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터 서큐버스는 참회하지 않아 1 - S Novel
오리구치 요시노 지음, 이연승 옮김 / ㈜소미미디어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내용으로 말할 것 같으면,

 

외진 곳에 위치한 어느 작은 교회.

 

나라에는 이미 대성당이 있어서 굳이 이 교회를 찾아오는 '사람'은 없다.

 

그러자 듀라한, 버번시, 레프리콘 등과 같은 마물들이 참회실을 찾아오는 일이 잦아졌는데

 

참회는커녕 불만을 토로하고 문제해결을 부탁하는 고민 상담소 같은 꼴이 되어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수녀가 되고 싶다는 서큐버스 '실바'가 교회를 찾아오게 되면서,

 

서큐버스 견습 수녀와 동거(?)하며 이 마물, 저 마물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옴니버스물이다.

 

 

일단 소재 자체는 무난하다.

 

성직자를 타락으로 이끄는 '음마'가, 자신과 정반대 성향인 수녀가 되고 싶어 한다든가,

 

교리상 순결을 지켜야 해서 이룰래야 이룰 수도 없는 남주와 서큐버스의 러브 포지션,

 

이따금씩 참회실을 찾아오는 마물과 얽힌 에피소드들...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 결말을 그만큼 무기한 연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찾아오는 마물과 종류/고민만 다양하게 설정한다면 소재도 얼마든지 뽑아낼 수 있으니,

 

무난하게 장편 연재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소재다. (3권으로 완결나버리긴 했지만...)

 

 

서술이나 문체도 나쁘지 않고

 

빵 제조 과정 같은 몇몇 부분에선 디테일이 떨어지지만

 

작중 등장하는 허브, 말(馬)에 대한 정보도 나름 디테일하며,

 

마을 구조와 풍경, 각 마물에 대한 정보도 적당해서

 

아는 마물이면 반가울 것이고 모르는 마물이라도 새로운 느낌이라 좋다.

 

 

그리고 작가님이 책날개에 써놓으신 것처럼 인외물 덕후이시던데,

 

과연 그 쪽으로 나와 취향이 맞는 덕인지 캐릭터들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

 

다만 하반신이 뱀, 말, 거미로 된 마물 소녀는 호불호가 갈린다는 걸 의식하셨는지

 

여기 등장하는 마물 소녀들은 죄다 인간형이다. 이 부분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군.

 

(일본에선 2016년에 이 작가님이 출판하신, 라미아가 주인공인 병원 스토리 라노벨이 있던데 그건 언제쯤 정발해주려나... 표지 보니 라미아, 켄타우로스 등등 나오는데다가 '몬스터 아가씨가 있는 일상' 작가님이신 오카야도 씨 께서도 극찬하셨다던데...!)

 

 

그리고 뭣보다 일러스트가 아주 좋다... (특히 2장 듀라한 편의 일러스트가...)

 

딱 표지에 꽂혀서 샀던 책인데, 과연 실망스럽지 않다 ㅎㅎ

 

 

 

다만 문제점이 적지 않은 것이,

 

우선 서술이 너무 차분하다.

 

그래서 웃긴 상황이 펼쳐져도 그게 덜 와닿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만, 배경설명이나 상황설명을 할 때

 

뭔가 필요이상을 말해주는 느낌이라 좀 늘어진다.

 

1장에서 서큐버스의 몸에서 최음 성분의 향기가 난다는 설명이

 

시도 때도 없이 언급되는 게 특히 그랬다.

 

 

내용도 너무 소소하다.  

 

마물의 고민거리 자체가 소소해서 자연스레 해당 챕터 스토리까지 소소한 경우도 있고,

 

재밌게 이끌기만 한다면 재밌을 수 있는 고민거리나 상황도

 

너무 간단하고 심심하게 전개시키는 느낌... (특히 3장인 '실키' 편이 그랬다) 

 

 

마지막에 나름 위기감있는 전개로 절정부의 긴장감을 연출하려 했던 것 같은데,

 

작품이 코미디물이다보니 뒷부분이 결코 시리어스하진 않고

 

위기감에 비해 싸움 승리 과정이 좀 김 빠진다...

 

 

 

그리고 이 책,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인데

 

정작 그 로맨틱 코미디 파트가 나올 때 너무 어색하다...;;

 

챕터가 끝나는 부분에 남주와 여주(서큐버스)가 좀 알콩달콩한 대화 나누면서

 

부끄러워하는 장면이 삽입되는데, 이게 너무 뜬금없고 부자연스럽고 어색하고...

 

애당초 이 작품은 '로맨틱'도 약한 편이니 로맨틱 코미디가 약한 건 지당한 일이었나...

 

 

게다가 이거, 하렘물이었다...

 

마물들은 찾아왔다가 떠나고, 서큐버스와 남주의 로맨틱 코미디 정도일줄 알았는데

 

소꿉친구(?) 비스무리한 포지션의 여캐가 있는가 하면 

 

고민상담하러 온 마물 중 몇이 눌러앉아서 자연스레 교회에 여캐가 늘어나버린다...

 

작품 시작 부분에선 신부님과 예비 신부인 남주로 남자 둘 뿐이었는데,

 

마지막 부분에선 같이 사는 여캐가 넷이나 추가된다...

(그 중 한 명은 같이 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 찾아오니 결국 그게 그거다...)

 

뭐 그렇긴 해도, 네 명이나 되는 여자 중에

 

남주에게 관심이 있는 건 딱 두 명 뿐이니, 그렇게까지 하렘은 아니라서 다행 ㅇㅇ

 

 

 

 

결론은,

 

옴니버스 전개로서 무난한 소재를 갖고 있고,  

 

'인외물'이긴 한데 대중성을 의식했는지 인간형 마물만 등장하다보니

 

라미아나 켄타우로스 같은 마물 쪽 취향인 사람에겐 안 맞을 수도 있다.

 

서술이나 문체도 나쁘지 않고 설정과 설명도 디테일하지만

 

내용이 너무 소소하고 그렇게 큰 사건이 없는지라 지루하게 느끼기 십상이고, 

 

뭣보다 '로맨틱 코미디' 파트가 굉장히 적은데다, 나왔다 하면 어색하고 노잼...

(그래도 '어이쿠! 넘어졌더니 가슴을 만져버렸네?' 하는 그 뻔한 게 안 나온 건 감사한다!)

 

한 권을 다 읽겠다는 의무감만 없었더라면 중간에 덮었을 책이다.

(사실, 덮었다. 덮고 1년 뒤에야 처음부터 다시 읽고 서평 쓰는 게 오늘이다.)

 

 

게다가 스토리로 말할 것 같으면, 마물들의 고민상담을 서브 스토리,

 

'서큐버스가 수녀가 되는 과정'을 메인 스토리라고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서큐버스가 수녀가 되기 위한 노력'이 작중에 크게 다뤄지지 않아서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그냥 서큐버스를 교회에 동거시키기 위한 설정으로 끝내버린 것 같다.

 

 

즉, 사실상 다음 권이 사고 싶어진다거나 뒷내용이 궁금한 일이 전혀 없는 책...

 

뭐, 나는 소재가 취향에 맞으니 다음 권을 계속 보겠지만...

(사실 이미 2, 3권도 다 사놨고 말이지)

 

 

 

난 그렇게 엄격하거나 눈높이가 높지 않아서 4점 정도를 주려 했는데

 

단점을 찬찬히 살펴보니 3점 정도가 맞는 듯하다.

 

헌데 1, 2점을 주신 분들이 적지 않은지라 나름 평균점수 상향 의도로 4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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