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자 박병상의 우리 동물이야기
박병상 지음 / 북갤럽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박병상 교수의 이 책은 대단히 근사한 책이다. 보통 환경 서적들이 화려한 컬러 화보를 이용하는 것과는 다르게, 좀 투박한(?) 그림과 길지 않은 글들을 통해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가축이라든지 아니면 추억 속의 동물을 불러모았다. 그러나 이 책에 모인 동물들의 모습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바로 그것은 인간중심적인 사고에 의해 발생된 문명과 문화, 습관 등이 그 주요 원인이다.

이를테면 농촌에 살던 '어릴 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꿩 한 마리 잡아 보지 못한 사람이 없을 것이고, 개구리 한 마리 잡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때는 사실 주전부리할 것도 변변치 않았기에 그런 것들로 배를 채웠다 치자. 요즘에는 단지 보신용이라든가 '그들만의 카니발'을 위해서 우리의 소중한 친구들을 잡아죽인다. 저자는 그런 현상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검지가 근질근질한 일본의 전대 두둑한 엽사까지 끌어들이는 바람에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의 상설 수렵장마다 집단 사육한 꿩들을 대거 풀어준다는 게 아닌가. 야생이지만 사육도 용이한 죄로, 수렵용으로 방생되는 앵벌이 신세인 점이다.'

『생태학자 박병상의 우리 동물이야기』에는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어우러져 읽기 쉽게 담겨져 있다. 우리가 자라면서 무심코 벌인 일들이 동물들에게는 치명적인 상황을 초래했고 또 이제는 개발의 이름으로 그들의 터전을 파괴하고 있음을 저자는 아주 조목조목 지적한다. 예전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동물원 동물들의 비참한 현실을 보도한 것을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는데, 나는 다시 이 책을 통해서 지구별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깊은 상념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의 극단이 모든 육식을 거부하는 것이겠지만, 그런 수도승 같은 자세만이 바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자도 누차 지적하듯이 인간과 동물간의 관계는 그냥 가장 자연스러우면 되는 것이다. 일단 인간이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주인답게 굴기만 해도 될 것이다. 저자는 지리산 반달곰을 보호하기 위해서 '골프장·스키장·콘도미니엄이 한 세트로 계획 중인 종합휴양지와 같은 시설은 반달가슴곰의 마지막 안식처이자 민족의 영산이라는 지리산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지당한 지적이다. 이제 경제적 가치만을 노리는 모든 개발을 함께 공존하고 누릴 수 있는 환경으로 보호하는 대대적인 인식의 전환이 긴요한 시대이다.

이 책에 대해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책표지와 글씨체가 눈에 잘 띄지 않아 책의 내용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드러났는가 하는 점이다. 또 그림이 세필화로도 만화로도 대접해주기 애매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한 번 생각해 볼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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