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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ㅣ 에디터스 컬렉션 10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0년 12월
평점 :
모험의 느낌을 갖게 한 건 삶 속에서의 사건과 이야기 속의 사건을 같은 걸로 착각한 때문이고 두 사건이 같은 사건이라도 이야기 속 사건은 질서정연하게 순서대로 (마치 악보의 음표들처럼) 다음 사건을 예고하는데 삶의 사건 그야말로 뒤죽박죽 우연적이고 다음 사건의 예고가 없다 다만 인간의 분석과 짐작을 순서와 예고로 착각하는 것!
그래서 이 소설은 로캉탱이 모험은 삶에 없고 책속에나 있는 것이라고 뒤늦게 깨닫는 과정이다 (아 참 우리는 평소 모험을 특별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사건이라 생각하는데 그것과 다르다고 로캉탱이 소설 초반에 설명하죠)
그러므로 모험은 책속에나 있고 삶에는 없는 것이라는 깨달음은 로캉탱 자신이 그동안 소설 속에나 있는 정밀한 시간성을 삶에서도 실현하려고 한 헛된 노력이었음을 알게 하죠 젊은 날 정밀한 시간에 대한 열망은 결국 삶과 존재가 부조리(조리한 책 속 사건처럼 정밀하지 않다)라는 진상을 보지 못하게 한거죠
구토는 위와 같은 진실이 숨어있다가 불현듯 로캉탱의 자아에 엄습하는 '진실'의 전조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