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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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술을 밀매한 죄로 유형된 시골 아낙네와 절도를 범한 젊은이, 방랑하는 부랑자, 방화범, 횡령으로 기소된 실업가, 그리고 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 하여 가엾게도죄없이 체포됐던 리지야, 입헌정치를 바랐으나 투옥된 구르케비치 등 정의와 신앙을 지지하고 민중을 계몽하려고했던 이런 운동을 대표하는 각 계급의 사람들을 떠올렸다.
갑자기 네홀류도프에게는 이들이 체포되고 투옥되고 유형당하는 것은 사회를 어지럽힌다든가 정의를 그르치기 때문이 아니라 다만 관리들이나 치부한 자들이 백성으로부터거둔 재산을 보유하는 데 이들의 존재가 거추장스럽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밀매한 시골 아낙네도, 거리를 떠돌아다니던 절도범도, 선전물을 가지고 있었던 리지야도, 미신을 물리치려고 한 분리파 교도도, 헌법의 존재를 내세운 구르케비치도모두 이런 의미에서의 방해자였다. 네흘류도프는 이제 분명하게 알았다. 자기의 이모부뿐 아니라 원로원 의원이라든가 토포로프, 그리고 각 부처의 깨끗하고 단정한 의복을입은 관리들이 무고한 사람들이 당하는 고생에 대해 염려하기보다는 오직 사회의 위험 인자를 없애는 데만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이 때문에 죄 없는 한 사람을 벌주지 않기 위해 열 사람의 죄인을 용서한다는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와는 어긋나게 썩은 것을 절단하기 위해 상하지 않은 것까 - P134

지 자르고 만다. 그리하여 위험한 한 사람을 제거하기 위해 이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열 사람도 죄목을 만들어 처벌하는 것이었다.
이제껏 있었던 일들에 대해 네흘류도프는 분명히 납득했다. 그러나 너무도 분명한 사실임에도 이를 인정하는 데주저했다. 그처럼 복잡했던 것들이 이렇게도 간단한 설명으로 끝나버릴 수 있다니. 정의니 선이니 법률이니 신앙에관한 모든 단어들이 단순한 말이 아니라 가장 불쾌하고 굴욕적이고 탐욕스러운 야비함을 가지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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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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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으로 나온 네흘류도프는 질경이며 백산차가 우거진목장 안의 고르지 않게 다져진 오솔길에서 알록달록한 무늬의 앞치마를 두르고 귀걸이를 단, 통통한 맨발을 재빠르게 움직이며 걸어오고 있는 농가의 계집애와 마주쳤다. 집 - P370

으로 돌아가는 길인 그 계집애는 왼손은 그냥 한쪽으로 흔들어대면서 오른손으로는 붉은 수탉을 배 가까이로 힘껏끌어안고 있었다. 빨간 볏이 흔들흔들하는 수탉은 얌전하게 가만히 있었으나 이따금씩 눈을 굴리며 까만 한쪽 발을내밀었다 오므렸다 하면서 계집애의 앞치마를 발톱으로 긁어대고 있었다. 계집애는 주인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게되자 달려오다시피 하던 발걸음을 늦추어 보통 걸음으로걸었다. 네흘류도프와 나란히 서게 되자 걸음을 멈추고는고개를 발딱 뒤로 젖히더니 꾸벅 인사를 하고는 주인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수탉을 앞에 안은 채로 또다시 달음질쳐 갔다. 우물이 있는 쪽으로 내려가던 네흘류도프는 또다시 물이 넘쳐흐르는 무거운 물통을 굽은 등에 짊어지고오는 지저분하고 낡은 옷차림의 할머니와 마주쳤다. 할머니는 조심스럽게 물통을 땅에 내려놓더니 역시 계집애와같이 고개를 뒤로 젖혔다가 숙여 그에게 인사했다.
우물을 지나고 나니 마을이 보였다. 맑게 갠 무더운 날인지라 오전 10시였는데도 후텁지근했다. 뭉게뭉게 몰려드는 구름이 이따금 태양을 가려줄 뿐이었다. 길에서는 어디에서고 코를 찌르는 냄새, 그러나 결코 불쾌하지만은 않은거름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이 냄새는 산길을 올라가고있는 햇빛에 반짝이는 수레에서도 풍겨나오고 있었는데,
네흘류도프가 열린 문 앞을 지나가던 어느 집의 파헤친 거름 구덩이에서 특히 지독한 냄새가 났다. 수레를 따라 산길을 올라가는, 거름 물이 묻은 바지와 셔츠를 입은 맨발의 농부들은 키가 크고 풍채 좋은 신사를 돌아보고 있었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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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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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도둑이나 살인자, 간첩이나 매춘부는 자기의 직업이 나쁘다고 인정하고 그 사실에 수치심을 가지고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이다. 운명이나 자기의 실책 등으로 인해 어떤 처지에 몰리게 되면사람들은 그것이 아무리 양심에 거리끼는 일이라 할지라도자기에게는 바람직하고 훌륭한 것이라는 인생관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견해를 계속 갖기 위해서 저마다 자기의 인생관이나 그속에서의 자기 위치를 인정해 주는 그룹을 지지하게 된다. 도둑이 자기 기술을 자랑하거나 매춘부가 자기의 타락을 뽐내고 살인자가 그 잔인성으로 의기양양해하는 것을 듣는다면 우리는 크게 놀랄 것이다. 우리가놀라는 이유는, 단지 거기에 속한 사람들의 수가 한정돼있고 더욱이 우리가 그들과는 다른 환경 속에서 살고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부(富), 즉 약탈을 자랑으로 아는부자들이나 자신의 승리, 즉 살인을 뽐내는 군사령관이나자기의 권력, 즉 폭력을 자랑으로 여기는 권력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 속에서는 자신의 입장을 합리화시키는 어떤 - P266

