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맨날 이런 공부만 하고 싶어요! - 초록샘과 함께하는 신나는 교실 이야기 살아있는 교육 41
김정순 지음 / 보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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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샘의 교실살이는 자연스럽다. 움이 터서 뻗어 나가고 열매를 맺어 떨구고 갈무리하는 계절의 흐름과 함께한다. 말문을 열고 생각을 모으고 마음이 모이는 과정도 자연스럽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여기저기서 불쑥 드러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작은 위기 상황에서 진면목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흐름이 깨어질 때, 뜻한 대로 되지 않을 때 초록샘은 챙겨야 할 것을 살뜰하게 살피면서도 다투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다. 가로막히면 다른 길로 돌리기도 하고 웅덩이를 만나면 차곡차곡 채워서 나아가기도 한다. 그 방식이 따스하고 조화롭다. 남을 해하지 않고 자신을 상처입히지 않고 존재로 세상의 행복에 이바지한다. 마치 자연의 뭇 생명들이 그렇듯. 자신이 살려고 빛을 찾아, 물을 찾아 뻗어나가는데 다른 존재를 이롭게 하고 남을 살리기도 하듯.
   
개똥이의 처지와 눈높이를 헤아리니 함께하는 모든 일들이 겉돌지 않는다. 드러내지 않으면서 개똥이들 속으로 배어드는 초록샘의 마음길, 눈길, 손길이 있다. 정성스레 살피고 다독인다. 자세하게 살피고 마음을 준다. 마치 부드러운 한 줄기 바람처럼 다가간다. 그 다정함은 힘이 있어서 상대를 부드럽게 녹인다. 밀어내지 않는다. 겨울 햇살 같기도 하다. 
   
초록샘은 개똥이들의 생각을 묻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개똥이들의 말에 귀기울여 그것에서 출발한다.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서 개똥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직접 몸으로 공부할 수 있게 돕는다. 시간을 두고 이야기 나누면서 같이 문제를 해결한다. 덕분에 개똥이들은 교실에서 삶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 몸으로 경험하고 다른 존재와 마음을 나눈 일들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마음 한편에 고이 간직되겠다. 
   
시간이 지나 이렇게 책 한 권으로 엮였지만 초록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던 8년 전 그날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모르셨을 거다. 그때그때 길을 내며 가꾸어 오신 하루하루가 쌓여서 지금에 이르셨을 테다. 오늘도 자분자분 내딛으실 걸음걸음에 축복을 보내며 나도 한 걸음 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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