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과 실재
알프레드 화이트헤드 지음, 오영환 옮김 / 민음사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화이트헤드 철학이 어렵다는 것은 그를 조금이나마 아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냥 어려운 정도가 아니다. 김용옥 선생의 말대로 칸트와 헤겔의 난해함이 새발의 피로 여겨질 정도의 난해함이다. 아니다. 그건 과장이다. 난 칸트와 헤겔의 저서를 발췌본으로 읽어보았고, 화이트헤드 역시 도날드 셔번이 편집한 '과정과 실재에로의 열쇠'란 발췌본을 통해 접해 보았는데, 내가 보기엔, 김용옥 선생의 과장이 좀 심한 것 같다. 분명히 화이트헤드가 칸트나 헤겔보다 더욱 복잡하고 난해한 사유를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의 난해함이 새발의 피 정도가 될 정도로 화이트헤드가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사실상 이 책만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책이다. 그리고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셔번도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하면 화이트헤드의 다른 저서들인 '과학과 근대세계', '관념의 모험', '사고의 양태', '상징작용' 등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문창옥 선생님의 개인적 경험에 의하면, 화이트헤드 철학이 머리 속에서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를 공부하기 시작해서 3년 쯤 지난 후 였다고 한다. 문 선생님의 그 개인담이 '과정과 실재'를 단 한줄도 이해못했던 나에게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주었던 기억이 난다.(지금은 다행스럽게도 단 한줄은 이해하고 있다.)

나는 문 선생님의 역작인(솔직히 박사학위논문이 이 정도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것에서 난 충격과 자극을 함께 받았다) '화이트헤드 과정철학의 이해'를 여러 번 숙독하면서, 그리고 운 좋게도 철학아카데미에서 문 선생님의 화이트헤드 강의를 직접 듣게 되면서, 화이트헤드 철학의 바다에, '과정과 실재'라는 대양에, 조금이나마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이 책은 거의 만 권 가까이 팔린 철학책으로는 스테디셀러이면서도 베스트셀러인 책이다. 구슬이 꿰어야 보배라면, 책은 읽고서 이해해야 보배일텐데, 도무지 접근불가능한 책이라서 그럴 수도 없다. 괜히 돈 이 만원 낭비했다는 생각이 든 구입자 분들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절망만 할 수는 없다. 포기만 할 수도 없다. 나는 앞에서 분명히 말했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나 헤겔의 '정신현상학'과 같은 희대의 난서들이 '과정과 실재'에 비교할 때, 새발의 피 정도는 아니라고! 뒤집어서 말하면, 칸트나 헤겔을 해독할 정도의 이해력과 독해력을 길렀다면, 거기서 조금만 더 훈련을 쌓는다면, 화이트헤드 역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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