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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진, 세계 경제를 입다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3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 지음, 최지향 옮김 / 부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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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마도 얼마 전 까지의 나에게 있어 근, 현대사라고 하면 초록빛 테두리의 두터운 교과서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앞으로 한동안의 근, 현대사의 이미지는 푸른빛 얇은 청바지 한 벌의 이미지일 것이다. 청바지는 얼마나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무역과 세계경제에서 청바지 , 환경과 건강에 있어서의 청바지, 선진국과 청바지, 후진국과 청바지, 대중문화의 청바지, 군인과 청바지, 미국과 청바지, 일본과 청바지, 여성과 청바지... 청바지는 아마도 다이나믹했던 세계 근현대사의 중요 단어 뒤의 어디에 놓아도 어울리는 단어일 것이다.


 이 책은, 세계무역과 경제에 있어서의 근현대사를 압축해 놓은 책과 같다. 특히 앞부분의 경우에는 이 책에 무겁지 않게 발담그게 하기 위한 청바지 관련 업자들의 (그들에겐 소소하고, 청바지에겐 일부분인) 일상을 마치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 처럼 체험하게 해 준다. 특히 공장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는 영화를 보는것 처럼 생생하다.  이들의 작은 일상이 모여 청바지가 완성된다. 이런 인간적인 부분은 마치 '청바지'라는 제목의 휴머니즘 영화같은 느낌이었다. 저자는 마치 청바지의 매력을 글체에 담으려는 듯 자유롭게 글을 써나간듯 하다. 딱딱한 무역법을 말할 때에도 쉽게 설명하려 하고, 청바지의 부분이 되는 사람들의 문화나 나라 상황까지도 편하게 설명한다.

 

 하나의 직물이 이렇게나 짧은 시간동안 그 시대의 모든 것을 의미하며, 모든 곳에 있을 수가 있을까? 평화와 전쟁의 의미를 동시에 갖춘 청바지는 모든 면에서 평화와 전쟁 만큼이나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이 책 안에서 누누히 나오는 말처럼 청바지가 매력적인 것인가 보다.

 

 청바지는 세계를 누비며 만들어진다. 중요한 목화에서 시작해서, 워싱처리를 하는 것 까지 세계의 다양한 사람의 손을 거친다. 무역을 배우는 사람으로서 이렇게나 무역의 의미를 제대로 담는 물건을 보게 되어 무척 두근거리는 마음이다. 그러나 청바지는 세계를 푸르게 멍들게 하는 데에 일조하는 물건이기도 하다. 유기농 재배는 이름뿐이고, 목화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워싱까지 청바지는 철저하게 인위적인 직물이다. 지구를 멍들게하고, 청바지를 만지는 다양한 사람들을 병들게한다. 그러나 청바지는 악마같은 소비자들이 더욱싸게를 외칠수록, 더욱 더 지독한 약품속에 담겨진다.

 

 청바지는 이렇게 매력적이고, 많은 의미를 지니며 사랑받는 만큼 지독하게 높은 가격이어야 하는게 정상일지 모른다. 샤넬이나 루이비통을 사는 사람이 주 고객이 되야하는 명품보다 더 명품같은 대접을 받아야 할 물건이다. 공정무역을 하려는 이 책의 에던은 비싼 값을 매기고도 겨우 손익분기점 주위를 맴돌 뿐이기 때문이다. 목화에 제대로 된 값을 쳐주는 것 부터 후진국 노동자들에까지 제대로 된 대우와 각종 화학물질을 뺀 진정한 유기농 청바지를 만드는 가격이 모두 포함된다면... 스타벅스의 커피콩보다도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공정무역의 단어는 무척이나 어렵다. '노동력 착취야!'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기업은 '그렇다면 비싸지는데?'라는 대답을 한다. 저자는 소비자들이 사회, 환경적 책임을 지기위해 추가비용을 더 지불하는 문제가 아닌, 소비를 원하는 욕망을 자제하는 것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우울함까지 물들어 있지만, 푸른 직물은 오래도록 사랑받을것이란 생각이다. 아마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청바지가 없다면... 당장 내일은 뭐입지!! 라는 생각으로 밤을 설칠지도 모르겠다. 소설 이외에 작가를 그닥 따지지 않았던 내게 레이철 루이스 스나이더 라는 이름은  청바지와 함께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청바지로 인해 무수하게 뻗어나가는 마인드맵을 얻은 시간이었다.


