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방금 책의 뒷표지를 덮었다.
<<누설 주의>>>
책의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나무랄데 없다고 생각한다. 표지가 아름다운 것이야 두말할 것 없지만, 이번 권에서 (책을 다 읽고 나니 비로소 그 장치의 목적을 알겠더라만)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첫번째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즉 프롤로그 부분이다. 처음에는 특유의 오래된 종이 질감이 무척 좋았다. 예전에, 캐나다에서 중학교를 잠시 다녔을 적에 숙제 때문에 (사실은 그 당시 유달리 독창적이던 친구를 따라한 거지만) 에이포 용지에 커피물을 들여서 양피지 느낌을 내고자 한 적이 있었다. 아이디어는 친구 것, 노동은 엄마 것, 결과는 기대 미만...(아이디어의 주인인 그 친구의 결과물은 참고로 아주 훌륭했다.)이었지만 아주 강렬하게 뇌리에 남은 기억이다. 그런 기억도 떠올리게 만드는 프롤로그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에필로그에 가니, 이것이 어떤 장치였는지, 독자들에게 어떤 눈속임, 어떤 상정을 통해 기쁨을 주려고 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옴니버스식 추리물이고, 세부적으로는 시오리코 씨가 고서를 통해 비밀을 알아내고 진실을 밝혀내는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지만, 3권을 읽고나니 저자가 독자를 시오리코 씨의 위치에 앉혀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또한 책을 읽고, (이 경우 책 속의 내용이 미스테리라는 점이 다르지만) 복선과 힌트를 통해 비밀과 진실을 밝혀내야하는 것이다. 소위 황금세대의 작가들이 하던 독자와의 싸움의 변주라고도 볼 수 있겠다. 작중에서도 범인이 될 법한 인물은 주로 한정되어있다. 마찬가지로, 시노카와 가족과 비블리아 고서당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려는 독자에게, 범인인 인물도 이 중에 있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작중에 인용(원용?)된 미야자와 겐지의 시가 인상적이었다.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은 `주문이 많은 음식점`과 `첼로 켜는 고슈` 정도만 원서로 읽어보았을 따름이다. 그리고 유명한 저서로 `은하철도의 밤` 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정도에 그치는, 외국작가에 불과한 존재였다. 하지만 (부록으로 딸려온 `시집`도 있고) 작중에서 강조된 시구는 내게도 무척 인상적인 시구였으니 작년~올해 한 해 제인 오스틴에 집중했다면 내년 한 해는 미야자와 겐지에 집중해보아도 좋겠다고,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1권보다는 2권이, 2권보다는 3권이 재미있는 책이었다. 매번 나를 아쉽게 하던, 시오리코 씨에게 부여한 환상이 덜 부각된 점도 좋았다. 어쩌다보니 5권만 책장에 있길래 막 4권도 주문했다. 그 전까지 나는 고전부 시리즈의 4번째 책을 읽으면서 기다려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