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페어 컬처 - 쓰고 버리는 시대,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하는 삶
볼프강 M. 헤클 지음, 조연주 옮김 / 양철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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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페어컬처

#볼프강m헤클


며칠 전, 3D 프린터가 고장났다. 필라멘트가 설정 값 이상으로 나오는 것이 문제였다. 간단히 노즐 청소도 해보고 다시 출력해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보통 3D 프린터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자체적으로 간단히 수리가 가능했는데, 이번 고장은 마땅히 짐작가는 곳이 없었다. 마지막 방편으로 헤드부를 분해보니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히팅블럭에 지난 출력 과정에서 녹은 필라멘트들이 심각하게 엉겨있었다. 육각렌치로 조심스레 녹은 필라멘트를 제거해보니 문제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노즐목과 히팅블럭 사이에서 필라멘트가 새는 것이 문제인 듯 했다. 


제조사에 전화해 증상을 말하니 AS를 보내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되도록이면 직접 수리하고 싶었다. 기술 전문가분께 내가 3D 프린터 수리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있음을 어필했다. 결국 사진을 보내 증상을 확인해보고 피드백을 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새 프린터의 경우 헤드부 설계가 달라져 분해가 어렵기에, 그 부분에 대한 기술 지원을 요청했다. 지금은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최근 '리페어 컬처'라는 이름의, 자가수리 행위에 대한 책을 읽었다. @yangchulbook  출판사를 통해 서평단에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았다. 나 또한 위의 사례처럼 직접 고치는 행위를 좋아하며, 작년에 '리페어 카페'의 개념을 통해 자가수리 캠페인을 지역 내에서 진행했던 경험이 있기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궁금해하며 책을 읽게 되었다.


작가는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자가 수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는데, 크고 작은 수리의 경험들을 통해 느낀 자신과 사회의 변화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고쳐쓰는 행위는 인간의 기초적인 삶의 양식이었으며, 우리는 나 자신을, 그리고 사회와 환경을 위해서 다시금 고치는 문화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었다. 자가수리 문화는 기능의 복구라는 수리의 본래의 목적보다도 더 가치있는 것들을 생산해 낼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직접 고쳐 쓰는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이지만, 동시에 생산 과잉의 사회를 지속 가능하도록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책의 내용에 대한 나의 한줄 요약이다. 이 책을 통해 나 스스로도 고쳐 쓰려는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확실하게 부여받은 듯한 느낌이 든다. 


올해에는 작년 활동의 연장선으로 의류 자가수선에 대한 활동을 해보려한다. 지난 활동에 공감해준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차근히 준비중이다.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우리가 공감하는 '리페어 컬쳐'가 대전 내에서도 활성화되는 모습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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