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의 도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3
문지혁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작가에게 선입견이 있었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소설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등장인물에 따라 구성한 각각의 챕터가 흥미롭게 맞물려 돌아간다. 문장은 간결하고 적당한 리듬감을 가지며 상황에 대한 묘사도 과하지도 않다. 다만 전체적인 문단의 배치 그리고 몇몇 부분의 이음새가 아주 매끈하지는 않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가 소설을 쓰면서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 주변부 인물들이 충분히 존재할 것 같은 생동감을 주는 반면 이야기의 코어를 이루는 목사와 평화의 플롯들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평화의 행동들은 개인적으로 설득력이 가장 부족하지 않았나 한다. 그리고 목사가 평화에 대해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을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중편 소설 하나는 이미 쓸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인물들이 왜 하필 뉴욕에서 조우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금 더 재미있는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사가 잘 설계되어 있는 이 소설은 꽤나 매력적이다. 이야기를 구성하여 풀어내는 능력이 (내 선입견과 달리) 돋보였다. 일부러 잘못된 집으로 데려간 후 벌이는 소동의 비밀을 다음 챕터에서 의뭉스럽게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도구적으로 쓰이는 주변부의 인물들도 훌륭히 직조하여 작가가 평소 인간에 대해 꽤 성실한 관찰자였음이 잘 드러난다.

여러모로 흥미있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이 작가의 최고 역작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의 성실한 창작 활동을 기대해본다.

Ps하나. 아무리 뉴욕이라도 평화라는, 영어로 표기하기도 힘든 이름의 사람이 둘이나 살까.

Ps둘. P의 도시에서 p는 아무리 생각해도 미혜의 피(blood)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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