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란 무엇인가 - 우리역사한마당 4
민족문제연구소 / 아세아문화사 / 1997년 8월
평점 :
품절


 

“친일파 문제는 한국사회의 원죄이다.” 이 책을 집필한 민족문제연구소는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한국사회에 더 이상의 발전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 하에서 친일파에 대한 개괄적이고 총체적인 분석을 통해 친일파를 규명해나간다. 1995년 발족한 이 민족문제연구소는 반민족 집단의 범죄를 논리적, 과학적으로 밝혀 민족정기를 확립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으로서 여기고서 친일파가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였는지 시대적 흐름과 객관적 자료를 통해서 입증하려한다. 그 시대의 상황을 잘 알 수 있기 위해 필요한 자료와 시기별로 잘 구분해서 분석하여 객관성을 높이고 있지만 저자의 다소 편향된 분석과 냉소적인 시각은 독자들에 있어서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갑신정변 때부터 해방 후 친일파까지 지배체제의 변화와 사회구조의 변화,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서 저자는 침략기와 지배체제 구축기 그리고 민족 말살기 등으로 나누어서 친일파를 분류한다. 시기별로 친일의 성격을 가지는 인물들의 정치적 경제적 성향, 당시의 지위와 그 지위가 당시 민족사회에서 끼쳤던 영향력 등을 바탕으로 친일파의 맥락을 잡고 있다. 당시 일본의 식민 정책은 시기별로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친일파가 생겨나는 모습도 다양하였다. 대표적인 시기별 친일파의 성격으로는 지배체제 구축 시기에서 적극적으로 친일론을 강조하던 이완용 등이 일한 병합이라는 취지를 내걸고 이것이 조선의 최선의 양책이라고 주장하였고, 30년대에는 식민 상황에서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친일을 통해서 유산층이 된 조선인과 일제의 통치방식하의 친일관료들이 민족전체를 말살하려는 식민지배에 이용되기도 하였다. 말기의 변절한 엘리트 민족주의자들 또한 명확한 친일파로서 분류하고 있으며, 해방 후 미군정 시기 초에 친일파 청산에 실패하고 이후로 식민 지배의 잔재는 계속 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며, 때문에 저자는 뿌리 뽑지 못한 친일파의 규명과 청산을 통하여 식민 잔재를 제거해야만 민족사적 과제를 해결하고 민족의 역사가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군정에 의해 친일파의 청산의 기회를 놓친 후 친일파의 청산은 현재에까지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변절하지 않은 민족주의자들의 후손들이 몇 대에 이르러서 사회적으로 낮은 위치에서 어렵게 살아오고 있는데 반해 친일파의 후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서 편하게 살아오고 있다. 반민족적인 행위를 통하여 얻어진 결과물이 이것이라면 한국의 역사는 어두운 일본 식민 잔재의 그늘아래서 계속되어갈 것을 이 책을 보는 이로 하여금 걱정케 만든다. 이전의 과거를 완전히 청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국민의 정서 역시 친일파의 청산을 통한 민족정기의 회복과는 멀어진 것이 사실이고 저자의 주장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로 남아 있어야 하기에, 친일파가 무엇을 하였는지, 그들이 우리 민족의 역사에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올바르게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친일파란 무엇인지 압제를 통한 진실의 소극적 표현이 아닌 온전한 진실의 표현으로서 알게 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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