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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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윤리적이지 않아도 위대한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 최초의 책이다. 일상에 찌들어가면서도 스트릭랜드의 삶을 떠올릴 때면 언젠가, 혹은 지금이라도 나만의 달을 찾아 떠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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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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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남북한이 안고 있는 사회문제들과 그 속에 방황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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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는 것의 의미 동문선 현대신서 16
존 버거 지음, 박범수 옮김 / 동문선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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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시선의 주체와 객체의 관계, 그리고 보는 행위에 담긴 숨은 의미들을 일깨워주는 놀라운 책. 일상생활 속에 벌어지는 일뿐 아니라 예술작품 혹은 대중문화 작품들을 바라보는 훌륭한 도구를 하나 더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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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 교수는 저명한 사회학자이기도 하지만 중앙일보 칼럼을 통해 익숙한 분이었다. 최근 `시민`과 `시민성`에 대한 담론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 이 책을 발견했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자화상으로 일상 생활을 소재로 감상을 써내려가다 묵직한 성찰로 귀결되는 글이었다. 2부는 한국사회, 3부는 시대, 4부는 역사로 구성되었다. 사실 2부에서 4부까지는 오랜 기간 기고한 칼럼들을 묶어 재배치한 격이라 단행본으로서의 가치를 반감시킨 면이 있었다. 가장 신선하고 흥미로운 부분은 역시 1부였는데 제목과의 연관성이나 통일성으로 보면 가장 동떨어진 부분이기도 하다는 모순이 있다.

1부가 더 친근하게 느껴진 것은 춘천 생활에 대한 공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필자의 과거 생활 근거지였고, 현재는 집필실이 있다는 그곳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눈에 보이는 듯 이미지가 그려졌다. 그 속에서 겪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 필자는 ˝자신의 주관적 판단과 가치관, 삭지 않은 성질과 성깔의 울타리˝를 걷어내고 본질을 온전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중년의 안경`은 없는지 묻고 있었다. 칼럼 때문에 촉발된 안도현과의 불편했던 사건, 조용필과의 만남 등은 흥미진진하기까지 했다. 문학평론 활동을 했다는 과거를 읽고나서야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사회과학자답지 않은(?) 분위기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2부에서 4부까지는 굳이 장을 나눌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 만큼 비슷한 문제의식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압축 성장을 해오는 동안 결핍을 상실했고 저출산, 저성장으로 접어들며 최고의 스펙사회, 경쟁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시민성, 시민사회는 발붙일 틈이 없었고 지금 우리나라에는 국민만 있고 시민은 없다는 것. 정치권이나 시민사회 모두 이념 대립에 빠져 있고 불신사회가 된 대한민국에서 가족과 나 외에는 의지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블랙박스가 불티나게 팔린다는 진단도 함께.

국민은 국가 명분에 수직적으로 동원된 원자화된 개체로서 수평적 관계에는 한없이 미숙한 존재이고, 동시대를 사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자제와 양보가 시민성이라 말했다. 국민과 시민의 차이를 여러 부분에서 논하고 있는데 우리는 일제강점과 해방 후 복잡했던 국내외 정세 때문에 시민성이 싹트지 못한 채 자율성을 상실한 국민으로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민 없는 국가의 시대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진단에 크게 공감했다. 최근 시민성 교육에 대한 담론이 고개를 든 것이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형해화된 정치 교육의 현실을 보면 시민성 교육의 길은 더 멀게만 느껴진다. 그의 바람처럼 우리나라에도 국민에서 시민의 시대가 오기를, 시민 민주주의가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피케티와의 대담을 전후로 경제 문제에 대한 기나긴 진단도 이어졌다. 피케티의 현실 진단에는 공감하지만 고소득세, 고자본세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을 분명히하고 분배혁신, 복지개혁, 공동체 정신의 회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필자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적의(敵意)의 정치, 과잉 정치 때문이었다고 평했는데, 고소득세, 고자본세에서 그런 적의가 읽힌 모양이다. 그런데 고소득자, 고자본에 누진적으로 세금을 매기지 않고 분배혁신과 복지개혁이 가능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3부에서는 ˝복지증세를 `행복세`로 명명하고 쓰임새와 효과를 설명할 것과 상위층부터 누진세를 매기고, 아래로 갈수록 세율을 대폭 낮춰 행복사회로 가는 능동적 참여를 권유해보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것이 앞에서 부인한 피케티의 주장과 무엇이 다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도 약간의 의문이 있었다. 19세기 거문도 점령 사건까지 들어 제주가 전략적 요충지임을 역설했고 환경.주민자치 문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차분히 따져보며 샌디에이고처럼 민군복합항을 만들자는 제안까지 더했다. 그런데 제주 해군기지 건설문제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를 제주도민들의 자치문제, 환경문제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그가 언급하지 않은 문제, 중미관계나 미군의 GPR에 대한 우려도 제주도 내부의 문제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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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에 관하여 - 숭고하고 위대한 문학작품에 대한 단상들
샤를 단치 지음, 임명주 옮김 / 미디어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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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을 읽는가>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샤를 단치의 책이다. 이번에는 위대한 문학 작품, 걸작에 관한 이야기다. 약간 차가운 듯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말투, 단호한 어조, 거침없는 발언이 그의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 책에서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아포리즘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요즘들어 좋은 책, 특히 위대한 문학 작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상황이라 이러한 류의 책들은 눈에 띄는대로 사서 읽고 있다. 이 책은 좋은 책을 가르는 기준을 제시해 주었다기보다(물론 그런 측면도 무시할 수 없지만) 용기를 주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었다. 특히 독자로서, 좋은 독자라면 걸작을 부정할 수는 있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며 등을 두드려 주는 듯했다.

