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베트남
심진규 지음 / 양철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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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2학기 사회 2단원에서 이웃나라의 생활 모습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데, 그 속에는 우리와 가까운 일본, 중국, 러시아와의 갈등/교류 관계 사례를 조사하는 차시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과의 갈등을 이야기하라면 당연히 아이들은 한 맘 한 뜻으로 일본과 우리의 깊고도 깊은 역사적인 원한 관계에 대해 입을 모으며 씩씩댄다. 일제강점기 시절, 위안부나 강제 징용 등의 이야기들이 나오면 그 때는 분노에 차 일어나기도 하고 저도 모르게 험한 말이 나올 뻔 하기라도 한 양 두 손을 모아 입을 꽉 잡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이 우리도 다른 나라의 역사에 큰 아픔을 준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출판사의 말처럼, 이 책은 우리가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판타지적 요소를 통해 아주 조심스럽게 독자들에게 펼쳐놓고 있다. 환상의 통로에서 만난 티엔과 말썽꾸러기 할아버지를 둔 도현이, 그리고 말썽꾸러기 할아버지가 말썽꾸러기가 아니던 시절의 할아버지가 만나 전쟁 속에서 겪는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베트남 사람이라는 이유로 쫓기고, 살해당하고, 누군가를 잃어야했던 티엔과 일본에게 상처입고 국제 관계에 휘말려 원치 않은 동족간 전쟁을 겪은 우리가 무엇이 크게 다를까.

 

나조차도 항상 인터넷 기사나 역사적 자료 속에서 흑백 사진 속에서도 까만 열기가 느껴지는, 베트남에 가있던 한국 군인들을 발견하면 부끄러움을 마주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얼른 뒤돌아서곤 했다. 이제 인정해야한다. 우리도 다를 게 없는 가해자였다. 그저 미국을 도와주겠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이런 인정을 하게될 때쯤, 이 책은 또 하나의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가해자로 참전한 그들은 행복했을까. 평생 그 짐을 짊어지고 산 것은 베트남 사람들을 도와주고 숨겨주던 할아버지같은 사람들 뿐이었을까.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고통은 얼마나 광범위하고 넓은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으로 여행을 가서 그들의 온화하고 친절한 태도에 감명받고 돌아온다. 우리 나라 문화를 사랑하고 환호해주는 그들 앞에서 어깨를 으쓱하기도 한다. 감사할 일이다. 반성해야할 일이다. 먼 훗날 티엔이 꽃을 가꾸며 한국인들의 사과를 기다리는 것을 본 할아버지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우리도 노력을 시작해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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