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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의 나비
프란시스코 지메네즈 지음, 하정임 옮김, 노현주 그림 / 다른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때론 아주 소박한 꿈이 사람을 울리기도 한다. 거창한 꿈이야 아직 이뤄지기까지 갈 길이 멀어서 그렇다손 치더라도, 별로 큰 욕심을 부리는 것도 아닌데 그 바람이 좌절되었을 때, 거창한 꿈이 꺾였을 때보다 더 서러워지기도 한다.
멕시코 불법 이민자로서 늘 떠돌아다녀야 했던 판치토의 꿈은 정말 소박했다. 캘리포니아에 가기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고된 기차 여행도 신나게 했던 판치토.
혼자 남는 것이 싫어 빨리 가족과 함께 목화를 따러 가고 싶어하고, 미구엘리토와 함께 시냇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은빛 물고기를 잡기로 약속도 한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공을 받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빈다. 무엇보다도, 정들었던 곳에서 금세 떠나지 않고 계속되는 이별을 맛보지 않도록, 한 곳에 정착하기를 간절히 아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더 나이를 먹고 자라기까지는 외롭게 혼자 남아있어야 했고, 같은 처지인 미구엘리토와의 약속은 예고 없이 훌쩍 떠나야 하는 불법 이민자로서 지킬 수가 없는 것이었다. 가난한 형편 때문에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받은 것은 엄마가 눈물로 포장한 사탕 한 봉지.
읽으면서 어릴 적 내 기억들이나 이룰 수 없었지만 계속 꾸었던 내 꿈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판치토의 소박한 꿈이 제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책장을 넘겼다. 그래서 마지막 반전이 더더욱 놀랍고 마음 아팠다.
하지만 가난하고 불안정한 삶 속에서도 판치토의 꿈은 계속 꿈틀거리면서 생명력을 유지한다. 자신이 아끼던 희귀동전과 배움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수첩을 잃고 난 후에, 가슴앓이를 하며 한층 더 자란 것처럼. 내 생애 최고의 책을 꼽으라고 했을 때 주저 없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들곤 했었는데, 판치토는 제제와는 또 다른 흡입력을 가져다 주는 것 같다.
세상에 대해 많은 질문들을 안고 있을 어린 아이들에서부터 가슴이 뻑뻑해져서 촉촉한 무엇을 찾는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번쯤 읽어볼만한 이야기다. 특히 물질적인 풍요로움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지 못하고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향해서만 달려가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90%가 실화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