 마을 이름조차 없다! ...가,
책 뒤의 '번외편'에서 겨우 마을 이름이 처음 언급된다...
작가가 세계관 설정을 얼마나 안 했으면, 마을 이름이 번외편 가서야 언급...
세 번째, 묘사와 서술
이 책은 묘사와 서술이 너무 짧고, 너무 단순하다.
너무 단순해서 처음엔 일본에서 유치원생 보라고 낸 책인줄 알았다.
100자평 보니까, 어떤 분은 48, 49쪽의 오타 표기를 보고 빡쳐서 덮으셨다는데...
대단하시다. 난 두 장 읽자마자 덮어버리고 싶었다.
표지가 모에하지 않았더라면, 가격이 8천원이 아니었다면
아예 던져버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분노를 느꼈다...!
묘사는 너무 단순하고, 생략도 너무 많다!
그래서 덮고 싶었는데, 난 '다 읽지 않은 책을 평가할 순 없다'는 주의파라서
이 혹평, 악담, 경고를 남기기 위해 다 읽었다.
그 단순한 묘사는 초등학교 저학년도 쓸 수 있는 수준이라서
진심으로 작가의 나이, 필력이 의심되는 수준!
작가 후기를 읽어보니
"어떻게 이런 문장력 없는 작품에 (서적화)제안이 들어온 건지 고민이 될 정도였습니다"
라는 말이 있던데... 과연 그 말이 맞다...
후기에서 작가들이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말을 보면 항상
'이런 필력을 갖고 계신데도...? 겸손하시네...' 하고 생각했는데
이 책만큼은 아니다. 작가 본인이 말한 대로, '문장력 없는 작품'그 자체다...
이렇게만 말하면 내 심정을 이해 못 할테니,
본문을 발췌해보기로 했다.
예시 장면의 상황은 이렇다.
주인공이 이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늑대를 잡았다.
하지만 레벨, 스킬, 마법이 있는 이곳일지라도
아이템이 자동 드롭되는 기능은 없어서 일일이 칼로 몬스터를 해체해야 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아직 칼도 없고 비위도 약해서 그걸 못 한다.
그래서 한 소녀가 이를 대신 해준다.
지금 부터 보여줄 발췌문은, 늑대를 해체하는 모습의 묘사다.
『소녀는 작은 나이프를 꺼내들더니 울프를 재빠르게 해체하기 시작했다.
"잘 하는데?"
"네, 가끔 하거든요."
이내 울프는 소녀의 손에 의해 가죽, 고기, 마석으로 깔끔하게 해체되었다.』
'했다.
됐다.'
끝......
그 이상 자세한 묘사가 없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도 아니고...ㅋ
이 부분만 이럴까?
그럼 풍경 묘사를 한 번 보자.
주인공이 처음으로 마을에 발을 들이려 할 때,
멀리서 마을을 바라본 풍경 묘사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숲에서 벗어나 저 멀리 성벽이 보였다.
오오, 의외로 크잖아.
멀리서도 성벽의 높이를 알 수 있었다.
저 정도면 마물에게 습격당할 일은 없겠네.』
... 이게 다다.
아니 뭐, 그래. 성벽에 가려서 이것 외엔 묘사할 게 없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마을에 들어간 이후에 마을 내부 묘사도 없다...
건물들 지붕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마을 내부 시설은 무엇이 있는지도 거의 안 보여준다...
즉, 믿기 힘들겠지만 마을 풍경을 묘사한 건 저 위 문단이 끝이다...
그냥 이 작품은 묘사가 죽어 있다...
이것만으론 너무 판단하기 힘든가?
그렇다면 주인공이 퀘스트를 위해 옆마을로 들어갔을 때의 묘사를 보자.
『문지기는 우리를 쫓아내지 않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게 해주었다.
문지기에게 이끌려 마을 중앙에 있는, 혼자서만 조금 큰 집(*촌장 집)으로 안내받았다.』
... 역시나 이게 끝이다.
새 마을로 들어왔는데, 그냥 들어가서 촌장집으로 바로 향했다는 걸로 끝...
흠... 그럼 건물 내부는?
주인공이 길드에 들어갔을 때 본 광경 묘사를 보면 이렇다.
『길드에 도착하니 모험가들이 많이 있었다.
모두 제각기 검과 지팡이를 갖고 있었다.
게임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한 명도 없지.』
물론 이게 전부다...
