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길 노잣돈은 준비하며 살아야지
장안수 지음 / 한솜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가을은 조락(凋落)의 계절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Fall 이라 한다. 둘 다 모두 떨어진다 라는 뜻이다. 삶에 바쁜 인간들도 이 때는 인생과 죽음을 생각하며 조금은 철학적이 된다.
특히 나 같은 회갑을 넘긴 노인들은 더욱 애상에 잠기게 된다.

옛말에도 예순 나이는 본격적으로 '저승길을 닦기 시작하는 나이'라고들 했다. 이런 때에 '저승길, 노잣돈을 준비하며 살아야지' 하는 제목의 책을 만났으니 어찌 눈에 확 들지 않겠는가? 더욱이나 동료 교사가 쓴 책임에랴? 4년여 보아온 저자의 면면들을 떠올리며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일 것이다라고 책을 펴 든 나는 점점 그의 오래고 치열한 구도의 길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들로 산으로 쏘다니며 사색하는 것을 좋아했고 고전 읽기로 논어, 맹자, 불교 서적, 신구약성서를 섭렵하며 진작 생사의 문제에 정면으로 대결해왔다.

누구나 하는 젊은 시절의 방황도 남다른바가 있다. 단(丹) 행공(行功)이며 기도원에서의 기도생활, 선도 수련등 피나는 과정을 겪으며 드디어 그가 만난 대법을 통하여 저승길 노잣돈을 구하는 방법을 확실히 알게 된다.

공수래(空手來) 공수거(空手去)라고 하는 인생을 저자는 업(業)수래 공(功)수거라 표현하고 있는 대목은 우리에게 간절한 가르침을 던져준다. 업을 지고 나온 이 세상 (業手來)에서 공덕을 쌓아 업을 없애고 공수거(功手去)하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공덕을 쌓는 것이 바로 노잣돈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덕을 쌓는 과정에서는 반야경의 '상이 머무르지 않는 보시 (無柱相布施-누구에게 주었다는 생각마저 버림), 성경의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을 상기시키고 있는 대목은 좋은 일을 좀 하면서 세상에 이름 내놓기를 즐기는 요즈음 세상에 정말 필요한 말씀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사람을 제도함에 있어서 조건, 대가 심지어 이름도 따지지 않는다는 대법의 소개는 요즈음 종교에 보내는 신선한 충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육신을 입고 온 이상 이로 인해 생기는 온갖 고생을 바로 덕으로 전환시키며 우주의 본원으로 돌아가는 끄나풀을 한 올 한 올 엮어나가는 것을 인생사로 생각하고 감사의 마음으로 주어짐에 최선을 다할 때 하늘도 응답한다는 확신을 저자는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것 같다.

4년여 같은 학교에 근무하며 많은 대화들로 그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있음을 증언할 수 있어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은 배가된다. 차분하고 온화한 안색과 언행, 형식과는 거리가 먼 편안하고 넉넉한 의복, 과학 교사로서의 전문성, 시대에 부응하는 정보 처리 능력의 탁월함, 학생 지도에 임하는 애정과 성실성, 동료 교사들에게 주는 조건 없는 도움들의 그 뿌리가 바로 진선인을 추구하고 있는 대법의 공덕 실천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행(行)을 앞세우지 않고 언(言)만 난무하는 세상에 말이 사뭇 없다시피 한 저자가 구도의 스승들인 부처, 예수, 노자, 공자, 소크라테스, 이홍지 등의 뜻을 천만의 일이라도 세상에 전하는 것이 도리라 여겨 펴낸 것이 본서이니 책을 접하게되는 독자로서는 정말 복 있는 인연이라 하겠다.

하얀 백지를 좀먹는 박테리아(이어령 지음) 같은 글들이 판치는 세상에 옷깃을 여미며 삶의 자세를 성찰케하고 아득한 우주와 인생의 본원을 탐색하는 본서가 세상에 많이 읽혀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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