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인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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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사강에 대해서, 특히 그녀의 기복이 큰(그래서 더 낭만적인) 삶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하고 최근에 읽은 그녀의 후기작(1989년 작품이지만 29번째 책이니 꽤 후기작이지 않을까..) 황금의 고삐에 대한 감상평만 간단히 적어본다.

19세에 출간한 '슬픔이여 안녕' 이후 사강의 소설은 얼마나 발전했는가? 에 대해 생각한다면 문학적으로는 큰 진화는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처음부터 사강 특유의 독자적인 스타일이 완성형에 가깝게 구축되어 있었고 그녀의 소설의 독특함과 우월성은 맥락이나 메시지 같은 다른 소설들에서 중요하게 생각될 수 있을 법한 것들을 느낄 필요조차 없게끔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황금의 고삐는 사강의 기존 소설들 전반에 유유히 흐르고 있는 사랑, 고독, 욕망 같은 보편적인 정서들을 매력적이나 동일시되고 싶진 않은 캐릭터들과 특유의 멋지고 아름다우며 낭만적인 문장으로 우리들의 정서에 침투하려 애쓴다.


30년도 더 지난 소설이 가진 무기들이 과연 펜데믹과 메타버스라는 비인간적 현대식 정서로 무장한 우리들의 가슴 속까지 침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무척 회의적이나, 아직 우리들 중 누군가는 이런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낭만적인 욕망의 순간들을 기다리고 있었을 지도 모르므로 이 작품의 재출간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이다.

황금의 고삐는 부유한 집안 출신의 아내 로랑스와 가난한 음악가 남편 뱅상이라는 지배 & 피지배의 관계에 있는 불균형한 형태의 부부의 이야기인 동시에 사랑과 욕망, 고독과 같은 사강이 탐구하고 이야기하려 했던 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사강의 작품에서 사건이나 서사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로랑스가 죽는다고 해도!)



진실은 곳곳에 있으며, 도달할 수 없는 그러나 동시에 욕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것

어떤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한때 순수하고 열정적이었으나 소유욕과 질투로 변질되어 사랑, 그 반대쪽에 있는 열등감과 지배욕이라는 감정을 떠올리며 읽을 수도 있고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과연 페미니즘과 남녀간 혐오, 비혼주의와 설겆이론을 포함해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스탈린처럼 득세한 대한민국의 결혼적령기(라는 말을 쓰는 것도 요즘은 조심스럽다)의 사람들에게 황금의 고삐는 어떻게 읽힐 것인가?

나에게 사강의 소설은 여전히 아름답고 매혹적이지만 이제는 고통스럽다.

마치 발 밑에 던져진 스테인글라스 조각과, 조각들에 반사된 빛(들)로 정신이 산란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발바닥에서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음을 뒤늦게 깨달아버린 어린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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