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시대 - 보이지 않는 전염이 어떻게 암과 심장질환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는가?, 뉴 휴머니스트 클래식 4
폴 W. 이왈드 지음, 이충 옮김 / 소소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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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크리스마스 씰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시기가 되었다. 씰은 해마다 다른 시리즈로 발행되었고 꽤 예쁜 모양새를 가지고 있어서 모으곤 했다. 사실 크리스마스 씰은 결핵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결핵 퇴치를 위한 기금조성을 위해 발행되었다. 결핵에 대한 또 다른 경험은 고등학교 때이다. 고교재학시절 매년 한 차례씩 건강검진을 하는 날에 우리는 흉부 X선 사진을 찍곤 했다. 우리끼리야 농담조로 ‘이걸로 담배 핀 사람 골라내는 거 아냐’라며 낄낄댔지만 그런 검사가 결핵감염의 여부를 알아내려는 목적도 끼여 있었다는 사실을 지금에야 알았다. 결핵은 이렇게나 생활가까이에 다가와 있는데, 나는 그 병이 전염병이라는 사실밖에 모른다. 위험하다는 사실은 알겠지만 그 위험이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그 위협이 몸에 와 닿지 않는다. 내가 겪은 전염병이라고 해봤자 아폴로 눈병정도 인데, 이것도 나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 가해져서 실명할 위험의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보다도 걸리면 공식적으로 결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두려움이 덜한 걸까.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진리일까.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와 세균들이 어떻게 치명적인 위협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일까. 이 치명적인 위협은 피할 수 있는 것인가.

 ‘전염병 시대’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들은 최상의 전략으로 생명체를 이용한다. 그들은 자신의 모양을 변화시켜서 적응하는 유연한 대처법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숙주의 생활환경에 따라 자신의 특징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도 지니고 있다. 더욱이 문제는 우리가 전염병이라는 것이 울창한 정글 같은 오지에서만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선입견이 이들을 치명적인 위협으로 만드는 원인 중에 하나이다. 이러한 선입견을 방패삼으며 숙주 안에서 자신을 널리 퍼뜨릴 방법을 생각하던 그들은 방법의 하나로 유연한 진화를 선택했다. 예를 들어 침입한 병원체가 강력하여 숙주를 많이 상하게 한다면 병원체는 원하는 것을 얻기도 전에 함께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병원체가 적당히 숙주를 상하게 한다면 그 숙주는 다른 숙주를 만나게 될 테고, 그렇게 된다면 병원체는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 그러나 원래부터 다른 숙주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전자의 경우보다 많이 주어진다면 병원체는 자신의 감염성을 치명적으로 할 것인지 온순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숙주의 생활환경에 따라 진화하는 이러한 은밀하고도 강력한 삶의 방식은 치명적인 위협임에 틀림없다.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마지막 원인은 ‘무지’이다. 그야말로 “무식하면 손발이 고생 한다”는 말에 들어맞는다. -물론 약간의 의미차이는 있지만-. 어떤 병이 전염성 병인으로 인한 질병인지 아닌지 같이 병인을 판단하는 문제에 있어서 아직도 의학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다. 물론 지은이가 전염병이라고 판단하는 영역이 무척 넓기는 하다. 심지어 정신병들 중에서도 전염성의 병원체가 원인인 병이 있을 수도 있다는 발언에서 너무 멀리 나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원인 중의 하나인 무지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가능한 경우를 모두 사고해보는 과정이다.

 그렇다 이미 지은이의 예견대로 전염병의 시대는 열렸다고 생각된다. 이미 몇몇의 병들이 단순히 스트레스나 환경의 변화에 의해서-그러니까 단순히 확정지을 수 없는 그런 병인-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염성 병인으로 인해서 일어난다는 것이 밝혀진바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위궤양을 들 수 있다. 또한 처음에는 몰랐지만 알고 보니 전염성 병인이 있었던 질병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병원체의 능수능란한 진화는 이미 만들어진 최초부터 시작되어 온 것이다. 그래서 치명적인 위협이라 하더라도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능력의 한계가 존재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이러한 위협에 대해 인지하고 예방하는 방법이다. 이런 의미에서 ‘전염병 시대’는 이미 도처에 있는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질병에 대해 질병의 해결책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병인에 대한 탐구와 여타의 가능성을 생각해보도록 촉구하는 입장을 담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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