˝좋은 독자는 세상에서 가장 덜 종교적인 존재다. 그는 자신의 쾌락을 증가시키기 위해, 아니 자신의 존재를 확장하기 위해 자유롭게 평가한다.˝ -22

이 책에서 주로 언급하는 내용은 걸작이 갖추어야 할 공통점이라기보다 걸작들의 특징을 역추적해나갔다고 하는 편이 이 책의 특징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특징들은 모든 작품에 적용되지 않는다. 걸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걸작에 공통점이 없다는 것이 걸작 하나하나를 절대적으로 보이게 한다. 서로 전혀 닮지 않았다.(…) 걸작은 평범함과의 단절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30

요즘 문학을 통해 아이들에게 사상을, 통계를, 사회를, 도덕을 가르치려 한다는 비판도 무척 와닿는 부분이다. 문학과 예술의 나라 프랑스도 美보다 저런 측면에 초점을 맞춰 문학교육을 하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감각과 미적 감수성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한 대가로 지금 우리가 치르고 있는 대가들을 생각하면 교육에서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또 좋은 작품에는 표면상 주제와 실제 주제가 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것을 파악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다. 독서토론 모임이나 청소년들에게도 책을 더 새롭고 깊이 있게 읽는 방법으로 유용할 것 같다.

˝우리는 문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상을 가르친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문학으로 도덕, 사회, 통계, 사상을 가르친다. 토론의 주제가 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게다가 특별히 괴로운 것이면 무엇이든 가르친다. 미학은 벌을 받고 칠판 밑으로 치워진다.˝-168

˝감각의 지식이 포함되지 않은 지식은 아무 것도 아니다.˝-171

˝<마담 보바리>의 표면상 주제는 엠마 보바리의 인생이고 실제 주제는 독서의 영향이다. 책 때문에 타락하는 일은 없으니, 엠마가 좋지 못한 책을 읽어서 타락한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책과 지혜롭지 못한 머리가 만나 안타까운 흥분 효과를 만든 것이다.(…) <돈키호테>는 기사소설에 대한 비평이며 독서가 불안정한 뇌에 미치는 위험에 대한 분석이다.(…)걸작에는 주제가 없다. 형식만 있을 뿐이다.˝ -71~72


샤를 단치는 이 책에서 걸작과 걸작 비슷한 것들, 그리고 걸작으로 알려져 있으나 자신은 훌륭하게 평가하지 않는 작품들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나 <피네건의 경야>,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두고 의문을 제기한 부분은 좀 충격적이기도 하다. 그가 지적하는 부분들 중 몇몇은 그 작품을 걸작이라 평하는 이유에 속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걸작을 쓰거나 읽으려고 하기보다 걸작으로 살라, 걸작으로 살기보다 걸작이 되라는 말로 이책은 마무리된다. 우선 읽고 쓰는 것부터라도 제대로 할 수 있었으면…

˝걸작은 현실과 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 걸작은 그들의 장소, 시간, 그리고 우리에게서 나온다. 인간에게는 비범한 능력이 있다고 걸작은 말한다.˝-33

˝걸작은 그 시대에 색깔을 입혀준다. 걸작은 과거에 재능을 부여한 현재다.˝-47

˝걸작은 나태함에 폭탄을 설치하는 무정부주의자다.˝-63

˝걸작은 출간 전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출간과 동시에 즉각적으로 세상의 중심에 서게 되고 우주의 중력은 걸작으로 옮겨간다. (…) 걸작은 이기적일수록 이타적이게 된다. 걸작에게는 비밀로 하자. 덕성과 미학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할 수 있으니까.˝-68~69

˝걸작이 되려면 의도된 형식이 있어야 한다. 미리 결정된 형식이 아니라 말하고 싶어 하는 것에 가장 적합한 형식을 말한다.˝-85

˝사람들은 글을 쓰는 책임이 얼마나 큰지 상상하지 못한다. 영원성과 마주하는 것이다. 영원한 암흑 속에 작은 돌 하나 던지는 느낌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별반 나을 것이 없는. 적어도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91

˝문학은 고귀하지만 민주적인 언어로 만들어진다. 문학에서 사람을 분리시키면 문학은 공허해진다. 고급 창작물인 걸작은 매우 서민적이다. 그런데 서민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점이 안타깝다.˝-107

˝중요한 것은 이성이 아니라 진지함이다. 볼테르와 보마르셰는 진지한 사람들이었다. 걸작은 진지하다. 밝고 명랑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진지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143

˝위대한 작가들은 다른 위대한 작가들을 만났을 때 모두 실패하지 않는가? 위대한 작가는 행성이다. 행성은 다른 행성에게 할 말이 없다. 작은 별인 자신들의 위성에게만 할 말이 있다.˝-182

˝걸작 이전의 삶은 지금과 다르다. 걸작과 함께하는 삶은 완전히 다른 삶이다.˝-186

˝걸작은 걸작을 사랑하게 한다. 걸작은 걸작의 작가를 사랑하게 한다. 걸작은 새로운 영토의 정복자이고 우리 영토를 넓혀준다. 협소한 곳에서 벗어나게 하고, 덜 편협하게 하고, 덜 경직되게 하고, 덜 메마르게 하고, 덜 무미건조하게 한다. 책을 읽는 사람은 광대하다.˝-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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