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틴 루터의 종교개혁 3대 논문
지원용 지음 / 컨콜디아사(재단법인한국루터교선교부유지재단) / 1993년 5월
평점 :
품절


"사회법 위에 '영적 제사법' 있다" (2012년, 오 모 목사)


"범죄자가 누구이건(교황이건,주교건,사제이건) 간에 그는 벌을 받아야 한다. 교회법이 여기에 반대되게 말한 것은 무엇이나 다 로마교의 완전히 주제넘은 조작임에 다름 아니다" (1520년, 마틴 루터)


올해는 마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씀으로서 종교개혁이 촉발된 1517년에서 꼭 5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종교개혁에 대해서 기본적인 공부는 한 적이 있었지만, 올해 첫달 나들목교회 김형국 목사님의 <종교개혁 500주년, 한국교회, 나들목, 그리고 나> 설교시리즈를 들으며 새삼스레, 종교개혁의 시조인 루터의 글 자체를 진지하게 읽어볼 기회를 지금껏 갖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이 찾아들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목회자들을 위한 추천도서 중에서 이 책을 골라 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말틴 루터의 종교개혁 3대 논문'(컨콜디아사)은 그가 비텐베르크 성당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써 붙인지 3년이 지난 후인 1520년에 발표한 3편의 논문 - '독일 크리스찬 귀족들에게 보내는 글', '교회의 바벨론 감금', '크리스찬의 자유'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엮은 책이다.

세 편의 논문 중 가장 먼저 작성된 '독일 크리스찬 귀족들에게 보내는 글'은 마틴루터가 그의 주장에 동조하던 독일의 귀족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격문이며, 그가 종교개혁을 일으켰던 당시의 상황들을 상당 부분 보여주고 있다. 루터는 이 글을 통해 세속 권세 위에 군림하던 교황권에 대해 매우 신랄하게 비판하며, 돈과 힘을 동시에 가지고 그것을 휘두르는 종교권력에 함께 대항해 싸우기를 매우 선명하게 촉구한다.


루터는 돈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교회 세습을 염려하고, 본래의 목적보다는 함께 즐기기 위한 축제로서만 기능하고 있는 교회의 프로그램(특히 루터는 교회 헌당 축하식을 콕 집어 이야기 한다)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모든 교회가 우주적 교회로서 한 몸임을 간과하고 교회간에 '더 많은 재물을 얻기 위한' 경쟁에 돌입해 있는 상황을 개탄하며, 무엇보다 금권이 판치고 있는 교계에 대하여 엄중하게 경고한다.


"탐욕의 결과로 모든 사람이 사제가 되려고 하고, 또 모두가 그의 아들에게 사제직 공부를 시키려고 하지 않을까 염려한다"(p96)

"(무분별한 잔치판이 되어버린) '헌당일'[교회 봉헌 축하식]을 완전히 폐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중략) 이런 관습에 대하여 그 시초가 선하고 또 그것이 선한 일이라는 모든 구실은 아무 쓸데도 없다."(p106)

"(영험하다고 소문이 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산간 기도처들과 시골 교회들 [지금의 일부 기도원에 해당]은 완전히 파괴해 버려야 한다. (중략) 이러한 장소들에서 기적이 행해진다고 하는 것은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 마24:24에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악령이 이러한 기적을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중략) 한 교회가 이것(영험하다고 소문난 장소, 성물을 보유하는 것)으로 다른 교회들보다 더 좋은 것이 되고, 더 좋은 것을 가지려고 하며, 만일 다른 교회도 동일한 것을 가져서 그 이점이 공통의 것이 된다면 유감으로 여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사악한 시대에는 영적인 재물이 현세적인 재물을 얻기 위하여 전적으로 오용되고 이용되게 되었다."(p109-112)


500년 전 최선을 다해 자신의 싸움을 싸웠던 한 투사의 글을 읽으며, 그와 함께 싸우자는 격문을 읽으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은, 그의 싸움이 그만의 싸움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루터가 싸웠던 교회의 여러 망가진 모습들이, 500년 전 그의 시대에만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지 않은가? 너무나도 놀랍게도, 종교개혁가들의 후예라 자처하는 한국 개신교회 안에, 그들이 싸웠던 바로 그 병폐적 모습들이 횡행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 아닌가?


루터가 싸웠던 바로 그 문제들이 500년의 시간을 넘어 여전히 살아 남아있는 지금, 여기에도, 마치 루터처럼 그 문제들에 대항하여 싸워나갈 사람들이 필요하다. 건강한 교회를 세우기 위하여 몸부림 치는 이들이 여전히 필요하다. 루터가 용기있게 앞장서서 싸워 나간 선구자가 되었지만, 그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그와 함께 싸웠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종교 개혁이 가능했던 것처럼, 지금 한국 교회의 문제들에 대해 함께 싸워나가며 교회를 갱신하고자 자신의 삶을 드릴 동지들이 여전히 필요하다.


"함께 싸워갈 이들, 그들은 누구인가?"

루터의 글이 50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는 질문은 바로 이 것이 아닐까.

"종교개혁은 미완이며, 우리가 완성해야 할 과제"라던 대표목사님의 지난 주일 설교 말씀이 다시 한번 떠오른다.


이찬현 목사 / 나들목교회 공동체사역 사역자 / 하나복네트워크 자료개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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