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8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김운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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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의 저자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권력의 2인자나 비선실세 같은 이미지와 달리

별다른 업적을 남기지 못한 상황에서 메디치가와의 악연으로 인해 고문과 유배 등 고초를 겪다가 말년에는 쓸쓸한 최후를 맞이했고 그의 저서들 또한 생전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크게 바뀌어 왔는데 살아 있을 때는 물론 죽은 후에도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하다가 18세기 이후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사상가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그가 쓴 책 '군주론' 과 '로마사논고' 또한 주목받게 됐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권모술수의 대가이며 악마적인 이미지까지 있는 삼국지의 가후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된다.

물론 주군을 다섯 번이나 바꾸고 삼공의 지위에 까지 오르는 등 승승장구하면서 천수를 누리고 살았던 가후에 비해 마키아벨리는 '언럭키가후' 라고 할 만큼 재능에 비해 상당히 불운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겠다.

마키아벨리의 책 '군주론'은 마키아벨리가 관직에서 물러나 있을 무렵 복권을 꿈꾸며 당시의 권세가인 메디치 가문에 바치기 위해 쓴 책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으나 200년 쯤 후 뜬금없이 주목을 받으며 현재까지 많은 정치인, 사상가, 경영인 들의 필독서가 되고 있는 책이다.


군주론은 워낙 오래된 고전이라 그 동안 출판된 많은 버전이 있지만

이번에 내가 읽은 군주론은 현대지성에서 출판한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 38 군주론이다.

표지에는 Santi di Tito 가 그린 마키아벨리의 초상화가 들어가 있는데

어릴때 군주론을 읽으며 떠올렸던 마키아벨리의 이미지와 달리 뭔가 유약하면서도 얍삽한(?) 인상이다.

특히 어쌔신 크리드라는 게임에서 암살자로 등장한 마키아벨리를 보고 난 후 마키아벨리를 체사레보르자(군주론의 모델) 같은 이미ㅣ지로 상상했었는데 초상화를 보자마자 확 깨는 기분...

한국외대 이탈리어과 출신이며 움베르트 에코의 제자인 김운찬 교수님의 오역없는 좋은 번역으로 완성된 원전 완역본이다.

두께는 살짝 얇은 편인데 군주론 원서 자체가 내용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책의 뒷 부분(약 60여 페이지)은 마키아벨리 연보와 옮긴이가 쓴 마키아벨리에 대한 해설로 이루어져 있다.

마키아벨리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들은

군주론 본문을 읽기 전에 해제와 연보를 먼저 읽는 편이 이해가 더 쉽게 갈 것 같다.

종종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 라는 뜻으로 정리되기도 하는 마키아벨리즘은

예의와 법률이라는 옷안에 야만의 발톱을 숨기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특히 육식동물로 가득찬 정글 같은 직장 생활을 해야하는 직장인들에게는 굉장히 실용적이며 유용한 책이라고 느껴진다.

특히 인간의 선의와 도덕이나 윤리에 기댄 수많은 이상론이 침몰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인정이나 선함이 아닌 합리적인 현실 분석과 냉정한 판단임을 누구나 아는 상황에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더 이상 비판받지 않게 되었다.

과거에 출판된 군주론 서적들에 비해 현대지성 클래식의 군주론은 지도나 사진, 그림 자료 같은

시각적인 자료들을 활용하고 있어서 좀 더 읽기 편하고 집중하기도 좋았던 것 같다.


특히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썼던 당시의 불안정했던 이탈리아의 상황과 전쟁이 빈번했던 국제정세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마키아벨리와 뗄레야 뗄수 없는 실력자인 체사레 보르자, 그리고 메디치 가문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자료들이 많은 편이다.

군주론은 총 26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장의 타이틀 하나하나가 한참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상당히 매력적인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잔인함과 자비로움에 대하여 그리고 사랑받는 것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나은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군주론

500년 전 이탈리아의 책이라 말투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번역이 완벽해서 그런지 쉽게 읽히는 편이다.

또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부분들은 각주로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역시 여우와 사자의 비유를 사용한 군주는 짐승의 방법을 쓸 줄 알아야한다고 한 내용. 언듯 보면 비열하거나 간사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이지만 실제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간의 선함을 믿고 신의를 지키려고 했던 군주들과 나라의 비참한 최후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가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군주론의 내용들은 당시 이탈리아의 상황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필요도 있는데

크게는 두개의 정파와 여러 지역의 세력으로 나뉘어져 약해진 이탈리아는 외국 세력들(주로 교황이나 신성로마)에 휘둘리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군주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힘없는 정의는 무능하고 정의없는 힘은 폭력이다 라는 파스칼의 말처럼 훌륭한 군주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한데 당시 피렌체의 상황에서는 냉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군주의 자질이 더욱 필요하다고 마키아벨리는 생각했던 것 같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정치인이나 리더는 물론 모든 현대인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긴 하지만

한 편으로는 우리 모두가 이 책을 읽고 행동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궁금하기도 하다.

그리고 이 책이 쓰여진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하기 위해 메디치 가문 이야기를 같이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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