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또 도졌다. 아침부터 심난하기 그지 없다.
아이들이 조금 커서 방을 달란다!!
근데 난 내 방도 가지고 싶고... 그렇게 생각이 산만해지더니, 급기야 이사를 할가? 아님 집을 한번 갈아 엎고 다 새걸루 바꿀까? 하는 데 까지 생각이 미친다...
그러고 나면 30평 도시 아파트 그렇게 넓은 것이 필요하냐시던 권정생선생님의 글말씀도 생각나고, 빚도 아직 다 못 갚은 처지에 또 돈 쓸 궁리하는 내 모습이 내 눈에 보이고, 가장 가난한 이애게 하는 것이 당신께 하는 거라 하셨던 주님 말씀도 떠오르고..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들은 하나같이 영적 가난함과 더불어 가난한 이들을 도닥여주시고, 함께하셨던 분들인데... 난 왜 이리 호사스럽게 살고 싶어하며 그분들을 닮고 싶어하는 이 심사는 또 뭐지? 나 넘 이중적인 거 아냐???
하는 데까지 생각이 뻗친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러고는 시선이 문짝이 두개 떨어진 씽크대에 가서 박힌다...
그래 서랍은 상자를 하나 넣어놓고 쓰면 지금보단 낫겠다... 위에 문짝은?? 이궁! 보기에 좀 그래서 그렇지 쓰긴 편하지 뭐!! 헉!! 그럼 이번에 문짝 떨어진 화장대는? 그건 답이 없는데 ㅎㅎ
바보가 바보들에게...
뒤에 바보는 맞는데.. 앞의 분은 바보가 아니신데...
표지에 추기경님이 웃고 계신다. 젊은 시절 사목하실 때 신자들이 신부님 못생기셨다 했다는데, 당신의 성정이 그대로 닮긴 노안은 아름답기만 하다.
무엇을 위해 살며, 무엇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네가 살아 있든지 죽든지 그건 그리 중대한 문제가 아니다. 참으로 중요한 건 제가 무엇을 위해 살며,무읏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 살아 있든지 죽든지,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며, 무엇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진리, 정의, 사랑을 위해 살고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값지고 보람된 삶입니다. - 29쪽
요즘 자꾸 여기저기 당기고 아프다. 건강에 적신호인가 생각이 들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직 아이들이 어린데... 그리고 아직 사는 것 처럼 살지 못했는데... 여기에 생각이 미치면 조급한 마음이 든다.
내가 만약 얼마 살지 못한다며, 혹 내일 죽는다면 가장 후회되는 일을 꼽아 보았다.
좀더 주위사람들과 화목하게 지내지 못한 것, 특히 아이들에게 내가 가진 사랑을 온전히 전해주지 못하고 밉게 표현한 것과, 좀더 놀아주지 못한 것, 마음을 읽어주고, 안아주지 못한 것!! 이것이 으뜸가는 아쉬움이고, 둘째는 신랑에게 좀더 많은 사랑을 주기보단 받기만을 기대하고, 실제 그리했던 것, 그리고 좀더 의미있게 삶을 살지 못한 것!! 이었다.
의미 있는 삶이란, 나에게 의미있는 삶은 무엇인지?? 대뜸 떠오르는 말이 하느님 말씀대로 사는 삶인데, 아이러니한 것이 나의 신앙심이다. 아직도 이렇게 많은 의심으로 겉으로만 맴도는 주님의
딸인데도 주님은 그런 응답을 주시니 참으로 사랑이 많으신 분임이 틀림없다...
의미있는 삶...
묵상이 여기에 이르니, 안토니 불룸의 아버지가 '네가 살아 있든지 죽든지 그건 그리 중대한 문제가 아니다' 라고 한 말의 의미를 짐작이나마 할 수 있겠다...
오늘따라 그냥 이렇게 끄적여놓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