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 제1회 5.18 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높은 학년 동화 10
서지선 지음, 김병하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경남 산청의 산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나에게 도둑의 황매산 배경은 친근하게 다가왔다.

라면 면발과도 같은 시골 산길을 버스가 들컹거리며 달리는 모습은 내가 주인공마냥 빠져들게 했다.

또한 무뚝뚝하지만 사랑 많으신 아버지도, 억척스런 어머니의 모습도, 무실 하매의 이야기들은 모두 나의 집안 이야기였다.

내가 살 던 곳에는 전라도 사람은 없었지만 전라도 사람은 앞에선 잘 해주고 뒤에선 호박씨 깐다느니, 전라도 사람은 믿어서는 안된다느니, 함양과 남원의 경계선에서 보면 도로 포장의 색깔이 다르다느니 하는 전라도 사람을 싫어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려서 부터 전라도에 대한 느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생각이 바뀐것은 대학교때 부터 만난 전라도 사람들 때문이었다.

동아리에서 기타도 잘 치며, 무엇이든지 헌신적으로 활동하던 전라도 선배와, 작은것도 잘 챙겨 주었던 전라도 동료,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와 결혼한 상냥하고, 이해심 많은 전라도 언니등...

도둑으로 오해 받고 ?기다 시피 부산으로 이사간 두백이와 두백이 어머니, 미련하리 만치 순수하고, 성실하게 일했던 두 사람에게 내가 다 죄송하고 미안하고 무릎 꿇고 빌고 싶었다.

다행히 강식이네의 사죄에 콩나물에 따뜻한 밥 한그릇 내어 놓으며 훌훌 털어버린 두백이네의 호탕함에 고맙고, 감사했다.

지난 5월 20일 광주에 들러 5.18묘지와 5.18 청소년민주항쟁기념행사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억울하게 죽어간 우리의 이웃들이 살아서 고곳의 민주광장에서 나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온다고 했던가! 한사람도 아닌 수백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처참하게 죽어간 한이 쉽게 풀릴 수 있겠는가!  이것은 바로 내 가족의 일이요 내 이웃의 일로, 그 억울한 한을 잘 풀어 주어야 겠다. 그래서 다시는 이땅에서 그와 같은 부끄럽고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겠다.

이 일에 동참하기에 이 한권의 책은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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