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지만 오늘 밤은 어떡하나요
연정 지음 / 발코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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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럴 때가 있다. 내일이 존재함에 결국 살아가지만, 감정이 뒤엉킨 오늘 밤은 어떻게 잠을 청해야 할지 의문일 때가 있다. 이렇게 종종 드는 생각과 비슷한 제목에 눈길이 가,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역설적이게도 슬프기에 슬프게 쓴 텍스트는 슬프지 않다. 되레 담담하게 글을 써 내려갈수록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먹먹해진다. 이처럼 작가는 줄곧 담담한 문체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비관적이지 않게, 가끔씩은 재치 있게. 그렇기에 작가의 이야기에 더욱이 공감이 간다. 그래서 위로받고 싶은 날에는 이 책에 손이 가는 걸까.

“마음에 계산기가 박혀 삶을 셈한다”
“스티로폼 안에 누워 있는 고고한 딸기와 다라이에 가득 쌓여 있는 작은 딸기가 있다. 들었다 놨다 하다가, 결국 다라이를 안고 집으로 간다”

작가의 이야기가 마냥 내 이야기 같았다. 지금은 그래도 사정이 낫지마는 얼마 전만 해도 비싼 밥을 먹을 때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댔다. “아. 다음 한 끼는 그냥 먹지 말아야겠다”

그래서 그럴까. 글을 읽을 때마다 마음속에 멍울진 것이 풀려갔다. 그리고 눈시울이 붉혀졌다.
<마음 응급 처치>에서 “생긴 지 얼마 안 된 멍은, 달걀을 문지르거나 찜질을 하면 없어진다…중략…상처받은 마음을 살살 만져 줘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작가가 마음을 문지르기 위해 품고 다니는 ‘비상 달걀’ 역할을 이 책이 맡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멍든 마음을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지만 오늘 밤은 어떡하나요>로 문질러야겠다. 오늘 밤을 버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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