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 정석 - 무에서 유를 만드는 10가지 빡신 기획 습관 기획의 정석 시리즈
박신영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기획의 정석은 이전 삽질여왕을 쓴 저자의 두번째 저서이기에 무척 기대하던 책이었다. 그렇게 공모전을 휩쓸며 공모전 세계의 참된 이야기를 설파하던 그이가 이번엔 기획에 대한 책을 썼다니까 참 한결같기도 하고, 단계적이란 생각도 들었다. 많은 공모전 책들 가운데에서 독특한 냄새를 풍겼던 전 책만큼 또 이번엔 기획에 있어서 남다른 책을 썼나보구나. 하고서 말이다.


 이 책은 모범 기획서를 가져다놓고, 자 서론은 이렇게 쓰고, 본론은 이렇게쓰고, 하는 등의 문서작성 형식으로 쓰여있지않다. 그 이전에 머릿속에서 아이템을 어떻게 꺼내고 다룰지부터 소개하고있다. 또한 주어진 어떤 어려운 상황과 아이템도 기획자의 능력에 따라서 꽤 괜찮은 아이템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자심감도 심어준다. 


 이 책이 나온 경위는 '이것 기획좀 해와' 라는 짧은 말에 날밤을 새는 수많은 기획자들에게 실전에 사용될 수 있는 팁을 주기 위해서이다. 사실 기획이라는 것은 세상 모든 일에 필요하다. 뭔가 일을 할 때 그것을 이런 방법으로 최대 효율과 최소한의 비용으로 썩 괜찮은 결과를 내려면 누구든 머릿속으로 짧게나마 계획이라는 것을 세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남에게 더 그럴듯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기획이다. 주어진 상황과 아이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굴리고 포장할지에 대해 여러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온 경위에 매우 부응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가지고 내일 과제를 쓸 때 적용할 수 있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제 뿐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줄 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일이건 다 기획이기에 전부 사용될 수 있다. 특히 독자가 쉽게 잘 따라오게끔 쓰여있다. 자잘한 예시와 대화형식 등을 사용하여서 말이다.


 머릿속에서 슈슉 일어나는 상황을 글로 풀어 차근차근 단계별로 설명하려고 시도하였기 때문에, 다소 어수선한 느낌이 있을 수 있지만 그만큼 상냥하다. 그리고 길고 상냥하게 늘여써야할 만큼 내용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기획서에 사용될 툴에 대한 새로운 내용은 많지는 않다. 경영학 관련 툴을 정리한 책을 읽는게 더 깊은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저자의 강연이 무척 궁금했다. 이 책이 강연에서 시간 등의 한계로인해 다 담지 못한 것을 쓴 보조 책으로는 무척 적절하지 않았을까 싶기 때문이다. 사실 책만을 본 내게는 이 책 한권에 담긴 내용이 자못 아쉽다. 이전의 삽질정신을 읽었을 때에는 참 책을 알차게 읽어서 저자의 책에 더 높은 잣대를 대었을 수도 있다.


이 책만을 본다면, 참 기획자란 창조적인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상대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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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즈의 약속 - 이태석 신부 이야기 담쟁이 문고
이병승 지음, 한수임 그림 / 실천문학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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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톤즈의 약속

 

 지금은 종영된 W에서 진흙쿠키를 구워 먹던 사람들이 방영되었었다. 먹을 것이 없어 진흙쿠키를 굽는 그들 앞에선 평소의 작은 게으름과 핑계는 사치였다. 아이들의 빵빵하게 부른 배는 절대 건강의 징표가 아니었다. 전쟁과 각종 질병, 사회적 불안전이 휘저어놓은 그곳에 희망은 없어 보였다. 배부른 음식과 안전한 잠자리, 그리고 새하얀 운동화처럼 우리에게 당연한 일상을 갖기가 너무도 힘든 그곳은 수단의 톤즈이다.

 

가족을 잃고, 소년병으로 상처를 입은 마뉴는 신부님에게 몸을 먼저 치료받았다. 그러나 배신당했다는 기억에 사람을 믿지 못하고, 증오하며 톤즈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어울리지 못한 채, 또 다른 전쟁의 트라우마를 안은 얀센과 복수심만을 키운다. 이태석 신부님은 그런 마뉴를 놓지 않고 데리고 다니면서 그 마음을 치유하려 한다. 계속되는 신부님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방황하는 마뉴를 답답하게 여기는 바보야도 마뉴에게 총을 든 것보다 강하게 되는 법은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마뉴는 마음을 열고도 결국 소년병으로 끌려간다. 마음의 상처로 약속을 하지 않던 마뉴는 결국 소년병에서 탈출하면서 약속을 지킨다.

