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가계 - 소박하고 서늘한 우리 옛글 다시 읽기
이상하 지음 / 현암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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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책 표지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는 얘기부터 시작하겠다. 책가도를 현대적 디자인으로 변형시킨 표지디자인과 <냉담가계>라는 뭔가 미스테리한 제목이 보는 이들의 시선을 강하게 잡아끈다. 소제목을 보니 `소박하고 서늘한 우리 옛글 다시 읽기`라고 쓰여 있어 `아, 정민 선생류의 책같은 옛글 편집서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고전 편집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읽게 된 이유의 절반은 표지 디자인과 제목 덕분이었다는 것을 출판사에 꼭 말해주고 싶다. 잘 하셨다고. ㅎㅎ

냉담가계는 경서와 같이 재미없는 책을 읽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주자가 친구인 여조겸에게 보낸 편지에서 경서와 사서를 함께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저자는 무미건조할 수 있는 고전의 맛을 천천히 참고 음미해보면 삶의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책 내용은 표지만큼 끌리거나 제목만큼의 신선한 자극을 주진 못했다. 책소개를 읽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래는 출판사의 소개 글.

˝이상하 교수가 한국고전번역원의 ‘고전의 향기’ 코너에 2년간 연재했던 글들을 바탕으로 수정, 보완해서 꾸려졌다. 연재 당시 세 가지 취지가 있었다. 우선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우리 옛글을 소개하려고 했다. 둘째, 정확하고 현대적인 번역으로 원문 읽기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동시에 전해주려고 했다. 셋째, 우리 선인들이 지녔던 맑고 정한 마음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글들을 읽으며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하려고 했다.˝

그러니까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편집하여 나온 결과물인 것이다. 이런 경우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나 통일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시의성 있는 에피소드들에 의지해 서두를 시작한 경우가 많아 이것이 책으로 묶이는 경우에는 독자들에게 전혀 공감을 주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그런 부분들을 수정, 보완하다보니 원문에 있던 주제의식이 흐려지거나 글의 뜻이 모호한 경우도 생기기 쉽다. 그런 문제점들이 이 책에 종종 발견되어 아쉬웠다.

물론 좋은 옛글들을 발췌하고 읽기 쉽게 가공하여 독자들에게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런 책들도 나름의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이 책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퇴계, 남명, 매월당의 글들이 두서없이 나열되어 있는 느낌과 나머지 인물들은 그냥 양념처럼 페이지만 채우고 있다는 느낌이 든 점이다. 또 이런 옛글들을 통해 현실을 돌아보는 저자의 안목이 그리 탁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아쉽다. 간혹 학자나 종교인들의 사회참여를 싸잡아 비판하는 듯한 문장이나 민주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소모적인 정쟁 정도로 폄하하는 부분들은 특히 아쉬움이 컸다. 단지 생각의 차이라기에는 저자의 생각이 많이 모자라거나 어떤 의도가 있거나 혹은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의 선입견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 보였다. 마치 나쁜 책이라 비난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든다. 이 책이 잘 쓰고 못 쓰고, 혹은 좋은 책 나쁜 책의 평가라기보다는 나의 스키마에서는 이런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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