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3040 주부!
힐링맘스 지음 / 청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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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의 시대.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모두를 불안에 떨게 한 이 새로운 패러다임은 나 같은 소소한 살림을 해오던 주부에게 까지 강력한 화마가 되어 인정사정 없이 몸과 마음을 할퀴고 있다. 자영업자인 남편은 지축이 흔들리는 듯한 아비규환 속에서 가게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고, 아직 어린 아들은 준비 없이 다가온 온라인 수업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떨어진 채 기상 이변 속에서 꿋꿋이 홀로 항해를 하고 있다. 모두가 혼란 속에서 제자리를 찾아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때, 가정에서 가장 먼저 난관을 이겨내고 일어설 것 같았던 내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심하게 흔들리게 되었다.


 생각보다 길어진 팬데믹 상황은 내 강력한 무기인 긍정의 힘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남편의 힘듦을 애써 무시하게 되었고, 아이와 집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결코 끝나지 않는 집안일에 참았던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예전에 높았던 자존감만큼 내 자존감은 한없이 추락했고, 우울감 이라는 깊은 심해에 빠져 어느새 활기 대신 무기력함만이 내 몸과 마음에 자리 잡게 되었다. 더 이상 나 자신을 방치할 수 없어 손에 잡히는 대로 글자로 된 모든 것을 읽어 보기 시작했다. 이 책도 그렇게 나와 만나게 되었다.


 참으로 이상했다. 젊었을 때는 '아직 부족해. 더 잘할 수 있어. 얼른 박차고 일어나 봐!'라고 채찍질하는 자기 계발서를 보며 삶의 원동력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지쳐서 너덜 해진 내 마음에 그러한 훈계는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다. 가시 돋친 말보다는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다. 상처를 보드랍게 해 줄 공감이 절실했다. 나만 이렇게 바보 같은 것이 아니라고,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이 아니라 누구나 그렇게 매일을 살아내는 것이라고 따뜻한 말이 필요했다. 여러 명의 저자들이 켜켜이 써 내려간 따뜻한 문장들 속에는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들꽃 같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아, 나도 이러한 소소한 아름다움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지, 그래 그걸 내가 너무 잊고 있었구나...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그녀들의 일상에 빨려 들어간 순간, 그녀들의 삶에 빗대어 내 삶을 1인칭이 아닌 3인칭으로 다시 지켜보게 되었고, 매일 고통이라 느껴졌던 하루하루가 조금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행복이란 결국 나로부터 시작해 나에게로 귀결 된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내 주변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그녀들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되었다. 작지만 끈기 있는 것이 얼마나 강한 힘을 담고 있는지, 소소하지만 반복적인 성실함이 자신을 얼마나 멋지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녀들의 수없이 흔들리는 마음속에서, 작은 것에 감사하는 사소한 행동들속에서 모두 느낄 수가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는 명목으로 스스로를 우울로 몰아버린 내게 자신들의 일상을 기꺼이 공유하며 손을 내밀어 준 그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녀들이 일상 속에서 느꼈던 따뜻한 힐링이 나에게까지 전달되어 졌음에, 그리하여 내 마음이 사소한 것에서부터 다시 뛰게 되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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