길드 건물 외관, 들어섰을 때 안의 넓이라든가
퀘스트 게시판의 위치나 형태 등등, 다 건너뛰고 저것만 있다...
문장만 네 개지, 요약하면 '사람들이 많았다.' 라는 얘기 뿐...
사실상 건물 내부 묘사를 아예 안 한 셈!
다른 건물 내부는?
『문지기를 따라 근처에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판타지 소설에 자주 나오는 초소 같은 곳인가.
안으로 들어가자 접수처 같은 곳이 있었다.』
......
뭐요? '초소 같은 곳' '접수처 같은 곳'? 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뭐 소꿉놀이도 아니곸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정말 소꿉놀이 같닼ㅋㅋㅋㅋㅋㅋ
사람, 시설 몇 개, 설정만 있는 ㅋㅋㅋㅋㅋㅋㅋ
실제로 바닥엔 모래 뿐이지만 대략 TV랑 냉장고도 있겠지, 하고 상상에만 맡기는 ㅋㅋㅋㅋ
무슨 묘사가 이렇게 대충 대충이여 ㅋㅋㅋㅋㅋㅋㅋ
인물 외양 묘사는?
역시 죽었다.
얼굴에 대한 묘사, 무슨 옷을 입고 있고, 장신구는 어떻고,
옷 색깔, 머리모양은 어떤지 등등... 묘사할 부분은 충분히 넘쳐나는데
이 책은 그냥 성별, 나이대 정도만 설명하고 휙 지나간다.
심지어 주인공과 동행하는 소녀는 '여자아이'라고만 서술하고
키는 주인공의 어디까지 올 정도로 작은지, 머리카락은 긴지 짧은지,
옷은 어떤 옷을 입었는지, 나이는 몇으로 보이는지 등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심지어 소녀가 자기 이름을 말하며 정식으로 자기소개 하는 장면에서도
외양묘사를 하지 않고 그냥 대화만 하면서 넘어간다...
그나마 일러스트가 있는 덕분에 외모를 알 수 있는 수준...
물론 외양묘사를 자세히 하지 않는 작품들도 많이 봤고
나도 그런 식으로 글을 쓰곤 하지만...
이건 게임 판타지 이세계가 배경이니까, 복장이나 외모가 현실과 다를 것이다.
즉,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도 없다... 너무 없다...
얼마나 없으면, 읽는 나조차 작중 인물의 외모를 오해하는 지경에 이른다.
작품 초반에 주인공에게 시비를 거는 '데보라네'라는 용사가 나온다.
이 용사는 외양 묘사가 전혀 없고 그냥 이름만 거론되는데,
난 이 순간 적당히 평범하게 생긴, 검을 쥔 용사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리고 나중에 주인공이 이 용사를 제압했을 때, 난데없이 이런 서술이 나온다.
『얼굴에 곰 펀치가 작렬했다.
데보라네의 거구가 쓰러졌다.』
이걸 읽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거구'?
몸집이 컸다고?
언제부터?
몸집이 크다는 말은 본 적 없는데?ㅋㅋㅋㅋㅋ
그 용사가 쓰러질 때가 돼서야 '거구'라며 몸집이 크다는 게 표현되다니 ㅋㅋㅋㅋ
하아... 이 작품의 인물 묘사는 죽었다... ㅠㅠ
아, 그럼 몬스터 묘사는?
아래는 고블린들의 왕, 고블린 킹의 묘사다.
『동굴에서 고블린보다 한 층 더, 두 배는 더 큰 고블린이 나왔다.
손에는 꺼림칙한 검이 쥐여 있었다.』
역시 끝.
참고로 말해주자면 일반 고블린의 외양 묘사는 없었다.
즉, 일반 고블린이 만약 보라색이라고 치자,
그럼 이 고블린 킹도 보라색이라고 상상하면 된다.
하지만 일반 고블린에 대한 묘사가 없었으니
고블린 킹의 대한 상상은 그냥 끝난 거다.
물론 RPG 게임을 한 사람이라면 간단하게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건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쉽게 지나간다.
그래도 명색이 '이세계'인데,
현실과 전혀 다른 공간에 사는 생명체인데...
무슨 '스마트폰을 쥐었다'라고 말하듯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네...
아, 내가 아까 "물론 RPG 게임을 한 사람이라면 간단하게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라고 말했던가?
그런데... 작가는 아무래도 처음부터 이 생각으로 묘사를 한 것 같다.
그 증거가 바로 사냥꾼 묘사다.
