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한 우리 멋
조자용 지음 / 안그라픽스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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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부리서체를 통해 이 책의 서평을 쓰게 되다니, 넘 행복한 일이다.

우선 이 책 너무 이쁘다, 처음에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 강렬한 색상과 레터링 그 이유 하나 뿐 이었다. 책이 정말 이뻤는데, 본문 디자인과 내용은 또 얼마나 훌륭하던지, 감사한 기회로 이 책을 읽어보았다.

이제 막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하던 찰나에, 책을 들고 다니며 읽으며 힘들다는 투덜 투덜 거리는 핑계를 접어 두었다.

우선 책은 조자용 할아버지 선생님이 들려주는 옛 이야기 이다. 우리의 멋을 쫓으며 생겼던 일화, 그리고 관련된 내용을 호탕하게, 때로는 나긋하게 긴박감 넘치며 말씀해주셨다. 특히 난 이 책을 밤에 따뜻한 침대에서 읽는 것을 좋아했다. 친할아버지를 본 적이 없어서 추억이 없었지만, 책을 통해 할아버지가 내 방에서 심심한 내게 여러 이야기를 해주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에 그랬다. 그 만큼 책은 어렵지 않고,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는 소화가 잘 되는 음식 처럼 내게 들어왔다. 그렇기에 책이라서 어렵지 않게 다가갔으면! 한다.우리 고유 문화에 대한 길라잡이와 같은 책이다. 큰 내용들과 관심사를 더 깊게 팔 수 있도록 이야기를 준비해주셨다. 도깨비, 호랑이, 금강산등등 할아버지같은 선생님이어서 말씀해주신 내용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을 읽는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점!

1년전 부터 서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서체는 사람과도 같이 느껴져서, 서체의 형태나 역사를 찾아보며 글자들이 내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역사가 싫었던 내가 위키피디아를 펼쳐보고, 노션을 만들며 흔적을 쫓아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는데, 책에서 조자용 선생님께서 하셨던 행보들이 낯설지 않았고, 우리의 멋이란 것에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던 감사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디자인적으로도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왜냐? 나는 디자이너니까. 370page가 넘어감에도 책은 가볍다. 손바닥 사이즈만해서 크지도 않다. 가방에 가볍게 들어가고 부담도 되지 않는데다가, 한 손으로 받치고 읽기에도 적당했다. 아래 사진 3처럼 본문의 조판을 보면, 아래가 비워져 있다. 엄지로 페이지를 잡아 페이지를 고정하기에도 좋았다. 손바닥으로 책을 받치고, 엄지로 가볍게 누르면 책은 부담 되지 않는다. 가볍게 소화되도록 부담되지 않았던 판형과 조판, 종이의 선택이었다. 본문에는 아르떼, 도판에는 미색모조를 사용하셨고, 서체는 최정호체와 sabon을 섞어짰다.

왜 두사람이 만든 서체를 사용했을까 했을때, 최정호선생님, 얀치홀트 조자용. 세 분의 공통점이 존재했다. 세 분다, 역사속에서 현재를 발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도 새로울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 노력하셨던 선생님이시다.

"나는 이 분야에 손을 대기 시작했을 무렵 여러가지 난관에 부딪혔었다. 이렇다 할 스승도 없었고 특별한 참고섲거도 없었음은 물론이었다. 나의 이러한 전철을 나와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젊은 이들에게도 똑같은 되풀이되길 원치 않기에 그들에게 조그마한 길잡이가 되고플 따름이다. ~" 1978년 8월 9일 꾸밈.

최정호 선생님 께서도 한글의 고유 자산을 지키시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셨다. 얀치홀트는 신 타이포그래피를 주장하며, 타이포그래피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이분이 처했던 시대적 배경은 정말 대단했다. 나치 정권 과같은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빛을 내신것. 과거에 있던 Garamond서체를 뼈대로 Sabon체를 만들었고, 과거의 현대적 계승이라고. 조자용 샘도 이분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김서방 찾듯 우리의 멋을 쫓아 가셨더라.. 세분의 콜라보레이션이 있었던 역사적 배경이기에 이 폰트의 선택은 기가 막혔다. 그리고 크지 않은 판형이기에 경제적인 Sabon은 감초같은 역활을 제대로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도판을 뒤로 뺀 것도 좋았다. 조자용 할아버지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하며, 우리 역사에 대해 상상할 수 있었다. 한국에 살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여러 맥락들로 인해 한 글자 하나하나에, 그림이 더세세하게 그려 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액자식 구조와 같은 단편 영화를 본 것 같았다. 할아버지가 우리의 멋을 쫓아온 과거의 이야기, 그리고 틈틈히 조선시대나 과거로 할아버지와 함께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갔다 올 수있도록 본문에는 글만 배치해 주어서 넘 감사드렸다. 그리고 뒤로 그림을 찾아 보면서, 난 전국팔도에 있는 우리 멋을 쫓아 가는 액션을 취하는 것 만 같았다는 것!

매번 시도했던 안그라픽스 서평단 체험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책으로 처음 마주할 수있어서 정말 좋았다. 조자용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는 이야기가 너무 좋았어서 개인적으로, 조자용 선생님을 검색중이고, 흐름을 따라가며, 노션에 우리의 이야기에 관해서 정리해보려 한다. 그리고 서체로 이런 것들을 표현하고자 구상 중이다. 도깨비 서체, 넘 좋은것 같은데? 용수염 서체, 거북이체 솔직히 지금 너무 설렌다 ㅎㅎ!

보통 사람들은 상상 못할 굵고 묵직한 인생관이 있는데, 그런 인생관에서 태어난 것이 우리 서민 예술이라고 생각된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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