 

마뉴가 마음을 열고도 결국엔 소년병으로 자진해서 끌려가는 것은 지금 당장은 수단이 나아질 방도가 없다는 것 같이 느껴져 참담했다. 그렇지만 이태석 신부님의 손에 건네받은 하얀 운동화처럼, 다시 잡은 희망을 놓지 않았던 마뉴나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되겠다는 바보야처럼 지금의 어린 아이들이 자란 세대에서는 달라질 것이란 희망이 보인다. 이태석 신부님이 그곳에 남긴 가장 위대한 것은 학교나 병원보다도 희망이었다.

 

사람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의 톤즈가 아니더라도 이태석 신부님의 손에 많은 이들의 삶과 마음이 바꾸었을 것이다. 세상에 이런 커다란 사랑이 있구나, 하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삽화로 사용된 그림들은 온통 검은색으로 그려졌지만, 참 따스해서 자꾸만 들춰보고 있다.

 

풍요로움 속에 감사를 잃고, 스트레스만 쌓던 내 일상에 작은 쉼이 되었다. 초등생 정도를 대상으로 쓰인 듯 하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좋은 그림과 글이다. 요즘 어린애답지 않게 세상에 시니컬해지는 아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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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 - a True Story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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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법에게 눈물을...


  고의적 발치로 병역의무를 피하려 했다는 죄목으로 검찰에 기소된 MC몽은 무죄 판결을 받고, 징역6개월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유죄다 무죄다 말이 많고, 검찰도 항소하겠다고 한다. 일단 지금 당장은 무죄이다. 그런데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 사화봉사 120시간은 얼마나 적절한 것일까? 그리고 무죄 판결이 났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타격 입은 그의 이미지는 돌려놓을 수 없다. 그리고 판결을 지켜보면서 명쾌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찝찝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법의 위상은 그리 높지만은 않다. 그리고 누구를 앉혀놓은들 모두가 수긍할 완벽한 판결이 나올까?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행하는 법은 완벽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당신이 판사의 입장이라고 생각해보자. 아니 동네 축구의 심판도 좋고, 투닥거리는 형제의 부모도 좋고, 싸우는 친구를 말리는 입장도 좋다. 누구든 “내 얘기좀 들어봐!” 라며 제3자의 눈으로 봐줄것을 부탁 받을 때가 있다. 그 때 우리는 사건의 전말 +법, 규칙, 도덕, 나와의 관계, 타인의 시선, 사건의 전말, 이 일과는 직접적 상관은 없지만 심적으로 연결된 일들.... 등을 순식간에 뒤섞어 보게 된다. 그럴 때면 난처한 부분이 있다. 한 쪽이 완벽히 잘못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명료하지 못할 때가 대부분 인데, 판사는 어떻게 유죄와 무죄의 그 경계를 나눌 수 있을까
 

 책은 여러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하나의 사건이 짧은 소설처럼 쓰여 있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저자가 왜 변호사를 생업으로 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이제 그만 소설가로 전업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저자는 법정에서 ‘사건파일’, ‘미결사건’과 같이 딱딱한 제목 아래 너무도 간추려 정리되어있을 사건을 한 편의 소설로 무척 흡입력 있게 풀어놓는다. ‘축제’ 편에서는 덥고 어지럽고 단체로 정신을 놓은 장소에, ‘심판’ 편에서는 10년을 폭력을 감수하며 아이를 지켜오던 여자의 집에, ‘가족’ 편에서는 대를 내려오는 범죄력 속에서 고뇌하는 남자의 앞에 독자를 데려다 놓는다. 그리고 묻는다. ‘자 이 사람은 죄인인가요?’ 혹은 ‘누가 죄인인가요?’ 혹은 ‘죄인은 있나요?’ 라고 말이다.

 
 첫 이야기는 ‘축제’이다. 축제날의 더위와 오르는 술, 그리고 소음과 음악이 합쳐진 그 거리에 내가 서있는 듯 느껴진다. 첫 이야기에는 단 한명의 피해자만 나온다. 처참하게 망가져버린 어린 피해자 한명 뿐, DNA 단서는 더위 속에 모두 쓸모없게 되어버렸고, 가해자들은 훈방조치 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용의자 아홉 중 한 사람을 변호했다. 검사와 변호사의 대결구도로 보자면, 그의 승리였다. 그게 과연 승리였을까? 법의 입장에서는 지독한 패배였다. 이 ‘축제’편에서는 법의 한계, 변호사의 입장을 쓰게 보여준다. 판사와 검사 의사, 그리고 시민들이 분노했지만 그들의 분노도 법의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다. 처참한 법의 패배이다. 
  

