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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고전 읽기 - 문학 + 인문사회를 가로지르는 고전 겹쳐읽기 프로젝트!
박홍순 지음 / 서해문집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사회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다양한 글을 쓰고 강연을 하는 박홍순 작가의 책이다. <미술관 옆 인문학>을 좋아했고 그 후로 출간한 여러 책들도 눈여겨 만지작거리던 사이 이 책을 발견하게 됐다. 목차와 서문을 훑어보고는 여럿이 함께 읽기로 하고 열 권을 구입했다. 각자 한 두 장씩 맡아 발제하기로 하고 꼼꼼하게 읽었다. 문학 작품 한 권을 소개하고 그 작품과 관련된 사회과학 고전 한 권을 연결하여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한 권의 책을 다른 책들과 종횡으로 연결해 읽어나가는 방식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문학과 철학·사회학·사학·과학 등의 비문학을 연결하는 방식이 더욱 흥미를 끈다. 그래서인지 ˝문학과 인문사회를 가로지르는 고전 겹쳐읽기 프로젝트˝라는 소개글에 주저없이 책을 집어들었던 것 같다.
저자는 서문에서부터 라이트 밀스의 저작을 인용해 `사회학적 상상력`을 강조했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그것을 습득하기 위한 노력에 한정된 정신적 에너지를 소진해버리기 쉽지만 진실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자신의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선명히 요약해 낼 수 있도록 정보를 이용하고 사고를 발전시키도록 도와주는 정신적 자질˝이라고. 라이트 밀스는 사회학적 상상력을 가져야 혼란한 사회 속에 개인의 위치와 사회의 구조를 인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을 가져야만 개인적 삶과 사회적 영역, 즉 공공의 영역이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한다. 일과 일상 생활에 파묻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저 조각난 정보로만 입력되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 아닐 수 없다.
<당신들의 천국>과 <공동사회와 이익사회>, <레 미제라블>과 <크리톤>, <방드르디>와 <개인주의의 역사>, <광장>과 <사회계약론>, <백범일지>와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 <베니스의 상인>과 <선택의 자유>, <세일즈맨의 죽음>과 <현대 세계의 일상성>, <지와 사랑>과 <정신분석 강의>, <시시포스의 신화>와 <현대성과 자아정체성>, <멋진 신세계>와 <현대 물리학과 동양 사상>이 이 책의 세트 구성이다.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선택하고 조합한 메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두 책의 연결고리가 글 자체에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책을 각 장에 함께 배치하기는 했지만, 이 책들이 각각 떨어져 있는 느낌이 강하다. 그 통합은 독자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문학 작품도 그렇지만 인문사회 고전에 약한 이들이라면 두 책의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듯하다. 물론 연결고리를 강하게 하자면 더 많은 분량의 글이 필요했을 것이고 10개의 세트는 아마도 반 이하로 줄어들고 말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연결고리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건 욕심많은 독자로서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로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더 할 말이 많이 있었을 것이라 느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