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간병인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던 동거인이 나의 주보호자로서 베풀어준 가장 큰 부분을 잊지 못할 것이다.
플라스틱 공 하나 띄우려 애쓰고 있는 내가 사실은 하프 마라톤을 몇 번이나 완주한 사람이라는 걸, 진통제에 멍해져 있지 않을 때는 재미있는 농담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방귀 뀌는 게 가장중요한 임무인 지금의 내가 전부는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그 사실은 겨우 3박 4일이지만 가장 무력하고 약해졌을 때 내가 사라지지 않게 또 최선을 다해 나로 돌아갈 수 있게 단단히 붙잡아주었다. 2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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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를 잘 챙기는 삶은 물론 바람직하고 존경스럽다.
그러나 역시 남에게 해주는 기쁨을 누리는 삶이 더 재미있고 의욕적인 것 같다. 1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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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멀리에 있는, 애정이 없는 대상일수록 일반화하기 쉽다.
뭉뚱그리고 퉁쳐도 상관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존재에 있어서는 아주 작은 차이가 특별함을 만든다. 그 개별성이 소중하고 의미 있다. 1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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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싸움의 목적이 뭔지 생각해본다.
나의 가장 잘 드는 무기를 찾아 쥐고 한 번에 숨통이 끊어지게 적의 급소에 꽂는 것인가?
다시는 일어날 수 없도록 흠씬 두들겨 패서 밟아버리는 것인가?
함께 사는 사람, 같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과의 싸움은 잊어버리기위한 싸움이다.
삽을 들고 감정의 물길을 판 다음 잘 흘려보내기위한 싸움이다.
제자리로 잘 돌아오기 위한 싸움이다.

사람은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지만 자신의 세계에 누군가를들이기로 결정한 이상은, 서로의 감정과 안녕을 살피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싸우고, 곧 화해하고 다시 싸운다.
반복해서 용서했다가 또 실망하지만 여전히 큰 기대를 거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준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지는 교전 상태가, 전혀 싸우지 않을 때의 허약한 평화보다 훨씬 건강함을 나는 안다. 1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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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김하나.황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창밖으로 플라타너스들이 눈 아래 일렁이는 게 바다 같았어."
그리고 차에 타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나도 좋아." 나는 그 순간 세상 모든 플라타너스 잎이 한꺼번에 펄럭이는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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