 책을 읽다보면 유죄와 무죄로 단 두가지로 가르는 것이 너무 아쉽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나아가서 법이라는 것의 한계가 보인다. 판정이라는 것은 어느 기준의 판정인가?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사회인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언듯 보면 명확한 개념도 복잡한 사건 앞에서는 쉽지가 않다. 인간인 판사가 보기에도 유죄만큼 깨끗하진 않은데 무죄만큼 더럽지는 않은 순간은 얼마나 많을까? 정의가 지켜주고 벌하는 그 경계선은 얼마나 애매할까? 
 

 책에서는 살인을 저질렀지만 무죄를 선고받는 여인이 있다. 게다가 실제 살인범은 따로 있었지만, 법정에서는 더 이상 자세히 수사를 진행시키지도 않고, 여인을 무죄로 만들어준다. 이렇게만 본다면 말도 안되는 판결이다. 그러나 이 여인은 10년의 결혼생활 동안 처참한 폭력속에서 살았다. 단지 딸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버텼지만, 그 폭력이 딸에게 옮겨가는 것을 막으려 살인을 저질렀다. 살인이 정당하다는 상황은 없지만, 적어도 이 여인은 법이 구제한 한 가여운 생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법의 한계 앞에서, 완벽한 심판이라는 것은 정말로 신의 영역이 아닐까 생각된다. 시간과 사건이 지남에 따라 법은 조금씩 더 완벽해지고는 있겠지만 영원히 그 영역에는 다다르지 못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법이라는 시스템에 존재하는 인간적 한계를 직시하면 좀 더 명판에 가까운, 좀 더 신의 판결에 가까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히 무죄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유죄로 할 수는 없는, 또는 유죄인게 빤한데 무죄로 만들어지는 법의 시스템과 인간의 지독한 면을 계속 보면서 변호사 생활을 계속 해 온 저자에게, 16년동안 형법 전문 변호사로 살았으니 이만하면 글감도 주변지식도 충분할테니, 그만 하고 작가로 전업하는 것이 어떻느냐 묻고싶다. 특히 추리소설로... 그럼 내가 꼭 찾아볼텐데...


 

(+)

깨닫고보니 법에 대한 비관적인 글을 쓰고있다.

여러분 그렇지만 법은 지켜야해요.

최후 승리자는 변호사인가.

사건에는 휘말리지 않는것이 최고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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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iles 2020-02-1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C몽 사례는 왜 덧붙였나요? 더럽게 근거 부족한 글이네요.

한국뱀 2023-07-02 18:27   좋아요 0 | URL
그 시절 화두 가지고 예민하시네ㅎㅎ~ 좋은 글 쓰십쇼~
 
그녀의 첫 번째 걷기 여행 -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다독이는
김연미 지음 / 나무수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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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올레길을 걷는 것에 한참 빠져있던 나에게 다른 사람은 어떤 길을 어떤 생각을 하며 걸어왔나? 는 궁금증을 갖으며 본 책이었다.


처음 국내 여행을 해보려는 사람을 대상으로 여행의 감성적인 것에 디테일한 실용성을 더한 안내서이다.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루트나 숙박같은 요소를 자세히 알려주기 보다는 여행지의 감성적인 분위기와 대략적인 소개가 주를 이룬다. 새롭게 보인 것은 꼼꼼한 준비물 대한 안내이다.


여행지 소개에 여행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인다. 에세이는 전혀 지루하지 않고 이 책을 그저 걷기의 입문서쯤으로 보기에는 아깝게 느낄 정도로 글솜씨가 좋다. 새로운 것에 대한 발견보다는 지친 몸을 치유하는 여행을 소개하는 여행서이기 때문에 여행지마다 부제목 같은 것이 붙어있다. (책 제목 앞에 붙어있는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다독이는’과 맥락을 같이한다.)


인상깊은 부분은 프롤로그에 있다. 프롤로그를 유심히 보기를 권한다. 여기에는 걷는 거리와 시간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다. 잘 걷는것은 짧은 시간에 멀리, 많이 걷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내가 느끼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프롤로그에서부터 나름 걷기 여행도 가고, 어딜 가든 걷는 것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방법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의 내 걸음은 웬만한 남자걸음 저리가라 하게 빠르지만 중학교때에는 오빠가 20분만에 걸어온 하굣길을 나는 2시간 정도를 걸어서 다니던 때도 있었다. (엄청나게 느린 걸음 때문에 부모님이 걱정하셔서 핸드폰이 생길 정도였다.) 구름보다 멈추고, 개랑만나 멈추고, 또 멈추고... 매일 다니는 거리를 참 새삼스럽게 다녔던 것 같다. 그때처럼 주변에서 걱정하고 일정에 차질이 생길만큼 걷는게 좋은건 아니지만, 걷기 여행이란 많이 걷는 것 이상으로 찬찬히 느끼고 와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감한다. 서문이나 머릿글은 잘 건너뛰는 편인데 이 책에서는 감성이 묻어나서 조그만 글귀까지도 꼼꼼히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시작 전에 ‘일러두기’라는 작은 주의가 있는데 저자의 감상과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계절별로 여행지를 나누어 놓아 좋다. 걷기 좋은 계절은 가을이지만, 반대로는 겨울이기 때문에 겨울에 가기 좋은 여행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또 여행지와 때에 따라 꼼꼼히 준비물을 따져준다. 어느정도냐면 음악과 가져갈 책까지 골라준다. 이 준비물을 완벽히 챙겨가란 소리는 아니겠지만, 저자가 그 공간에서 했던 느낌과 생각이 궁금하기도 하여 한번쯤은 따라 해볼 요량이다.

