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글리쉬 1
김헌 지음 / 윤선생영어교실 (주)이이씨정보통신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달을 잘 그리려면 구름을 잘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보이지 않는 밑바탕에 깔린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달을 잘 그려도 배경이 어떠하냐에 따라 달이 가려질 수도 있고 돋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한 유명한 중국 음식점에 점심 식사를 하러 간 적이 있었다. 점심 한 끼 간단한 볶음밥을 시켰다. 그런데 젓가락을 놓는 받침이 참 예뻤다. 반찬을 담은 그릇도 아담했고 반찬도 정갈했다. 그리고 종업원들도 수시로 와서 물을 채워주고 반찬을 더 갖다주고 하는 등 깔끔한 매너가 돋보였다. 동네에 흔한 중국집의 볶음밥과 재료나 맛은 그다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볶음밥 외의 것들이 그 음식점을 일류로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함께 간 사람과 식사를 즐길 수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영어의 '구름'에 대한 지식을 많이 늘릴 수 있었다. 먼저 이 책을 통해 얻은 '구름' 중에는 새로운 영어 공부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언어라는 것이 말과 글-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사용되는 데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우리의 영어 교육에서는 회화만을 강조한 감이 없지 않다. 물론 영작을 강조하는 책들도 많이 있지만, 이 책은 영어 공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나는 미국인들과의 만남에서 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글을 다듬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한 생각을 표현하면서 영어의 근육이 좋아져서 영어력이 향상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다음으로 우리의 문화를 되돌아보게 보고 미국인들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하게되었다.
우리가 상대방과 말을 하기 전에 우리의 태도와 자세는 이미 상대방에게 많은 말을 전달한다. 상대방과 말은 하지 않아도 우리의 행동은 말보다 더 많은 '말'을 전달한다. 그런데 문화의 차이라는 것은 그것을 미리 알지 못하고는 극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 개인을 상대할 때 우리는 그 개인이 살아온 문화와도 상대하는 것이다.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할 수 있고, 오해는 판단에 영향을 미쳐서 오류를 일으키기도 한다. 때문에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개인을 이해하는 밑바탕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 외국인을 알고 있는데, 한국에서 직장에 다니는데, 사람들이 나이를 묻는 것이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그 나라에서는 나이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란 게 그 사람의 설명이었다.

한 한국인 친구는 자기가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주변에 이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매사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기준이 되어 판단한다. 그러다 보니 그의 태도와 자세는 자기가 항상 어른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이렇게 된 것은 이 친구가 어려서 자란 온 가정의 문화 탓이란 생각을 한다. 문화를 알면 이해심이 생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인들을 상대하면서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문화적인 차이를 많이 알게되었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과 우리들의 사탕을 먹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 왜 미국인들 앞에서 재채기를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것, 산모가 아기를 데리고 가려면 안전좌석을 병원 측에 보여줘야 퇴원할 수 있다는 것, 아침 식사엔 반바지를 입어도 되는데 저녁 식사엔 정장을 한다는 것, 사람도 오른쪽 길, 차도 오른 쪽 길이라는 것, , 겸손하게 표현하는 우리의 문화와 솔직하게 표현하는 문화에 대한 것, 커피에 왜 도너츠를 담가먹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것과 같은 생활상의 소소한 것들에서부터 중요한 모임에서 이해해야 할 것들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은 문화적인 차이를 알게 되었다.

나는 다른 독자들에게도 필링글리쉬를 적극 추천한다. 필링글리쉬를 통해 영어의 '구름'을 잘 그려서 은은하게 영어의 밤을 밝히는 '달'이 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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