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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1825일의 기록 - 이동근 여행에세이
이동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1 나를 스친, 내가 떠나온 풍경들에 대한 고백
이동근 여행에세이 『너 1825일의 기록』(21세기북스)에 담긴 골목길 이야기는 돌아갈 수 없는 날들의 풍경에 대한 그리움이다. 또한 나를 스친, 내가 떠나온 풍경들에 대한 고백이다. 이제는 찾기 힘든, 사라진 골목들과 남아 있는 골목들. 일상적인 그래서 더 와 닿았던 골목길 감성 사진과 길 위의 사색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골목은 다채롭고 너무나 일상적이다.
햇빛 맑은 날의 느낌이 다르고 비가 오는 날의 느낌이 다르며, 눈이 오는 날의 풍경이 다르다.
골목길을 걸으며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골목여행은 이 세상에서 내가 혼자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휴식이었다. 40p에서
여행이란,
자신이 머물러 있던 장소와 사람들의 소중함을 돌아보기 위함이며
자신의 감성을 깨우기 위함이다. 243p에서
골목이란 따뜻한 느낌의 이 말, 이 속에서 사람이 살고 있어서일까!
- 정말 오랜만에 혹은 아주 우연히 만난 풍경, 사람들이 그리는 이야기가 참 애잔하게 다가왔다.
예전에 먹었던 국수가락이 그리워 찾아 갔던 곳에 세월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할머니를 다시 만난 이야기 편, 쓸쓸한 삶의 뒷모습을 응원하는 교육 복지사의 간절한 바람-아이들이 가난한 마음을 안고 살지 않기를 바라는 그 마음, 아름다우나 참 고단함이 묻어나는 산복도로 위 마을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편한 신발을 신고 조금 느린 속도로 책 속을 거니는 골목길 여행 이야기, 함께 걸어보았다.

-여행은 사람과 풍경의 만남이며,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그래서일까, 항상 여행이란 말 속에는 설렘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작가의 시선과 속도가 느껴졌다. 이 길 위에서 동네 안쪽 여기저기 작은 골목길을 서성여 본다.

-길은 곧 사람의 역사이자, 사람이 남긴 흔적이다.
산토리니라 불리는 이 마을은 참 예쁘고 아기자기해보이지만 피란민들의 악착같았던 그 고단함이 묻어난다.
하나 둘이 모여, 마을이 되고 길이 된, 그리고 삶이 된 그곳 가보고 싶다.

-헌책방 골목은 이런 기분들을 잘 아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소이다. 이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헌책방들은 골목을 사이로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비친다.
책이 있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누군가의 추억이 사람을 기다리는 곳 헌책방 골목, 참 멋지다.

-당신에게 그곳을 더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그곳을 온몸으로 품은 것이다.
골목길이 좋은 건 사람들의 삶이 묻어나고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골목에서 살아온 사람처럼 나는 자연스럽게 골목에 섞이고 싶었다.
무지 큰 욕심일까! 구경온 사람이 아니라 우리 동네에 온 것 같은, 나 또한 골목길 풍경이 될 수 있는 그런 매력을 꿈꿔 본다.
#2 길위에서 풍경을 만나다
이동근 여행에세이 『너 1825일의 기록』을 앉은 자리에서 읽어버렸다. 어떤 풍경들이 펼쳐질까 내내 궁금했었고 1825일이란 시간이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이 책의 어느 한 켠에서도 어디에 가면 무엇이 멋지고 어떤 맛집이 있다라는 여행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지난 오년이란 시간을 서성였던 골목길 풍경 이야기. 그 속에서 만났던 따뜻했던 사람들, 언제라도 불쑥 따라붙는 그림자같은 추억들과 상처, 청춘, 인생, 삶의 이야기가 1825일이란 시간에 녹아 있었다.
점점 사라지는, 그래서 관광지화 된 곳도 있는 많은 골목길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때론 그곳 주민의 마음으로 보고 듣고 고백했던 이야기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곳의 풍경은 다시 볼 수 없는 그리움의 대상이며 사람 사는 소리, 사람 냄새 가득한 삶의 터전이며 여전히 사람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기며 어느새 나는 기억 어딘가 잘 담아두었던 추억이란 페이지 속에서 나는 유년이 되어 어린 시절 우리 동네를 걷고 골목길을 헤매고 있었다. 참 순박했던 동네 사람들의 얼굴이 대번 선명하게 되살아났고 함께 놀던 벗들도 열 살 남짓의 꼬맹이와 악동으로 볼이 빨갰다.지금은 사라진 길이 된 우리 동네, 이 책을 보면서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추억 한 보따리를 꺼냈고 길 위의 풍경 덕분에 마음이 먹먹해지고 코끝이 찡해졌다.
골목이란 말에 가득 담긴 따뜻함만큼 힘들었던 요즘 내 마음은 작가의 감성과 사색에 충분히 위로받았고 사진에 담긴 삶의 이야기에 감동을 느꼈다. 전에 친구가 산에 가면 모두가 친구가 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골목길에 가면 누구나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스치는 누군가의 표정에서, 묵묵한 골목길의 풍경에서 느껴지는 그 따뜻함이 더불어 우리도 그런 풍경 속으로 이끈다.
골목에서 자라나 많은 추억을 쌓아 왔고 지금도 골목과 부딪치며 여행을 하고 있는 작가, 그 언젠가 골목길에 관한 지도를 만들고 싶다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앞으로도 따뜻하면서도 느린 속도의 풍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