『나무 사이에서 활을 가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게임에서 나오는 사냥꾼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게임에서 나오는 사냥꾼과 같은 복장'...
브라보...
살면서 이딴 묘사는 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 대체 어떻게 생겼단 소리?ㅋㅋㅋㅋㅋㅋㅋ
옷은 무슨 색깔이고, 장신구는 어떻고, 수염 상태나 머리모양은 어떤데? ㅋㅋㅋㅋ
아 신이시여...
아까 마을 풍경 묘사를 '소꿉놀이'에 비유했던가?
그렇다면 인물 묘사는 '동화'다.
'옛날옛날에 공주가 살고 있었어요' 라고 말하면 아이들이 절로
자신들이 본 애니메이션, 동화책 삽화 속 공주를 떠올리듯,
'사냥꾼이 나타났다.' 하면 그냥 알아서 사냥꾼 모습을 직접 상상해야 하는...
아무래도 이 작가(라고 불러주기도 아깝지만)는 직업을 잘못 고른 것 같다.
라노벨 말고 적당히 교훈적인 내용과 따뜻한 이야기를 상상해서
얌전히 동화나 쓰는 편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아, 연령대는 유치원, 높게 잡아서 저학년 대상 정도로만...
그 이상 나이대가 이딴 글을 읽었다간 어휘력만 죽거든 ㅇㅇ
네 번째, 주인공 설정과 성격
주인공에 대해 알아보자.
이름 '유나', 나이는 15세. 주식투자의 귀재라서 현실에서 돈을 왕창 벌었고,
히키코모리라서 운동신경은 바닥, 팔굽혀펴기 10회도 못하는 수준.
가족도 친구도 없고 혼자 있는 걸 선호하며, '신'이 주인공을
이세계로 소환할 때 주인공이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돈'이라 답한 덕에 이세계 돈을 왕창 얻게 됐다.
입고 있는 곰 장비는 엄청 강해서, 지치지도 않고, 빠르고,
몬스터를 쉽사리 물리치고, 마법도 아무렇지 않게 발동하는 등 만능이다.
개인적으로 먼치킨 설정을 싫어해서, 주인공이 별 고민 없이 마법을 휙휙 써대고,
몬스터도 확확 잡아대고, 퀘스트 하면 주변에서 우와우와 감탄해대는 게 맘에 안 든다...
심지어 주인공보다 등급이 높은 S, A급 용사는 등장조차 하지 않고
이 책은 설정이 얄팍한 나머지 주인공이 작중 최강 세계 최강 우주 최강인 것 같다.
물론 주인공이니까 세계 최강은 맞겠지. 하지만 최소한 주인공이 이세계에 오기 전에
원래 최강인 사람 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나? 이 책은 그런 강자의 존재조차 없다...
또한 주인공의 반응이 너무 비현실적인 느낌이다.
이세계에 떨어졌을 때도 게임인지 현실인지 분간을 못 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렇다고 혼란스러워하는 기색도 없었고, '아, 여기가 이세계구나'하는 걸
알아차린 건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 현실의 자기 모습이라서...
단지 그 뿐이었으며, 현실에 대한 미련도 강하지 않다.
말투도 뭔가 무뚝뚝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큰 동요를 하지 않고,
아무리 현실에 미련이 없다지만 니트로서 그렇게 좋아하던 TV, 게임 모두 못 하게 됐는데
이에 대해 별다른 감정 표현이 거의 없다...
물론 아예 없진 않은데... 그것도 그냥 '그래도 일본인이니 쌀을 먹고 싶다'면서
밥 때문에 현실을 살짝 그리워하는 정도 뿐.
심심할 땐 잠을 자든지, 마법을 익히거나 마물 도감을 탐독하면서
TV, 게임 없는 무료함을 달랠 수 있다고 대충 때운다...
그리고, 주인공 1인칭 시점의 소설인데, 어째서인지 이 책 한 권을 다 읽어도
주인공의 '개성'이 뭐냐고 물으면 답하기 애매하다.
강한 덕분에 엄청 우월감, 도취감이 넘치는 성격인 것도 아니고,
가상 게임은 좋지만 진짜 몸으로 이세계를 다니는 건 싫다며 질색하는 것도 아니고,
얼른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야기 흐름에 따라 흘러가는 속 빈 종이인형 같은 존재랄까...
'혼자를 선호한다' '곰 의상을 벗은 일반인 상태일 땐 약골이다'
라는 점 외엔, 주인공이 살아온 환경과 관련된 오직 주인공만의 성격, 설정이 없다.
