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A 전문가, 분쟁지역을 가다 - 동티모르 / 아프가니스탄 / 이라크
허동운 지음 / 푸른길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새롭고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나게 읽었다. 분쟁지역이라는 소재 때문만은 아니다. 이 책의 특별함은 기자도 외교관도 여행가도 아닌, ODA 전문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현장의 이야기라는 데 있다. ODA란 공적개발원조, 즉 정부 주도의 국제협력사업(국가간 원조사업)을 의미한다. 국가간 외교라는 큰 틀을 견지하는 동시에 특정 지역사회와 직접 맞닥뜨리면서 원조사업을 진행하는 실무자의 눈에는 그 사회의 내부 구성원들은 느끼기 어려운, 한 사회의 객관적인 실체가 포착된다. 

 

신생독립국 동티모르에서 저자는 식민지에서 독립한 많은 나라들이 겪었던 내전, 유엔 위임통치, 가난과 독재 등 일련의 과정을 직접 목격하며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본다. 탈레반과 군벌의 세력이 강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미군 및 우리 군과 공조하여 재건사업을 진행하는 특별한 경험을 다루었다. 다민족 국가인 이라크에서는 IS 사태로 귀국할 때까지 쿠르드 지역에서 전후 복구사업에 참여하며 이슬람 사회에서 보고 느낀 것들과 전쟁의 참상을 정직하게 기록했다.

 

저자는 이 세 나라에서의 경험을 각국의 역사적 배경과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정확한 통찰을 바탕으로 풀어가고 있다. 다 읽고 나면 이 세계에 분쟁과 전쟁이 왜 끊이지 않는지 그 이유를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분쟁지역에서 유엔이 구체적으로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우리 정부는 어떤 방식의 참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해외봉사나 국제협력에 관심 있는 이들 뿐 아니라 지구촌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책이다. 분쟁지역 3개국의 이야기가 그들 나라의 현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폭넓은 지평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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