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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란 그림이 표지를 장식하고, 모리스 라벨과 함께 과하다 싶을 만큼 꾸며진 두 남녀의 첫 페이지. 그러고서는 못생긴
여자와 잘생긴 남자의 사랑이야기라니. 스토리는 단순하다.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보다 더 고운 피부를 가꾸던 아버지는 배우로서 인기가
오르자 아내와 주인공을 버리고 떠나버린다. 19살의 주인공은 백화점에서 주차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불안한 그리고 실존적이고, 말 많은 요한과
친하지게 된다. 그리고. 추녀. 그녀를 만나 아쉬운 듯한 사랑을 하는데..
80년대 후반, 90년대 초 그 시절은 책속의 늘어나 있는 음악, 그림, 소비 생활 처럼 탐미적이고, 허황된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런
세태와 주인공의 표현 속에 오히려 대비된 그녀의 추함은 오히려 희소적일 수 있다.1%에 대한 동정.하지만.. 읽다보면 도저히 그녀가 추녀라는
느낌안든다는 거! 좋은 시도 였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는 추녀도 역시 아름다워 보여서인지 이야기는 어느새 기억에 남는 사랑이야기로 흐르고.
그렇게 작가는 다시 소설 속 판타지로 이야기를 끝내버리고 만다.
카뮈는 설사였고, 카프카는 변비 였어.... 그럼 작가는 무엇있었을까?
좀 더 깊은 사색에 젖어 아주 아주 젖어 나오지 못했더라면, 아니면 반대로 그저 담담하게 추한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더라면, 조금은
다른 색깔을 지닌 소설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어떤 남자도 추한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진짜일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의 본성에
대한 담론은 굳이 귀찮아서 패스하도록.
박민규작가의 책은 처음 접해봤지만, 다른 작품들도 한번 찾아 읽어 보고 싶다. 소재가. 그래도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