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제 아씨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백종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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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제 아씨>의 주인공, 19세 소녀 엘제는 당대 산업사회를 대표하는 사람 가운데에 하나인 예술품상인 도르스데이에게 큰 돈을 부탁해야만 하는 처지에 빠졌고, 그는 돈을 주는 대가로 엘제의 알몸을 보기를 원한다. 엘제는 이에 반발하여 호텔의 공공연한 장소에서 나체로 설 결심을 한다. 엘제가 옷을 벗고  방안에서 거울앞에 서 있는 장면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강간죄 Le Viol>(1934sus)가 역자의 머리속에 떠 올랐다. 엘제의 알몸을 보고 싶다는 상대의 욕망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알몸에 재투영되는 순간이다. 문학과지성사 편집부와 역자는 르네 마그리트의 이 그림을 표지그림으로 사용할 것을 검토하였으나 저작권등의 문제로 포기하였음을 밝혀 둔다.  


<엘제 아씨>에서 해당되는 텍스트의 구절은 98-99페이지에 있다.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야, 알몸으로 방안을 왔다 갔다 산보하는 일이란. 난 거울 속에 비친 것처럼 정말 저렇게 매력적일까? 오, 그런 말씀마시고, 이리로 좀 더 가까이, 좀 더 가까이 와요, 아름다운 아가씨. 난 당신의 새빨간 입술에 키스하고 싶어요. 당신의 젖가슴에 내 가슴을 눌러 붙이고 싶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군요, 우리들 사이에 유리가 있다니, 얼음처럼 차가운 유리. 이것만 없다면 우린 정말 멋지게 서로 어울려 놀아 볼 텐데. 그렇지 않나요? 우린 다른 사람 따위는 더 이상 필요치 않아. 아마 다른 인간은 이제 이 세상에 더 이상 없는 것일 거야. 이 세상에 있는 건, 텔레그램 그리고 호텔 그리고 산 그리고 기차역 그리고 숲, 그러나 인간은 없어. 인간들은 그저 우리의 꿈속에나 있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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