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 실크 하우스의 비밀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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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말에 나온 한 권의 책은 <셜록 홈즈, 실크하우스의 비밀>이라는 제목을 달고 출간되었다. 셜록 홈즈의 단편을 묶거나, 표지와 번역을 약간 다르게 한 다른 작품들이 떠올라 그리 큰 관심을 갖진 않았다. 셜록 홈즈라는 매력적인 컨텐츠를 빌려 그 외전격인 작품을 쓴다거나 그 이미지만 따와서 조금은 허접해 보이는 주인공의 배경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셜록홈즈2 그림자게임>영화와 BBC 셜록 시즌2가 시작되는 시기와 묘하게 맞물린데다가, '코난 도일 재단 공식 셜록 홈즈'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와 비교적 큰 히트를 쳤다. '모리아티 교수'를 주인공으로 한 몇 작품들의 판매는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본류를 계승한 정품 이미지 홍보가 꽤 먹혀들었을 것 같기도 하다. 출판사인 황금가지 또한 국내 셜록 홈즈 전집의 대표적인 출판사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정통파 이미지에 꽤 힘이 실린 것도 있을테고.

 

 

 이 책을 읽는 도중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 영화와 꽤 많은 부분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사실 읽은지 오래되어 코난 도일 경의 셜록 홈즈 이야기가 가물가물 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에 대한 해석 또한 정말 좋아하는지라 '실크 하우스'의 홈즈가 너무 진지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액션 블록버스터의, 그것도 가이 리치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만나 탄생한 셜록 홈즈 같았다면 본래의 홈즈의 맥을 잇는 작품의 주인공으로서는 부적합 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셜록 홈즈 실크 하우스의 비밀은 현대에 쓰여진 책답게 보다 잔인하고 충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퍼즐적 요소보다는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교묘하게 셜록 홈즈와 고전 미스터리의 팬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면서도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스타일을 섞어 이질감을 최소화하면서 신선함 또한 거머쥐었다.

 

 사실 모든 셜록 홈즈의 이야기들은 셜록 홈즈에 변화를 준다기 보다는 '왓슨' 쪽에 변화를 주면서 개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찰자와 서술자로서의 왓슨의 눈과 입이 바뀐다면 당연스럽게도 새로운 셜록 홈즈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앤터니 호로비츠는 새로운 왓슨을 자처하며 지난 날의 관점에 대해 조심스럽게 조율해나간다. 다른 등장인물들이나 지나간 사건에 대해 살짝 다른 의견들도 제시하기도하고, 모리아티 교수와의 만남 일화를 끼워 넣으면서 기존 작품들과의 연결 역할까지도 욕심을 내고 있다.

 

 '실크 하우스의 비밀'은 주인공인 셜록 홈즈를 제외하고 본다면 그렇게 뛰어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셜록 홈즈니까' 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말 많은 부분이 살아나고 다르게 보여 놀라웠다. 셜록 홈즈라는 불멸의 컨텐츠가 가진 가장 큰 파워는 수많은 아류들과 라이벌에서도 유일한 명탐정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다름아닌 '셜록 홈즈'라는 사나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앤터니 호로비츠의 역량을 볼 수 있는 다른 책들을 읽는 것도, 다음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는 것도 매우 기대가 된다.

 

 그동안 셜록 홈즈가 코난 도일 경이 쓴 몇권의 책의 훌륭함으로 불멸의 타이틀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생각이 조금 바뀌고 있다. 스토리와 작가, 감독의 기량으로 말미암아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 아닌 스토리와 작가, 감독에 무한한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축복과도 같은 존재가 바로 '셜록 홈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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