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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임볼로 음붸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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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다 읽고나서 책 표지와 제목을 다시 보면 많은 생각들이 파도 처럼 밀려온다. 작가 임볼로 음붸는 가상의 마을 코사와를 만들고 그 안에 사는 코사와 주민들의 감정과 선택들을 생생히 그려낸다. 일단 한번 책을 시작하면 100페이지까지는 바로 내달려 읽게되는 책이다. 그만큼 밑줄 치고 싶은 문장도 많이 나오고 책 띠지 에 적힌 우리 시대의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 라는 문구가 들어맞는 책이다. 이렇게 쉽게 코사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는 이유는 우리도 매일 뉴스에서 지구 곳곳의 환경오염에 대해 듣고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미세 먼지 농도를 체크하기 때문에.. 아픈 가족 구성원이 혹시나 어떠한 환경오염 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지 않을까 늘 걱정하는 마음을 가진 채 지내기에.. 몇 십년 후에서야 알려지는 거대 기업들의 환경오염 범죄 이야기들은 처음 듣는 게 아니기 때문에.. 소위 선진국에서 편하게 누리고 소비하고 버리는 것들이 그 원재료들과 쓰래기들이 어떤 노동력으로 생산되고 처리되는지.. 책을 읽고 나니 전에 보았던 <마이클 클레이튼> 영화도 떠올랐다.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30년 전 정부는 코사와 마을 주민들은 참석 하지 않은 베잠의 한 회의에서 코사와의 땅과 물을 미국의 석유회사 펙스턴에 팔았다. 주인공 소녀 툴라의 할아버지 할머니대부터 펙스턴은 코사와 곳곳에 석유 추출 기둥을 세워 석유를 빼 내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70년생인 툴라가 10살 때부터 같이 놀던 동갑내기들 그리고 갓 태어난 툴라의 동생 주바와 같은 어린아이들도 아프기 시작한다. 


우리는 한낱 어린아이였지만 죽음에는 어떤 논리나 순서도 없음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p20

우리는 진실을 알았다. 죽음은 가까이 있었다. p37

우리는 미래를 상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날 밤을 가능한 한 오래 붙들고 있고 싶었다. 이길지도 모른다는 옅은 희망, 그 낙관 속에 최대한 오래 머물고 싶었다. 콩가처럼 제정신을 놓아버리고 승리자로서의 새로운 삶을 기대하며, 두려움이 사라진 자리를 잠시나마 메운 환희를 만끽하고 싶었다. 그들은 성급하게 승리를 선언했다. 그날 밤 우리는 전쟁을 선포했다. 이튿날 아침에는 그들이 쳐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우리가 호락호락하게 무릎 꿇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들은 알았어야 했다. p41-42

아이들이 공유하는 것이 그들이 밟는 땅,한 나무에서 떨어진 과일, 마을 우물에서 길어 오는 물 말고는 또 무엇이 있겠는가? p54 


사와 마을에 온 펙스턴 대표단은 늘 문제로 들어가지 않고 새로운 표현으로 오래된 거짓말만 되풀이 할 뿐이다. 그렇게 또다시 어느 날 펙스턴 대표단이 돌아가려 할 때 미치광이로 불리던 콩가가 펙스턴을 막으면서 코사와와 펙스턴 간의 긴 투쟁이 시작된다.


미국에는 그 소장처럼 명랑한 사람들이 가득한지 궁금해졌다.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우리가 자기들 때문에 죽고 있는데 그들은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p101


"언젠가, 나이가 들면, 우리를 죽이러 온 자들과 구하러 온 자들이 똑같다는 사실을 꺠달을거네. 그들이 자신들을 무엇이라 소개하든지 간에, 그들 모두 우리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끝없는 욕망을 채우려는 속셈으로 이곳에 온다네." p141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툴라 를 중심으로 작가는 코사와 에서 살아온 여러 캐릭터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들려준다. 마치 분쇄기에서 나온 종이를 다시 붙여두는 작업처럼 책을 읽을 수록 그들의 이야기는 제목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을 반복하게 한다.

작가가 매우 현실적으로 코사와 주민들의 투쟁을 그려내고 있다고 느꼈다. 펙스턴에 대항 하는 방법의 선택부터 세대 차이도 보이고 , 정경유착 가부장제로 인해 또 몇 겹의 고통을 받는 코사와 마을 여자들의 이야기도 마음 아팠다..