15세 소녀로 설정돼있긴 한데, 솔직히 이거 남자로 설정해도 별로 큰 차이는 없어보인다.
(특히 동행자인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귀엽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주인공이 여성 혹은 니트이기에 있을 수 있는 생각이나 일상, 주인공만의 개성이 거의 없다.
(그나마 있는 건 아까 언급한, '곰 의상을 벗은 일반인 상태일 땐 약골이다'라는 것 뿐.)
물론 독자는 주인공에게 자신을 대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인공의 개성이 적다는 건 그만큼 우리 자신을 대입하기 쉽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이건 개성의 유무 이전에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문제다.
곰인형 탈 뒤집어쓴 것?
그건 그냥 장식이다.
길 걷다보면 사람들이 쳐다본다는 정도,
처음에 창피했지만 나중엔 아니고, 자기 스킬은 죄다 곰인형을 쓸 때만 발휘돼서
별 수 없이 쓴다는 것 외엔 큰 의미도 없다.
결국 '아, 미소녀가 이세계에 떨어진 건 너무 평범하고 식상해서 곰인형 입혔구나.
그 귀여운 표지 일러스트로 사람 좀 끌어모을 생각이었겠지. (내가 거기에 낚인 거고)'
하는 생각 밖에 안 들더라... 차라리 '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처럼
주인공을 이세계의 마물로 태어나게 해줬다면 모를까...
이건 너무 개성이 없다.
없는 건 개성 뿐만 아니라 '목표'도 마찬가지다.
한 때 수많은 작법서를 접한 적이 있었는데,
작법서들에서 기본적으로 거론하는 말이 있다.
바로 '주인공에겐 욕망(욕구, 목표)이 있어야 한다'라는 것...
'해적왕이 되고 싶다',
'악당에게 납치된 연인을 구하고 싶다',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
'가족을 죽인 수수께끼의 원수를 찾고 싶다', 등등...
주인공의 목표나 욕구로 설정할 수 있는 건 아주 많다.
그런 게 있어야 작품의 흐름, 나아갈 방향이 잡히고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될텐데, 이 작품은 그게 없다.
주인공이 그냥 이세계에 떨어지고... 그냥 산다.
마법이 있는 것 같으니 배워보고, 스킬이 있는 것 같으니 써보고,
퀘스트가 있는 것 같으니 해보고...
하도 먼치킨이고 곰인형 의상의 스펙이 좋아서
의식주 문제로 고민할 이유가 없고,
현실에서 주식으로 번 거금이 이세계 화폐로 환전된 덕에 금전적 문제도 없다...
(+ 작가가 주인공 설정을 확립도 잘 안 한 것 같다.
초반에는 돈은 얼마든지 있으니 몬스터를 잡은 후 돈을 받을 생각도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나중에 건물을 짓기 위해 땅을 샀을 땐 '가장 싼 땅이 어디에요?'하면서 가격을 따진다...
돈 문제 없다면서 왜... 그 먼치킨 급 강함이면 몬스터 토벌해서 돈 버는 건 쉬울텐데 왜...)
고민, 갈등, 목표... 이 모든 게 없는 주인공...
가진 거라곤 귀여운 외모와 귀여운 곰인형 코스튬...
"현실로 못 돌아가서 이세계에서 계속 사니까 그런 거다"?
그럼 최소한 '위기'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강한 몬스터도 결국 오래 고민 않고 잡아버리고,
이세계에서 새로운 인생 목표로 삼는 것도 특별히 없고,
어떤 적이 주인공을 노린다거나 하는 일도 없고...
말이 여기까지 나와서 말인데, 슬슬 다섯 번째 문제점을 말할 때가 된 것 같다.
다섯 번째, 그냥 재미가 없다...
세계관 설정은 엄청 단순하고,
그 단순한 설정이 얕기까지 하고,
그 얕은 설정이 묘사마저 단순해서 더욱 빈약,
주인공 랭크는 F에서 천천히 성장하는데
최상위인 S나 A는 등장조차 하지 않고,
몬스터는 쉽게 물리치고,
목표나 위기감도 별로 없고...
차라리 내가 자면서 꾼 꿈이 이것보단 재밌을 거다.
아예 본문을 쫙 훑어서 스토리 요약을 해주고 싶지만
귀찮거니와 이 책은 두 번 읽을 가치가 절대 없는 책이니 미안하지만 그건 삼가겠다...
여섯 번째는... '모에'하지가 않다.