인생관 내지 선악관의 왜곡을 찾아내지 못한다. 왜냐하면이처럼 왜곡된 관념을 갖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더욱 수가 많고 우리 자신이 그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마슬로바도 자신의 인생이나 사회에서의 자기 처지에 대해 이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유형 판결을 받은 매춘부였으나 그럼에도 자기를 인정하고 어느 사람 앞에서고 자기를 자랑할 수 있는 자기 나름의 인생관을 키웠던 것이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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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 -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브랜드의 비밀, 개정판
곽준식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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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먼저 휴리스틱의 이해와 응용을 위해 회상 용이성(이용가능성 휴리스틱), 전형성(대표성 휴리스틱), 외부에서 주어진 기준점(닻내림과 조정), 이성이 아닌 감성(감정 휴리스틱)이 인간의 판단(확률 및발생가능성 예측)과 선택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룬다(2부: 가장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의 비밀).
나아가 기대이론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하고 응용하기 위해 이익보다 손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간의 특성을 다루기도 했다. 보유하고 있는 물건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도록 하고(보유효과), 변화에대한 두려움을 갖게 하며(현상유지효과), 사고의 틀을 제한하기도 하고(프레이밍효과), 과거 결정에 집착하도록 만드는 매몰비용효과) 판단 - P5

의 과정과 그 사례에 대해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3부: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의 힘).
4부 ‘대세를 바꾸는 브랜드의 무기‘ 에서는 선호역전현상의 이해와 응용을 다룬 내용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대안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할 확률이 증가하는 것(유인효과),
단독대안 평가와 복수대안 평가에 따라 기존에 판단하기 힘들었던속성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대상에 대한 선호가 바뀌는 것(평가모드)등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또한 가까운 미래는 실행 가능성을, 먼 미래는 바람직성을 중심으로 추론하기 때문에 시점에 따라 다른 평가결과가 이루어지는 것(시기추론이론)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그 적용사례도 확인해보려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5부 ‘끝까지 승자로 남는 브랜드의 전략‘ 에서는 게임이론의 이해와 응용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에 집착하기보다 공정성에 대한 판단을 중요시하며(최종제안게임), 사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을 처벌함으로써 ‘무임승차자‘ 를 방지하려는 면이 있다(공공재게임), 이를 통해 합법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볼 것이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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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 -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브랜드의 비밀, 개정판
곽준식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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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서 기회를 만드는 방법
"위기라는 말에는 위험과 기회의 의미가 담겨 있다.
위험이라 생각할지 기회라 생각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정주영(前 현대그룹 회장)1976년 사우디아라비아가 발주한 주베일항만 공사는 공사금액만해도 당시 우리나라 예산액의 절반에 맞먹는 9억 3,000만 달러로,
실로 어마어마한 공사였다. 그 무렵은 제1차 석유파동 이후 석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넘쳐나는 달러를 주체하지 못하던 중동국가들이여러 가지 사회 인프라를 건설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낮엔 너무더워서 일을 할 수가 없고, 건설공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이 부족해 어느 나라에서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무원들을 보냈지만 갔다 온 공무원들도 역시 공사를 할 수 없는 나라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정주영 회장은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이 했던 말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이야기를 했다. 즉, 중동은 1년 내내 비가 오지 않기 때문에 "1년 내내 공사를 할 수 있고, 모래가 지천에 있으니 자재 조달이 쉬워 "건설공사하기 제일 좋은 땅" 이라는 것이다. 그는 부족한 물은 "다른 곳에서 공수해오고, 뜨거운 더위는 "낮에 자고 밤에 일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으로 시작된 주베일항만 공사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이후 현대건설은 두바이 발전소 등 중동 일대 대형 공사를 잇달아 수주하며 5년간 약51억 6,4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하고자 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하기 싫어 하는 사람은 구실을 찾는다‘라는 말이 있다. 정주영 회장은 방법을 찾았고 그결과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들어낸 것이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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