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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똥 본 적 있니? - 신나는 화장실가기
세베 마사유키 그림, 무라까미 야치요 글, 이자영 옮김 / 청솔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제 아이는 52개월 우리나라 나이로 6살이랍니다. 올해 유치원에 들어갔습니다. 유치원에 가려하니 여러 걱정거리가 많아지더군요. 그 중에서도 제일 큰 걱정은 대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것이었어요. 대변이 마려우면 그냥 참고, 어느 정도 진행돼서 대변이 밖으로 나오면 그때 마렵다고 하는 거예요. ‘엄마 똥 마려워요’ 한 마디만 하면 되는데 그 말 나오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그 반가운 말을 들었을 때는 이미 타이밍이 늦어진 상태였어요.
전 제 교육방침에 뭐가 잘못되었을까 고민 고민 생각도 많이 해봤습니다. 인터넷을 살펴보니 48개월 이상인데 대변을 가리지 못하는 병을 ‘유분증’이라고 하더라구요. 심하면 초등학교 가서도 대변을 참는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원인이 뭘까’ 주된 원인은 대변을 가릴 시기에 너무 강압적으로 하면 그렇게 된다나요. 다른 원인은 배변연습이 잘되지 않았을 때 생긴데요. 우리 이아는 후자였습니다. 전 가릴 때가 되면 다 하겠지 하고 편하게 생각했습니다. 대변을 일부러 참는 어른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유분증이라는 병이 있다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그 때부터 초조해지더군요. 똥을 참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났습니다. 엉덩이도 때려보고 타일러도 보고 선물공세로 강화훈련까지 해봤어요. ‘엄마 똥 마려워요’할 때 조그만 선물을 주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다 소용이 없더군요. 선물공세는 부작용까지 생기더라구요. 우리 아이가 나중에도 대변을 못 가려서 학교 가서 창피 당할 것을 생각하니 걱정은 더해만 갔습니다.
그러나 제가 초조하면 초조할수록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더 한번 느긋해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떠오른 생각은 ‘좋은 책을 사주자’였어요. 그동안 책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어디 그런 책이 있을라고?’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별로 적극적으로 살펴보지 않았고 또 책으로 우리 아이 습관을 고칠 수 있을까 별로 믿질 않았어요.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고른 책이 바로 ‘네 똥 본적 있니?’였어요. 책을 보자마자 우리 아이는 이 책에 매료되었고 매일 여러 차례 같이 읽었습니다. 책을 통해 누구나 똥을 누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건강한 똥을 누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깨우쳤습니다. 특히 건강한 똥을 누려면 참지 말아야 함을 강조했지요. 이제 우리 아이는 매일 대변을 보면서 오늘은 어떤 똥을 누게 될지 궁금해 한답니다. 바나나처럼 생긴 건강똥을 누게 되면 매우 만족해하지요.
똥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 모양, 색깔, 냄새도 여러 가지라는 것, 그리고 누구나 다 대변을 본다는 것을 통해 똥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의 일부이고 매우 중요한 활동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깨닫게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바른 식습관을 길러 준다는 것입니다. 좋지 않은 음식과 잘못된 태도로는 건강한 똥을 누지 못한다는 것을 가르칩니다.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으려 할 때 ‘많이 먹으면 배가 아픈 설사를 누게 되요’라고 말하면 단번에 ‘네 알았어요’하고 더 이상 조르지 않더군요.
그림 또한 아이들이 잘 이해하고 실생활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똥의 특징을 잘 파악해서 단순화 시켜 혐오감 보다는 친숙함이 느껴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 책은 우리 아이처럼 어느 정도 이해력이 있는 상태에서 대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바로 제가 이 책 한 권으로 고민거리를 날려버렸거든요. ‘엄마 똥 마려워요’ 어떤 음악보다도 저를 행복하게 만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