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는 임용-기간제-7급-9급 공시를 겪은 여성의 공시 라이프를 재구성한 거라 몰입감 있게 읽었다. 잠시라도 노량진이든 수험생활은 했던 사람이라면 인물과 자기를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디테일하다. 공시 생활이 얼마나 자신을 쥐어짜야 하는지, 과도한 경쟁과 좁은 합격문 때문에 어딘가 웃퍼지기까지 하는 극기의 노량진 생활을 잘 묘사했다. 1부는 언뜻 공정해 보이는 공시가 가리고 있는 불공평한 경쟁 문제들, 3부는 그럼에도 공시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을 만드는 한국 사회의 비정한 모습. 통계와 인터뷰, 인용으로 구체적으로 탁탁 제시되니까 이미 아는 상황인데도 숨막히기도 했다.저자는 책을 쓴 의도를 언급하며 부디 이 책을 읽고 ‘헬조선이니까 공시나 해야겠다‘고 결심하지 말길 부탁한다. 자신의 책은 늘 암담하고 씁쓸하다라고 말한다. 암담한 현실을 직시함으로써 현실 변혁의 불씨를 일으키려는 집필의 의도와 달리 독자들은 무기력을 느끼고 현실에 순응하게 되는 부작용을 경계하는 듯. 해결책으로 하루하루를 비판적, 정치적 개인으로서 살아주길 부탁한다. 정론이고 다른 대중서에도 자주 나오는 대안. 선거로 정권이 바뀌고 여러 일자리 정책들이 나오는 때라 전보다 조금 더 기대하게 되는 대안이네.
좋은 책은 독자도 필자처럼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떠들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100점. 책 읽는 내내 나만의 알바일지를 써보고 싶어졌다. 늦은 음식으로 어느 가족의 저녁식사를 망치는 건 아닐까 하는 미안함, 늘 웃고 편안하게 해주지만 계약서 앞에선 냉담했던 사장님, 알바니까 봐주고 젊은 여자라서 무시하는 손님들 같은 것들. 저자처럼 돈 패닉이란 말을 해줄 사람이 내겐 없으니 나라도 스스로에게 외워준다. 오늘도 알바터로 나간다.책에 대해 더 말하자면 내용의 배치가 좋았다. 크게 호주 워홀과 워홀 전후의 여러 국내 알바 이야기로 진행되는데. 공간과 시간이 다른 두 알바 경험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알 수 있도록 배치돼있다. 한 알바노동자가 어떻게 단련되어 왔는지 순서대로 책을 읽으면서 따라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