한 사람의 죽음을 초래한 자신들이 받을 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자식들을 위해 벌인 일 탓에 자식들이 겪을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부모가 되고서야 우리 역시 세상을 뒤덮은 추악을 씻어내려다가 외려 자식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172

마음의 상처야말로 가장 큰 병이라고 나는 아이에게 말한다. p185

그들은 우리를 상대로 한편으로 뭉쳤다. 펙스턴은 우리의 기름을 원했고, 정부는 펙스턴의 돈을 원했다. p187

바로 그날부터 툴라는 책의 세계에서, 그리고 사실상 미국에서 살기 시작했다. p209

그러자 아이샤는 겸손을 흉내만 낸 듯한 말투로 앞으로는 세상이 여자 뜻대로 굴러갈 거라고 대꾸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웃지도 못한다. p221

코사와를 벗어난 친구들은 돌아올 때마다 한때 자신들에게 속했던 것을 애틋한 눈빛으로 둘러보았다.-------떠난 이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터전과 코사와를 분리하는 언덕을 고맙게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눈에 보였다. 그러나 코사와에 남은 이들은 펙스턴이 무슨 짓을 하든지 간에 절대 떠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또 다졌다. p262-263


우리 마을 사람들은 지식이 없어서 죽어가는 거라고 했다. 우리 아이들 중 한명이 미국에서 지식을 배워 올 수 있으면, 훗날에는 그 어떤 정부나 기업도 지금처럼 우리를 짓밟을 수 없을 거라고 했다. p179


툴라는 미국에서 공부하기로 시작하고 미국에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열심히 활동하며 살아간다. 툴라는 코사와를 떠났지만 잊지 않았고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며 그들의 투쟁을 금전적 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듣다보니까 미국이 사실은 코사와였다는 기이한 꿈을 꾸는 것 같았어. 이런 사연들은 끝이 없어.p278

탐욕스러운 자들이 나머지 사람들을 먹이 삼아 자신들의 욕심을 채운다고. 나는 미국에서 목격한 것들로부터 위안을 받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더욱 상처를 받았어. 코사와는 무참히 짓밣힌 수많은 곳 중 하나일 뿐이며, 우리보다 강한 사람들도 훨씬 처참하게 망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p372


툴라의 할머니 야야의 이야기도 인상 싶었다. 세상은 웃을 일 천지인데, 나는 나 자신에게서 그것을 박탈했다.------아니, 세상엔 웃을 일이 참으로 많다. 이제야, 병상에 누어 죽어간는 신세가 되고서야 깨달았다. 삶은 우습다. 죽어서 가져갈 수도 없는 땅을 두고 피 터지게 싸우는 것이 어찌 우습지 않으랴? 삶이란 바람을 좇는, 무의미하고 우스꽝스러운 술래잡기다. p287


8년후 코사와로 돌아온 툴라는 토사와 해방의 날을 성공시키기 위해 친구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노력하고 코사와의 친구들 또한 그들의 방식으로 해방의 날을 준비하기 시작하는데...

누나가 가는 곳마다 여자들이 기쁨의 춤으로 환영했다. "우리 중 한명이 하고 있는 일을 봐요." 여자들이 노래했다.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을 봐요." p428


궁금 했던 책이기에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는데 코호북스 서평단으로 책을 받아서 기뻤다. ^^

외국소설을 생생히 느끼며 빠져들 듯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좋은 번역 덕분이기에 감사드린다. 소설의 구조가 참 마음에 들었다. 어린시절 부터 친구들의 죽음을 보고 자라는 툴라 성장 과정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의 마음을 그들의 나레이션으로 듣는 코사와 이야기, 그리고 각자 선택한 투쟁의 방식이 다 다르지만 한 곳에 모여서 빛나던 그들의 노력들.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는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의 정곡을 찌른다. 위대한 현대판 우화의 힘과 깊이를 지닌 이 소설에서 임볼로 음붸는 우리시대의 진정한 히로인을 선사한다." 시그리드 누네즈의 찬사에 깊이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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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긴 방 마르틴 베크 시리즈 8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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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머머머 나왔어요 ㅠㅠ 번역가님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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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함 6페이지로 사라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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