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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인간에게 구체적인 행복을
곽명동 지음 / 푸른봄 / 2013년 11월
평점 :
이 책은 곽명동 작가님이 읽은 여러 책들의 독서일기를 한데 모아 엮은
것이다.
그 리스트 중 내가 읽은 책들보다 읽지 못한 책들의
수가 더 많았기에 곽명동 작가님이 책을 읽고 느낀 점들에 완전히 공감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작가님만의
관점에 놀라움을 느끼는 부분이 많았다.
이번 서평은 곽명동 작가님의 독서일기를 보고 나도
한번 그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부분을 중심으로 써보려고 한다.
“내겐 늘상 과거는
아름답고,
현재는
고통스러우며,
미래는
불안하니.”
-p.18
곽명동 작가님의 강연에서도 소개된 부분이다.
‘고종석의 유럽통신’에 발췌한 부분으로써,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구절인
것 같다.
하지만 작가님은 반대로
읽어보며,
‘불안한 미래는 곧 고통스러운 현재가 될
것이고,
그 현재는 아름다움을 남기지
않겠는가.’
라며 새로운 관점에서 이 구절을
해석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현재의 고통스러움을 견딘다면
아름다운 추억을 남긴다는 뜻이다.
자칫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원래의 글이 작은
관점 차이를 통해 희망적인 메시지로 바뀐 것을 보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독서일기가 작가님이 군대에 있을 시절에
쓰여 졌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더더욱.
노베르트 엘리아스는
‘죽어가는 자의
고독’에서 인류가 죽음에 대처하는 세 가지
방법을 갖고 있다고 했다.
첫째는 죽음
이후의 삶의 영속성 신화를 만드는 것-가장 보편적이다-이고,
둘째는 타인의
죽음과 자신을 분리시켜 자신의 불멸성에 대한 환상을 갖는 것,
셋째는 타인과
나의 죽음을 가능한 쉽고 편하게 만들기이다.
이 세가지 방법
중에서 모리는 세 번째를 택했다.
-p.69
'모리의 마지막 수업‘은 루게릭병에 걸린 작가가 ’죽는 방법‘에 대해 쓴 책이라고 한다.
모두가 행복한 죽음,
행복하게 죽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더욱 필요한 책이라고 판단되어 내 관심을
끌었다.
특히 독서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작가님이 언급한
’타인과 나의 죽음을 가능한 쉽고 편하게 만들기‘에서 얼마나 사람들이 죽음을 모르고 있는지,
그리고 죽음을 알기를 회피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나조차도 종교를 통해 첫 번째(삶의 영속성)
시선으로 죽음을 바라보았는데
말이다.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내겠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 -p.139
반 고흐전을 관람할 때 큐레이터분께서는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기를 거듭 추천하셨다.
고흐와 동생 테오는 우애가 매우
깊었고,
테오는 고흐의 안부를 거듭 편지로 물으며 가난한
화가였던 그에게 생활지원금을 보냈다.
이 편지들을 책으로 엮어 낸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반드시 읽어보리라 다짐했었지만 잊고 있었는데,
곽명동 작가님의 독서일기에 이 책도 포함되어 굉장히
반가웠다.
그리고 작가님이 발췌한 위의 구절은 내 마음을
울렸다.
에코의 말처럼,
철학이나 과학에
있어서 자신의 비행선을 너무 사랑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공기보다 가벼워야 한다는 ‘예언’이 공기보다 무거워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 났기 때문이다.
-p.155
'미래는 어떻게 오는가‘
는 30명의 세계 석학과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한다.
작가 사이언 그리피스가 정리한 미래에 올 변화들은
굉장히 흥미로운 것들이었다.
바이오닉 인간이 창조되어 언어 없이도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것,
선거에 의해 여성으로만 구성된 정부가 출범되는 것
등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의문마저 드는 여러 예언들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늘날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듯이 아이들에게 정서를 관리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실제로 곽명동 작가님 또한 과학기술의 발전 보다는
인간의 윤리적 성숙에 더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장밋빛 첨단미래만을 꿈꾸기 보다는 인간의 비인간화를
경계하는 것,
그리고 언제나 겸손하는 자세야 말로 더욱 발전된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 필수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