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A to Z - 114개의 키워드로 읽는 아인슈타인의 모든 것
캐런 폭스.아리에스 케크 지음, 최수홍 옮김 / 도서출판성우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솔직히 말해, ‘아인슈타인과 여인들’, ‘마릴린 먼로’, ‘머리모양’, ‘옷차림’ 같은 항목을 먼저 골라 읽었다. 21세기 최고의 천재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던 듯하다. 수많은 전기작가들로부터 아인슈타인의 서신과 사생활을 필사적으로 지키려했던 두카스(아인슈타인의 비서)의 일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말이다.

이 책에서는 천재를 영웅화하거나 신비하게 덧씌우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호사가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아인슈타인에 대한 소문에 대해 단호하게 사실 여부를 밝힐 때는 때로 당혹스럽기까지 할 정도다. 이를테면, 사소하게는, 아인슈타인이 수학에서 낙제했다는 이야기는 꾸며진 이야기다, 라는 것부터 아인슈타인의 여자 관계가 꽤나 자유분방(?)했다는 사실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심지어 두 번째 아내인 엘자와 결혼하기 전에 그녀의 딸 일제와도 성적인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은, 아인슈타인에 대한 환상(?)을 가진 독자라면 그 기대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물리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천재 역시 절망과 자기모순을 겪은 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시오니즘과 이스라엘 건국을 지지했으나 유대인의 민족주의적 태도를 비판했으며, 사회주의자는 아니었지만 세계의 악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이 사회주의 경제의 수립이라고 믿었다. 국제연맹에 가입과 탈퇴를 반복한 일화는 전쟁과 이념의 대립으로 얼룩진 극단의 시대에, 연구실에 간디 사진을 걸어놓았을 정도로 평생 평화를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려 했던 한 물리학자의 고민을 어렴풋이 느끼게 한다.

물리학을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아무리 쉽게 씌여진 책이라 한들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물리학 관련 대목은 술술 건너뛰어가며 읽었다.(다행스럽게도 그것은 동시대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던 듯하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이 아니라 광전효과에 관한 논문으로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 그리고 그 상을 수여하기까지 노벨상위원회에서는 숱한 논쟁을 벌였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마리 퀴리, 프로이트 등 동시대 과학자들과의 일화도 흥미로우며, 뉴턴역학이 도전받던 20세기 초반의 물리학사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분량에 비해 부담감 없이 읽히지만, 114개의 키워드로 되어 있고 각각의 키워드별 내용이 그 자체로 완결적이어서, 간혹 앞에 나왔던 이야기가 다른 키워드 부분에서 또 나오기도 한다는 점이다. 기억력이 좋은 독자라면 조금 거추장스러울지도, 혹은 물리학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복습하는 기분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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