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과 돌의 노래 2 - 변란 속에 핀 꽃
김영미 지음 / 시간여행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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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덮고 더디 가는 시간을 마주하며 운곡과 해월, 온요와 운과 돈후와 나란을 그리고 또 그렸다.

평생을 다가서지 못하고 눌러 놓기만한 사랑을 죽음 앞에서야 담담히 풀어놓은 운곡을 두고, 그 마음 한 자락에 고맙고 또 고마운 마음으로 배웅해야 하는 해월이 어떤 삶을 펼칠지...

외롭고 허한 마음에 사랑하는 이을 담은 돈후는 다른 곳을 바라보는 온요에게 남은 삶을 지킬 수 있는 든든한 바람막이가 될 수 있을까...

1권에서 풀어놓은 수많은 삶들 가운데 돈후, 온요, 운곡, 해월에 유독 눈이 간 것은 이들의 사랑이 같고도 다른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상을 쫓아 다른 사람을 살리며 새 세상을 꿈꿨으나 사랑은 갖지 못한 운곡이 안타깝고, 마음 한 자락 닿을 한 뼘조차 갖지 못한 돈후가 겨우 마음에 담은 온요는 이미 다른 사람을 마음에 담았으니 뻗지 못한 그 마음이 어디로 갈지 2권만 기다렸다.

변란 속에 핀 꽃으로 첫 장을 열자마자 쉴 틈없이 몰아치는 사건과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주인공들의 삶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1권의 잔잔함이 이런 폭풍으로 펼쳐질 줄이야...

서경파를 압박하는 김부식, 그 과정에서 정적인 정지상을 숙청하고 서경파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총공격을 감행한다.

가문을 버렸으나 아비의 목이 떨어지는 순간 역적이 된 운은 돈후에 의해 목숨의 구함을 받으나 김부식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정적의 아들이나 온요의 정인이자 구안정의 미래를 위해 운을 구한 돈후는 아비인 김부식이 먼저 손을 써 집에 데려다 놓은 온요를 만나고 풀지 못한 사랑을 강요한다.

운곡의 양딸로 구안정의 살림꾼으로 어렵사리 운을 마음에 품으며 세월을 살던 온요, 삶의 이유를 찾게 한 운곡이 죽고 구안정 식구들이 흩어지고 정신없는 새 눈을 뜨니 돈후가 앞에 있다. 마음에 품은 정인은 아니되 한 뼘 한 뼘 조심스레 다가오는 돈후의 사랑이 눈에 들어온다.

온요를 마음에 품었으되 그 마음 한 자락조차 펼칠 수 없는 오랑케 출신 나란, 그저 구안정 식구들과 온요의 평안한 삶을 만들어 줄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서경파의 숙청을 위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펼치는 개경파, 그 안에서 마음에 담은 온요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돈후, 아비를 잃고 사랑하는 온요마저 빼앗겨 복수를 다짐하며 전장에 나선 운, 마음에 담은 운을 두고 돈후의 가여운 삶에 눈이 가는 온요...

1권이 아스라히 그리운 마음이라면 2권은 자정 넘어 어둠 속에서 길을 비추는 달빛이라고 할까?

돈후의 선택이, 온요의 마음이, 운의 행동이, 나란의 희망이 엇갈리지 않고 나름의 이유를 찾고 그 열매를 맺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한다. 2017년의 눈으로는 답답하기만한 온요의 행동들이 고려시대를 상상하면 글을 읽고 의술을 익힌 온요가 나름 신여성이 아닐까 싶어 예쁘고 또 예쁘다. 해서 온요의 마음이 사랑으로 이어지기를, 누군가의 목숨과 바꿔 남은 삶을 눈물 속에서 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랑은 행복해야지 않나,,, 적어도 글에서만이라도 사랑은 늘 행복하기를 꿈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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