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 300년 왕국을 향한 손정의의 야망과 도전
스기모토 다카시 지음, 유윤한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손정의에 대한 책은 이미 많이 나와 있지만, 망설이지 않고 이 책을 골랐다. 얼마 전 신문에서 이 책을 추천하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일단 두꺼운데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게 될 정도로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사실이다. 손정의에 대한 다른 책에서는 밝혀지지 않았던 비교적 최근의 사건까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특히 손정의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전격적으로 회담을 하고, 후계자로 지정한 니케시를 내치는 과정이 자세히 나와 있어 인상적이었다. 이들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의 굵직한 사건들이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영국의 암 홀딩즈를 인수하기로 전격적으로 결정하는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손정의는 이 협상을 위해 터키의 항구도시 마르마리스에 있는 식당의 2층 테라스 전체를 빌렸다. 이곳에서 짙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10년 동안 짝사랑해온 기업에게 33000억 엔에 이르는 인수를 제안하기 위해서였다.

   식당 전체를 빌려 10년 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기업의 회장을 불러낸 뒤, “소프트 뱅크의 우산 아래로 들어오라고 말하는 손정의. 사랑하는 여인을 쟁취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승부수를 던지듯, 목표로 하는 사업에 운명 전체를 거는 그의 화끈한 결단을 보며 내 가슴이 뜨거워졌다. 한번밖에 없는 인생을 손정의처럼 무언가를 이루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AI의 등장과 함께 나날이 빨라지는 기술 혁신 속에서 자칫하면 혼란에 빠지기 쉬운 곳, 경제의 패권이 누구 손에 들어갈지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곳...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세계이다. 4차 산업 혁명을 맞아 사회가 격변하고 있고, 이제는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 없으면 일자리를 잡기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해내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이 책에는 그런 혼란스러운 세상을 헤쳐가도록 도와줄 지혜가 재미난 이야기 곳곳에 숨어 있다. 손정의와 그를 둘러싼 스트리트파이터(오늘날의 손정의가 있기까지 뼈를 깎는 고통도 함께 한 측근들)들의 삶을 통해 그가 사업에 둔 높은 뜻을 엿보는 동시에, 급격한 시대 변화를 주도해가는 손정의식 판단력과 실행력을 배우게 해준다.

   유유상종이란 말대로 영웅 주변에는 영웅이 모이는 법이다. 손정의와 그를 지지하는 영웅들이 펼치는 한 편의 드라머를 통해 시대에 대한 통찰과 삶의 추진력을 얻고 싶은 사람은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자네 카드게임 할 줄 알아?"
"네? 압니다만. "
"그럼 포커 규칙을 잘 생각해봐. 투페어보다 포카드가 훨씬 강하지 않은가? 포카드라면 꼭 이길 수 있지."
"그건 그렇지요."
"그러니까 이런 경우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다 매수하는 방법을 써야 하네. "
그후 실제로 야후는 두 회사를 모두 매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이처럼 손정의는 어중간하게 하는 것을 싫어한다. 무엇을 하든 처음부터 철저하게 플랫폼 자리를 노리고 덤벼들고 싶어한다. 가와베는 손정의로부터 이런 충고를 받은 적도 있다.
"지금 야후에게 가장 잘 나가는 사업이 무엇인가?"
"그야 야후 옥션입니다. 이익률을 계산해보면 가장 높습니다."
"그런가?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지면 야후 옥션이 붕괴될 것 같은가?"
"네? 야후 옥션이 다른 회사와 경쟁에서 지는 시나리오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 그걸 생각해보고, 상대방이 공격하기 전에 그 방법으로 먼저 선수를 쳐야 해. 어떤 일을 당하면 위험할지 철저히 파헤쳐보게. 하나만 아니고 가능한 경우를 모두 생각해 선수를 쳐야 해. 언제나 모든 사업에 그런식으로 접근해야 하네."

만일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생활 스타일은 확 바뀌고, 정말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날 것이다. 손정의는 그런 새로운 물결을 맞이할 인프라를 손에 넣기 위해 거액을 들여 보더폰을 매수한 것이다.
그런데 모바일인터넷의 단말기, 즉 스마트폰의 두뇌가 될 만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다가올 시대의 플랫폼이 되지 않을까. 이런 고민 끝에 손정의가 찾아낸 해답은 암이었다. 따라서 암에 대한 자료를 조사해본 니키가 단박에 ‘사장님이 좋아할 만한 회사‘라고 결론내리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손정의는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을 것 같은 비참한 기분에 젖어 지내기보다는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이끌어온 책을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도사번 하급 무사의 차남으로 태어난 료마는 ‘일본을 한 번 깨끗이 세탁해보겠다’는 뜻을 이루고 31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료마는 마지막 5년 동안 진정 중요한 일들을 했다. 그전까지는 보통 청년이었다. 결국 인생 마지막 5년만 있으면, 세상을 바꿀 정도로 큰 일을 할 수 있다. 나한테도 5년은 있다. 그래, 적어도 앞으로 5년은 살 수 있다. 그렇다면 료마처럼 남은 인생을 불태워보자!’
이때부터 손정의의 투병생활은 바뀌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기회도 없었다. 그동안 사업가로서 앞만 보고 달렸다. 휴식이란 단어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구르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간을 한 번 제대로 사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 손정의는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병실 안으로 들여왔다. 흔히 책벌레 학생들이 그러하듯 손에 닿는 대로 한시도 쉬지 않고 책을 읽었다. 이 시기 동안만 대략 3000권 정도 읽었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