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은 프롤로그를 제외하고 총 2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재 포스트아포칼립스 상황에서의 캔디스와 생존자 무리들의 상황과, 과거로 돌아가 캔디스의 주변(주로 직장)인물들과 상황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이런 구성은 (생각없이 루틴대로 사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선 열병 이전과 이후의 인류의 상태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풍자적인 역할을 하는 한 편, 독자의 의식을 환기시켜 소설이 지루하지 않게끔 하는 역할도 한다.
이 책은 재미있는 점이 몇가지 있었는데 이 책이 처음 출간된 시기가 바로 2018년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전 세계 인류를 괴멸로 몰아간 원인인 선 열병은 현재의 '그 바이러스'와 매우 흡사하다.
발병 후 증상은 조금 다르지만, 전파 속도라든가 전파가 확산된 후의 상황이나 인류의 대응 방법은 꽤나 비슷해서 '그 바이러스'를 연상시킨다. 게다가 발원지가 중국인 것도!
하지만 이 책을 썼을 당시에는 그 바이러스가 세상에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이 책은 영라이언스 픽션 상 등 많은 상을 수상했지만 언론의 평가는 직장 문화에 대한 풍자, 성장과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좀비 소설 정도로 평가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얘기하려면 저자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중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후 기자와 편집자로 일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에는 이민자들이 바라본 미국의 모습이 잘 녹아있고 자신을 투영한 것 같은 주인공을 통해 엄마와 딸(주인공), 그리고 자신(주인공)과 딸의 관계를 따듯하게 묘사하고 있다. 소설의 거의 모든 내용은 꿈도 희망도 없어보이는 세계에서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상황에서도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는 것은 이런 모성애를 바탕으로 한 따듯한 인간의 마음이라고 작가는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책 표지는 처음엔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잘 안갔었는데 책을 다 읽고 띠지를 벗겨 내고 보니 이해가 갔다.
모두 전체에 흡수되어 있는 듯한 똑같은 컬러의 창문이지만 단 하나의 문만 색깔이 달랐는데 아마 고립 속에서 자유를 찾으려 애썼던 주인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도 오랫동안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는 기계처럼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퇴근하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는 루팅한 삶을 살아왔었다. 지금은 그런 삶에 염증을 느끼고 나름의 자유를 찾아 살고 있지만, 안정적이고 많은 댓가가 주어진다면 자유를 희생하고 다시 그런 생활로 돌아갈 것인가에 대해 종종 고민을 해보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생각하게 된, '인간이 성장했다'는 가장 큰 증거는 삶을 남이 정해준대로 살지 않고 스스로 결정해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것은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과는 별개로 사회안에서도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모든 선택을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어야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물론 나도 다시는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겠노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