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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젠더 수업 ㅣ 창비청소년문고 27
김고연주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평점 :
이 책에 관심이 갔던 이유는 사실 한 인터뷰 기사 때문이었다. 초등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해서 논란이 됐던 한 교사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학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성 평등교육 실태와 실제 인식과의 간극에 공감이 갔고, 학교에서 좀 더 명시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중요한 교육이란 생각이 들었다. 성 평등교육, 남매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지? 또 아이들은 학교에서 뭘 배우고 있지? 나는 성 평등과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지? 등등의 질문들을 나에게 던지고 있을 때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제목처럼 막연히 아이들도 학교에서 젠더 수업을 받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나를 찾는 여행'을 시작하는 십 대들에게...로 시작하는 첫 몇 페이지를 읽어가다 멈추고 앞표지, 뒤표지를 다시 살펴봤다. 제목을 보고도 당연히 어른 책일 거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내 예상과는 달리 청소년 문고라는 문구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어른인 나조차도 젠더 수업을 받는다는 것은 참 생소한 일이었구나! 책이라는 수단을 빌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주는 어른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안도감이 들었다. 십 대 때 내가 이런 류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던가? 학교에서 아니면 사회에서 젠더와 관련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던가? 성차이, 성 역할, 성 평등과 관련된 모든 지식과 정보들은 개인적으로 습득한 것들이었고, 개인적인 경험들로부터 얻은 정리되지 않은 의견만이 있다는 것을 책을 읽어가면서 깨달았다. 그리고 일괄적으로 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들이라 젠더에 대한 인식도 개인의 정보 습득 기회에 따라, 또 개인의 경험치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혐오의 시대를 낳게 된 원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보게 됐다.
어른인 나에게는 익숙한 내용들이 많지만, 십 대로 돌아갔다 가정하고 이 책을 본다면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새로운 내용이 많을 것 같다. 역사적인 사실들, 여러 연구 결과들과 통계 자료들이 기존의 인식의 틀을 깨어주는 흥미로운 소스가 될 것 같다. 특히 4장, 5장, 6장은 인생에서 경험을 해야만 알 수 있는 내용들이라 아이들이 우선 글로라도 접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엄마와 아빠에 대해서, 또 가족 구성원으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본인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를 나로서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어야, 타인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십 대들에게 멘토 같은 존재가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십 대들이 꼭 읽어보도록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