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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벼르던 끝에 책을 손에 쥐고 읽어가면서 느꼈던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다.
조난당한 소년이 벵골 호랑이와 종을 뛰어넘은 우정과 사랑으로 서로 의지하며 조난을 헤쳐가는 아름다운 이야기쯤으로 상상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언제 호랑이에게 먹힐지 모르는 위험과 망망대해 홀로 떠있는 고독, 굶주림과 절망에 사투하는 소년의 고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아름답고 슬프게 느껴지는건 신을 사랑하고 감수성 예민한 소년이 철저한 고독과 절망 속에서 삶에 대한 순수한 갈망과 모든것의 조화로움을 깨달게 되는것이 마치 구도자의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신비로움과 역경의 바다에서 마침내 그가 육지에 다다라 구조 되었을 때에도 기쁨보다는 연한 슬픔이 느껴졌다.
주인공 피신의 깊은 슬픔은 단순히 그가 겪은 고난보다 그가 보게된 절망의 깊이에 연관한다.
인간 심연에 엷은 막으로 덮여있는 해갈할 수 없는 고독을 들여다 본 것 같아 책을 놓은 한동안도 계속 마음이 아팠다.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지만 피신을 떠올릴 때마다 이렇게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게 또 우리에게 항상 신을 축복이 함께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