덧/  내게있어 책은 내용만큼이나 표지가 중요하다. 어떤 것은 표지가 8할 먹고 들어가는 책을 가지고 있기도 한다. 그만큼 내겐 표지라는 첫인상이 중요하다. (그러나 표지가 8할을 먹는 책은 뒤에 내게 한동안 욕을 먹는다.) 이 책은 표지도 내용도 한동안 내가 사람들의 청바지만 보게 할 만큼 훌륭했다. (인테리어로도 굳)

 

기억나는 구절 "이 세상에는 정말 꼬여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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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곳에서 다시 시작하다
전은선 지음 / 케이앤제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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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열 세명의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고난과 절망속에 떨어졌었지만, 결국 그것을 피하지 않고 극복해 낸 사람들이다. 정말 이들은 끝끝내 "쓰러진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특히 부도가 난 회사 사장님들의 경우에는 주변이 감동할 정도로 올곧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부도의 뒷수습을 해 나간다. 그리고 재기에 성공해 다시금 사업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가 아는 부도의 뒷모습은 난폭하게 찾아든 빚쟁이들과 어질러진 일터, 그리고 소식이 끊긴 사장인데 이들은 피하지 않았다.




이 책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인간이 얼마나 쉽게 죽을 수 있는지 알게 하는 지표들은 널리고 널렸다. 뉴스, 신문... 터져나오는 자살 신드롬을 넘어, OECD 국가 중 자살 순위가 몇위다 몇위로 올랐다는 둥, 한국 남자 자살순위는 몇 위... 이런 우울한 지표에 익숙해져 어느새 우린 인간이 얼마나 강인한 존재인지를 잊고 살았다. 




유독 기억나는 부분은 사장님들의 이야기와 취직난을 겪으신 IMF학번의 여성분의 이야기였다. 전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이런 사장님들만 있으면 우리나라 중소기업 문제 없겠구나.' 하는 믿음직스런 마음과, 그분들이 앞으로 더욱 잘 되시기를 기도하고 기대하는 마음이었지만.




 후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우리나라 고용실태에 대한 뉴스들이 머리를 떠돌면서 남의 일 같지 않은 마음이었다. 취직에 대한 지독한 경험담은 전에도 들은적이 있었다. 세상이 필요로 하지 않는 것만 같은 괴로움과, 주변에서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들리는 탓하는 소리의 외로움. 세상의 모든 일하고 싶은 이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희망아 번져라 옮아라!




 다만 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작가가 기자이기 때문인지 기사스러운 글이라는 것이다. 또한 별로 두껍지도 않은 한권의 책에 열 세명은 좀 많았다는 생각도 든다. (글자크기도 컸는데...) 이런 것들이 더 기사를 모아놓은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좀 더 인간승리의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할 다른 방법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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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릇한 친절 - 캐나다 총독 문학상, 의회 예술상 수상작
미리암 토우스 지음, 황소연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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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많은 것들을 쓰고 싶었는지 모른다. 메노파와 종교, 노미의 언니와 엄마, 그리고 아빠, 트레이스, 아가리, 퀴링선생...... 이  책 안에서는 종교의 아래에서 행복하게 나아가는 사람보다는 망가져 떨어져나가는 사람이 많다. 일단 노미와 노미의 가족이 그랬고, 리디아, 파문당했던 사람들, 천국이 눈앞이거늘 우울한 노인들...