이 책 표지를 보자마자 난 이런 생각을 했다.
'반칙이다... 이렇게 귀여운 제목, 귀여운 필명, 귀여운 표지라니!'
그러면서 덜컥 사버렸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까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그냥 뭐... 마법을 쓰면 그게 곰 모양이고
마법으로 집을 지으면 곰 모양이고,
소환수도 귀여운 곰이고...
주인공 옷도 곰이고...
그냥 그게 전부다. 애초에 위에서 말한 문제점 중에
묘사와 서술이 너무 단순하다는 게 있던 것처럼,
작가가 그 귀여운 시츄에이션들을 너무 단순하게 묘사해버려서
'귀여움'이라는 게 별로 잘 안 와닿는다...
이 책은 어쩌면 표지 그림만 보고 만족하면 되는 책이었을지도 모른다...
8천원 주고 표지를 사면 글 찌꺼기가 따라오는 느낌?
일곱 번째는, 일러스트가 너무 적다...
발췌문 인용을 위해 책을 훑는 것만으로도 빡치는 관계로
책에 몇 장의 일러스트가 있는지는 확인하기 귀찮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4, 5장 정도?
그리고 보통 라노벨 앞표지를 넘기면 본문에 나오는
두 세 장면 정도를 컬러 일러스트로 그려주거나
등장인물을 컬러로 그린 페이지가 있기 마련인데
이 책은 아니다...;; 고작 곰 소환수 위에 앉아 있는 주인공과
동행자 소녀의 모습을 그린 한 페이지만 있다...
그리고 일러스트가 5장이라 치면 그 중 4장이 주인공만 그려져 있어서
나름 자주 등장하는 조연들의 얼굴은 비칠 새도 없다...
기억하라. 이 책은 표지가 가장 모에하고 표지가 가장 귀엽다.
즉, 굳이 사서 확인할 가치는 없다는 말이다...
알라딘 책 표지 이미지 '크게보기'를 누르고,
나온 표지 이미지를 우클릭, 저장, 끝.
그거면 이 책에 더 이상 관심 갖지 않아도 된다.
8천원으로 더 좋은 책을 사라... 이건 진심이다...
에휴...
분명 읽는 동안, 서평을 쓴다면 이 말 저 말 하고 싶은 게 많이 떠올랐는데
막상 글로 정리해보니 더 하고 싶은 말은 있으나, 그걸 뭐라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거 하난 확실하다.
이 책은 재미가 없다.
이 책을 사는 것은 손해다.
표지 일러스트를 소장하고 싶어서 약 8천원을 쓸 여유가 있다면 사도 좋다.
하지만 그럴 여유도 없고, 읽을 생각이라면 관둬라...
이 책의 표지는 마치 식충식물의 달콤한 향기와도 같아서
꽤 덕후를 끌어모으기 좋은 모에함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은 당신 두 눈을 터트려버리는 지뢰이자,
"표지의 모에함"과
" '내가 써도 이것보단 낫겠다!' 라는 자존심 세워주기"
라는 두 가지 기능 밖에 없는 책이다...
아,
그래도 마무리할 겸,
초반에 말했던 "그나마 꼽을 수 있는 장점 넷" 정도는 언급해줘야 겠다.
1. 글이 단순하고 짧아서 빨리 읽을 수 있다.
(대신 문장력이 별로라서 읽고 싶지가 않다.)
2. 모에하지 않다는 단점 덕분에, 의외로 '뽕빨'이 없다. 이건 정말 의외였던 점.
덕분에 너무 노골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 작품은 '귀여운 곰', '곰인형을 쓴 소녀의 귀여움'에 초점을 맞췄달까나.
(하지만 표지가 이러하니, 약간의 뽕빨 정도는 넣어도 괜찮았는데...)
3. 세계관이 복잡하지 않아서, 읽으면서 어려움이 없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세계관이 단순하고 무슨 동화 속 마을처럼 식상하다는 것...)
4. 서술, 묘사 대신에 대사로 때우는 글을 혐오했는데,
이 책은 의외로 대사보다 서술, 묘사를 쓰는 편.
(다만, 단점에서 말했다시피 서술, 묘사가 엄청 단순해서 이 장점은 있으나 마나...
그리고 주인공은 이방인이라서, 세계관 설명은 모조리 이세계인의 대사 위주이고
한창 나아가다가 갑자기 마을 주민이 '모르냐? 설명해주지'하면서 나불대는 거 보면
뭔가 추욱 늘어지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