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우리 관찰하며 놀자! - 생명과학자 김성호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한 사계절 생태 체험
김성호 지음 / 지성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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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우리 관찰하며 놀자!

김성호 지음

지성사

 

 

-생명과학자 김성호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한 사계절 생태 체험-

 

 

 

 

 

      식구들과 도시텃밭을 하면서 올해는 더욱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여전히 떠들썩한 요즘, 텃밭에 가면 숨통도 트일 수 있고, 초록의 성장을 바라보며 위로와 감사를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얘들아, 우리 관찰하며 놀자!를 접했을 때, 바로 이 책이다!’라는 느낌이 왔다. 텃밭 가꾸는 엄마로서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관찰하는 방법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는데, 읽을수록 자연과 생명의 신비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고, 저자의 자연 이야기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망설임 없이 적는다. 자연과 생태에 관심이 많거나 적으신 모든 분들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 곁에 있는 자연과 생태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지, 왜 자연을 관찰해야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귀한 질문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김성호 선생님은 모 방송사 영재발굴달 새(조류) 박사님으로도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새 관찰자로서 가장 아름답게 글을 쓰는 분으로도 알려져 있다.

      

     『얘들아, 우리 관찰하며 놀자!는 청주에 사는 10여명의 청소년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만나 자연에 깃든 생명을 관찰한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담아 펴낸 책이다.

      4월달 첫 만남에서 관찰에 이해를 시작으로 들꽃, 물속에 사는 생물, 열매와 버섯, , 생명들의 흔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각 장은 자연관찰 답사 출발부터 마무리까지의 <전반적인 대강 이야기>, 관찰 대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우리 친구들이 만난 생명>, 관찰하며 느끼고 알게 된 것을 기록한 <우리 친구들 생각>, 저자의 마음과 시선이 담긴 <나의 마음과 바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 관찰, 관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다

 

      『얘들아, 우리 관찰하며 놀자!에서 <4-첫 만남, 관찰이란?>편이 나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바로 이 부분을 읽으며 관찰의 깊은 의미를 돌아볼 수 있었다. 아이 키우면서 관찰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했긴 했는데, 돌아보니 나는 참 엉터리였던 것 같다.

 

 

 

 관찰이란,

내 마음속에 있는 빛을 찾고 보는 것

새로운 것과 만나는 것

관찰 대상과 친구가 되는 것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보는 것

배우는 것

채워가는 것

- <본문 중에서>

 

      저자의 관찰에 대한 내용에 학생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보태어 글로 정리한 것이다. 한 명 한 명 사진으로 다 올리고 싶을 만큼 귀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자연과학에 깃든 깊이감을 알게 해 준 단어 관찰’. 이 장을 보면서 학생들이 진지하게 쏟아낸 생각의 발걸음 속에 다시 한번 크게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기록하지 않은 모든 것은 지워진다.’직접 보았어도 다 본 것이 아닐 수 있으며, 직접 들었어도 그것이 처음부터 끝까지를 달은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기록의 중요성과 오류를 조심하고 언제나 겸손한 자세를 갖자는 이야기였습니다.(17)

 

      관찰을 할 때 필요한 자세를 읽으면서, 삶의 방법을 관통하는 이야기 같아서 생각하고 음미하면서 읽어보았다.

 

 

# 자연과 함께 성장하기

------꽃을 만난 뒤 그 높이로 눈높이를 맞춥니다. 작은 들꽃을 만난 경우 흙바닥에 엎드리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꽃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며 보이는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하는 모습도 무척 진지합니다. 자연과 가까이 지내며 아름다운 모습을 많이 마주하는 편이지만, 아직 무언가에 몰입하는 사람의 모습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만나지 못했습니다.(31)

 

------자연을 알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연을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몰랐던 세상에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어류의 종류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큰 물고기를 보게 되어 기뻤다.(80)

 

-----평소 느끼지 못할 뿐 우리 곁에서 자연은 알아서 살아간다. 고개를 숙이고 자세를 낮추니 저들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162)

    

 

 

      생태체험의 방법과 관찰일기를 작성하는 방법은 이 책을 조금만 펼쳐도 어디서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의 방점은 위의 문장들에 있었다는 것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단순히, 자연 관찰을 하는 방법을 알고자 했던 나의 좁은 생각들이 책을 읽으면서 덕분에 확장된 것은 큰 소득이다. 자연을 관찰하며 천천히 하나씩 보이게 된 세상을 보며 학생들의 시선과 마음도 훌쩍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연 안에서의 성장과 성숙이 학생들에게 스며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새박사님과 학생들이 함께 우리 지역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생물과 동식물을 관찰하고, 토론하고 모둠별 활동을 하며, 활동 결과지를 작성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을 오롯이 만나며 성장하는 이야기에 이 책의 비밀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고여 있는 물이 있습니다.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곳이지만 우리는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조금 고여 있는 물조차 뭇 생명이 깃들인 공간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잠시라도 생각해 보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96)

 

-----이런 시간들이 쌓이며 세상의 그 무엇에라도 조금 더 다가서서 자세히 보는 힘이 깊고 단단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50)

 

------무엇이 삶을 뒤바꿀 계기가 될지 모릅니다.(98)

 

------어떤 세계에 깊이가 있다는 것은 멋진 모습입니다. 다른 친구들도 자신이 진정 사랑할 수 있는 무엇을 찾으면 좋겠습니다.(116)

 

------관찰은 결국 무엇 하나를 보는 것이지만 지금부터 하나만 보면 결국 그 하나를 나중에는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나라도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이기를 바랄 뿐입니다.(116)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따뜻함과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문장들이 많이 나온다. 그 가운데 몇 문장을 기록하였다. 자연이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변화무쌍한 자연을 깊고 넓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학생들을 생각하는 저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성장하고 있었던 것은 비단 생태체험에 참여했던 학생들만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만나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해당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을 함께 바라보는 삶이란 이렇듯,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로 느껴졌던 대목들이다.

    

 

#

      이 책을 읽으며, 지금 우리 식구가 텃밭을 일구는 일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다시 한번 실감한다. 코로나로 더욱 삭막해진 이 세상, 텃밭에 가면 아이는 한껏 들뜬다. 풀 하나, 꽃 한 송이, 벌레 한 마리 모두 친구가 되어준다. 아마 아이도 공존하는 자연을 충분히 느낄 것이고, 우리의 삶이 자연과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가지 않을까 싶다.

      요즘 초록에 깊이 빠진 나의 성정 덕분인지 울림이 많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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