새롭고 좋은 길을 걸을 때에는 ‘여행자의 딜레마’라는 것이 있다. 이런 길을 더욱 걷고 또 걷고 많이 걷고 싶은데 그러면 필연적으로 그 주변이 변하게 된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것은 안 좋은 쪽일 경우가 많다. 농경지를 망치고, 여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식당들이 두서없이 들어서면 그전의 향취를 잃는다. 최대한 건들지 말자!


책 내용에는 저자의 지인이 부탁한 휠체어로도 걷기 좋은 길이 나와있다. 저자의 이 발견은 내게도 감동적인 부분이다. 할머니가 번뜩 떠올랐기 때문이다.


프롤로그의 마지막 부분에 여행이 오로지 내 마음의 소리에 닿을 수 있기를. 이라는 글이 쓰여있다. 걷기여행은 확실히 삭막함을 보듬어준다. 그러나 책만 읽고 입맛만 다시다 끝나서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 안의 삭막함은 그대로고 채워지지 않는 것 역시 여전하다. 이 (혹은 다른 여행지에 관한)책을 덮고, 설레이는 글귀와 멋진 사진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여행을 준비한다면, 아마 책을 가장 잘 읽은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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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 생활자 - 예뻐지고 싶은 여자들을 위한 뷰티 지식 충전소
이경선 지음 / 이지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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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험 기간에 후배가 막 배송되었다는 택배물을 들고왔다. 시험기간에 좀 도와준 일로 고맙다며 내민 '책'이 들었다는 택배물, 감상문을 꼭 써달란다. 동아리방에 와서 택배를 개봉하자마자 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러면 그렇지... 원래가 엉뚱한 녀석이었는데, 화장에 대한 책이 나올줄은 몰랐다. 메이크업 생활자. 평소 메이크업은 커녕 세수하고 그 흔한 스킨, 로션도 잘 안 발라왔던 나에게 심하게 딴나라 이야기 같은 책이었다.

 정말 내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시험기간의 특성 때문이었는지. 전혀 관심 없던 새로운 분야에 대하여 알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한번 읽어보기로 하였다. 전혀 기대감 없이 심심풀이로 편 책에서 충격을 받기가 쉬울까. '도데체 여자들은 뭘 이렇게 많이 발라?' 이런 생각은 예상했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남자이지만, 최소한 피부에 대한 무관심을 지나쳐 피부를 학대해 온 것을 알았다. 새벽 밤 늦게 자기, 음주를 즐기며, 스킨과 로션은 잘 바르지 않고, 언제 샀는지도 모르며... 아무튼 나는 피부에 안 좋은 짓만 골라 해대고 있었다. 여자들의 화장에 대해서도 나름의 지식을 습득하게 되었는데, 파운데이션이나 파우더 같은 것들은 알고 있었지만, 이것은 아주 기초이고 많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격 또한 천차만별이며, 그 중 몇몇의 제품은 내 상식선에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가격표를 내세우기도 했다. 여자친구가 화장하고 꾸미느라 늦었을 때 소소한 다툼의 화두가 되기도 했었는데, 이걸 보자니 그래도 만나는 중 반 이상은 늦지 않았으니 그것에 감사해야 하는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모를 재산삼아 아름다워지기 위해 매일매일 가꾸고 화장하는 여자들의 모습에서 나 같은 남자들은 반성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록 남성과 관련된 내용은 많지 않았지만, 여자를 이해하고, 여자들의 세계를 알아보고 싶은 남자들이 읽어보면 나름의 이해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남자들이 화장에 대해 생각하는 건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화장하는 남자를 화성인 바이러스에서 봤을 때의 그 편견임을 알면서도 올라오는 거부감은 같은 것들은 상당부분 누그러졌다. 또한 피부 관리의 기초나 상식정도는 알 수 있게 되었다. 여자친구가 화장을 고칠때 왠지 유심히 보고있을 내가 상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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