 종교라는 것은 인간과 뗄 수 없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을 지역상 특성으로 다양한 종교들 가운데 위치한 미션스쿨을 다녔기 때문에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시절의 종교에 대한 대부분의 화두는 ‘사이비인가 아닌가’ 였다. 내가 그 종교에 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욕하기란 쉽다. 아주 쉽고 쉬워서 자주 도마에 올리곤 했고, 그걸 아는 학교에서도 종종 사이비 종교에 대한 티비프로를 시청하게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노미의 경우는 가족, 친구, 남자친구는 물론이고 미워하는 아가리까지 모두 한 종교이자 한 동네, 그리고 어떻게든 피가 조금씩 섞였다고 볼 수 있는 가족같은 사이이다. 내가 속한 종교를 욕하기란 내가 고등학교 때 어떤 화두가 되어 도마위에 오른 ‘사이비’를 욕하듯 쉬운 것은 아니다. 특히나 메노파의 경우에는 ‘파문’이라는 무시무시한 형벌이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사회성을 먼저 죽여 유령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인데, 사람 좋았던 사람을 미친 욕쟁이로 만드는 무시무시한 형벌이다. 이 형벌은 결국 노미를 자유롭게 만들었지만, 적어도 그 작은 마을 안에서는 지옥에 가는 바로 아랫단계로 무시무시한 것이다.

 욕하기보다 쉬운 것은, 그냥 인정하고 그 안에 녹아드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노미가 닭 목을 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졸업을 하고 노미가 일하게 될 곳이지만, 노미가 보는 이 마을이 투영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닭도살장의 이름이 ‘해피 패밀리’라니... 그 안에서 목이 잘려진 닭들은 파문당한 사람들이나 혹은... 노미의 가족이었다. 가장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노미가 닭목치는 일을 결국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왠지 노미가 앞으로 몇 년을 닭목을 치면... 이런식으로 말 할 때 마다, ‘노미, 너 이대로 살아가는건 아니지?’하고 불안했었다. 머리를 박박밀고, 학교에서는 졸업하지 못하고, 트레비스와는 헤어지고... 노미가 걱정되어 죽을 것 같은 순간에는 잠시 책을 덮어놓기도 했었다.





 희망적이지 않은 상태로 침잠하는 분위기 속에서, 설마 노미가 이대로 메노파안에서는 파문당하고 아빠와 죽어가듯이 사는 걸까... 했지만. 아빠는 위대했다. 엄마와 달리 노미의 아빠는 딸을 위해 가구를 하나하나 처리하고 마지막엔 운전면허를 따는 것 까지 보고, 노미를 위해 먼저 떠난다. 언니와 엄마는 희망적이지 못한 탈출이지만, 적어도 노미 아빠의 탈출은 오히려 가족의 앞날을 위한 희망이 보였다고 생각한다. 계속 바보같다고 생각했던 아빠의 마지막 행동은 내게 있어선 반전과 같았다. 아내와 딸을 잃고도 종교에 순응해 사는 바보라고 생각했던 것은 정말 바보같은 일이었다.




‘명심해라. 떠날 때 그들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네 발의 먼지를 털도록 해’




 아빠는 가족중에 가장 제대로 종교를 버리고 떠났다. 엄마처럼 여러 상황으로 도망을 간 것도 아니고, 언니처럼 아가리에 쫓기듯 급히 떠나버린것도 아니었다. 노미처럼 파문을 당한 것도 아니었고...




결국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지만 노미와 함께 가족들이  다시 만날 날을 꿈꿔본다.





+ 블랙코미디, 사회에 대한 깔깔거리는 풍자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노미식의 시선은  초반에 노미 가족의 과거의 조각을 조금씩 모으는 부분에서는 종종 피식하고 웃을 수 있었지만. 중반 이후에서는 좀체 웃음이 나지 않았다. 거의 내 시선은 가족들의 ‘이유’에 맞춰져 있었다. 언니가 떠난 ‘이유’, 엄마가 떠난 ‘이유’, 아가리가 변한 ‘이유’, 이유 이유 이유- 뭐든 이유가 있어야 했다.(심지어는 메노라는 사람이 이렇게 억압된 종교를 만든 이유조차 궁금했다) 알고싶었던 모든 이유 중에 명쾌하게 알게된 것은 별로 없지만, 담담하게 노미의 불행 속 희망을 알게 된 것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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