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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자본이다 - 생명자본주의 그 생각의 시작
이어령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처음 이어령 선생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다. 일본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을 시기에 이 책을 추천받아 읽었다. 그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이 책을 읽은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같았을 것이다. 어쩜 이렇게 뛰어난 통찰력으로 짜임새 있는 문명 분석을 글로 쓸 수 있을까.
서점에 갔다가 표지에 이어령 선생의 최근 얼굴이 박혀있어 얼른 집어 들었다. 제목도 충격적이다. ‘생명이 자본이다’ 말이 필요 없다. 최근 어디선가 이어령 선생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도 이 생명자본주의라는 것에 대해 들었었다. 무척 호기심이 가는 주제였지만 후에 찾아보지는 못했는데, 이렇게 딱 선생의 책이 나오니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소 어렵지는 않을까 고민하며 책장을 넘겼는데, 역시 그것은 기우였다. 특유의 문체로 매끄럽게 진행되는 내용은 하나하나 마음속에 쏙쏙 와 박혔다. 다정하지만 강렬하고 따끔하지만 아련한 문장들의 향연이 계속되었다. 후학을 걱정하는 그의 마음이 글자 사이사이에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는 다양한 지식과 엄청난 지혜가 함께 들어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던 일들,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쳤던 사건들. 아스팔트 위에 피어난 작은 야생화처럼 아슬아슬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이 수면위로 튀어 오른다. 너 이것 알고 있느냐고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는 나의 무심함을 후회하게 만든다. 그 후회의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서는 어느새 사랑이 싹튼다.
‘이 책은 책이 아니다.’라는 책 서문의 시작처럼 이 책은 단지 한 권의 책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자라날 우리의 생각들, 그리고 그 생각을 펼쳐나갈 젊은이들의 열정을 생각하니 다가올 미래가 궁금해져 견딜 수가 없다. 이 책이 생명자본주의라는 이름 아래 불붙일 것들에 대한 것들을 생각하니 즐겁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