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죽는다.‘ 언젠가는 반드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어떤 순간이 온다. 운명이 명령한 순간이자 사랑하는 이와 살아온 세상, 내 삶의 유일무이한 존재인 나 자신과 작별해야 하는 순간이다. 그때가 오기전까지, 치열하게 사랑하기를, 온 힘을 다해 살아가기를...... (작가의 말)
다정한 그녀의 눈은 35년이라는 생물학적 시간과 일치하지 않았다. 그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눈이었다. 삶에 단련된 자 특유의 무덤덤한 눈이었다. 나로서는 일흔 살이 돼도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단단한 눈이었다. 다정한 그녀 앞에서 주눅이 들었던 건 그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강철처럼 검푸르던 그 눈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생각하자 등허리 밑으로 이상한 한기가 퍼졌다.
인생에서 최악의 사건은 죽음이 아니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나는 지쳤고, 피곤했다. 삶에 대한 미련도 없었다.
나는 큰 소리로 엄마를 불렀다. 엄마~! 좋은 일이 있을 때 엄마에게 가장 먼저 알리는 게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엄마가 울었기 때문이다. 엄마랑 나는 눈물샘의 어딘가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후로도 한참을 엄마가 울 때마다 나도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